"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를 시로

'사랑'이란 글자 없는데, 사랑이 그려지게 하는 시

by 홍성화

2018년 어느 날

"고모, 이 책 읽어보셨어요?"

라면서 조카 채민이가 건네준 책이 있었다.

제목을 보는 순간 깜짝 놀랐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君の膵臓をたべたい)』


순간 무시무시한 이야기인 줄 알았다.


이 소설은 제목만 보면 너무너무 충격적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따뜻하고 슬픈 청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췌장 질환을 앓고 있는 여학생과 그녀의 비밀을 알게 된 남학생의 우정과 사랑을

그린 작품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 스미노 요루 / 소미미디어 / 발매 2017.04.01.


『내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이다』

오늘부터 2주간 <방구석 책읽기> 모임에서 읽을 책이다. 김종원 작가의 세계철학전집 2권의 주인공이 비트겐슈타인이라서 그의 어록이 그대로 책 제목이 되었다. 목차를 보던 중 5장이 눈에 띄었다. 독서와 쓰기에 관한 챕터다.


김종원 작가는 글쓰기를 시작한 후배들에게 이렇게 조언한다고.

사랑에 대한 시를 하나 써봐.
대신 '사랑'이라는 단어는 쓰면 안 돼.
다 읽고 나서 사랑이 그려지게 해야 해


사랑에 대한 시를 쓰는데 '사랑'이라는 단어는 쓰면 안 된다.

순간 "재밌겠는데?"라는 생각과 "한번 써볼까?"라는 생각이 동시에 일어났다.

그러면서 생각난 책이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였다.


독자들은 후반부로 갈수록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라는 문장 속 진짜 의미를 깨닫게 된다.

제목은 실제로 무서운 뜻이 아니라,
“누군가의 일부를 먹는다는 건 그 사람의 마음과 삶을 나에게 완전히 담는 것”이라는 일본 옛 표현에서 비롯되어
사쿠라가 ‘너와 영원히 연결되고 싶다’는 마음을 표현한 말이었다.


어떤 고백보다도 찐이네요. 짠하고, 가슴 아프고..


궁금하신 분들은 이 책 꼭 읽어보세요!




*사랑이라는 단어는 쓰지 않되, 읽고 나면 사랑이 그려지는 시


4월의 도서관


창가 자리에 너를 앉히고

나는 책장을 넘겼다.

책 속 문장은 흐릿했지만
유리 너머의 햇빛이
네 눈동자에 고이던 날을 기억한다.

네가 웃을 때마다
종이 냄새 속에 살짝 스며들던 향기,
그게 뭐였는지
이제야 알 것 같다.

언젠가, 너는 내게 말했지.
“내일도, 가능하면 모레도… 같이 있자.”

그다음 장을
우리는 끝내 읽지 못했다.
도서관 창밖,
아직 네가 앉아 있는 것 같다.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꽃은 다시 피었지만

너는 보이지 않는다.

바람은 자꾸만 네 이름을 부르는데...

웃음에 섞여 있던 너의 숨결

아직도 여기 있는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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