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사춘기 자녀의 마음을 여는 의외의 질문

by 정상가치

사춘기, 그 혼란과 가능성이 공존하는 시기. 아이들은 수많은 선택지와 기대 속에서 정작 자신이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피하고 싶은지 알지 못한 채 표류하곤 합니다. 부모로서 아이의 손을 잡아주고 싶지만, 그 방향키를 어디로 돌려야 할지 막막함을 느끼는 순간들이 찾아옵니다. 이럴 때, 어쩌면 우리는 너무 거창한 '꿈'이나 '하고 싶은 일'을 묻기보다, 한 걸음 뒤로 물러나 다른 질문을 던져야 할지도 모릅니다.


하고 싶은 일을 정확하게 찾기 위해서는 먼저 ‘하기 싫은 일’부터 명확하게 골라내야 한다.
<비상식적 성공 법칙>, 간다 마사노리


간다 마사노리의 말처럼, 때로는 ‘하기 싫은 일’을 명확히 하는 과정이 오히려 ‘정말 하고 싶은 일’을 발견하는 지름길이 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하기 싫은 일'이란 단순한 귀찮음이나 하기 싫은 과제를 넘어섭니다. 그것은 아이 내면에 자리한 약점, 스스로 설정한 한계, 혹은 마주하고 싶지 않은 두려움의 다른 이름일 수 있습니다. 가령, 발표를 극도로 꺼리는 아이의 마음속에는 타인의 시선에 대한 불안함이, 특정 과목을 유독 힘들어하는 아이에게는 반복된 실패로 인한 무력감이 숨겨져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사춘기는 폭풍처럼 몰아치는 호르몬의 변화와 함께 '나는 누구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과 씨름하는 시기입니다. 이 시기 아이들이 표현하는 "싫다"는 감정은 단순한 투정이나 반항이라기보다는,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달라는, 혹은 새로운 도전을 앞둔 망설임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아이가 어떤 일을 하기 싫어한다면, 그것을 억지로 강요하기보다는 아이의 성장을 위한 귀중한 단서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오늘날 아이들은 부모, 교사, 친구들, 그리고 미디어가 쏟아내는 수많은 기대와 압력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좋은 대학에 가야 성공한다", "안정적인 직업이 최고다"와 같은 말들은 아이들에게 무거운 짐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부모의 역할은 이러한 외부의 소음으로부터 아이를 보호하고, 아이 스스로 자신의 내면의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가족이 함께하는 자리에서 "요즘 가장 하기 싫은 게 뭐야?"라는 가벼운 질문으로 대화를 시작해 보세요. 이때 부모님 역시 자신의 '하기 싫은 일'을 솔직하게 이야기한다면 아이는 훨씬 편안하게 마음을 열 것입니다. 각자 종이에 떠오르는 '하기 싫은 일'들을 적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실현 가능성은 잠시 접어두고, 아주 사소한 것부터 마음속 깊이 묻어둔 불편함까지 모두 꺼내보는 것입니다. 학교 발표, 친구와의 갈등, 부모님의 심부름, 특정 과목 숙제, 방 청소 등 그 어떤 것이라도 좋습니다.


혹자는 "이렇게 하면 아이가 불평만 늘고 더 나약해지는 것 아닌가?"라고 걱정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은 단순한 불만 표출의 장이 아닙니다. '하기 싫은 일'을 명확히 인지하는 것은 아이 스스로 무엇을 두려워하고, 어떤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받는지, 나아가 자신의 약점과 한계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계기가 됩니다.


교실에서 아이들에게 장래 희망을 물으면 "건물주요!", "인기 유튜버요!"와 같이 막연한 대답이 돌아올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 화려해 보이는 목표 속에도 분명 '하기 싫은 일'들이 존재합니다. 건물주가 되려면 세입자들의 민원을 해결해야 하고 공실에 대한 스트레스를 감당해야 합니다. 인기 유튜버가 되려면 카메라 앞에서 자신을 드러내야 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콘텐츠를 창작해야 하며, 때로는 이유 없는 비난에도 직면해야 합니다.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세상의 평판, 가족의 기대 혹은 친구나 지인들의 상식 같은 손때 묻은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당신의 마음이 원하는 ‘진짜 하고 싶은 일’에 초점을 맞춘다.
<비상식적 성공 법칙>, 간다 마사노리


목표를 설정하는 과정에서 '하기 싫은 일'들을 간과한다면, 아이는 쉽게 지치거나 중도에 포기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심지어 목표를 달성한 후에도 깊은 후회나 우울감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하기 싫은 일'을 먼저 파악하고, 그 이후에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나서는 것이 현명한 순서입니다.


가족 간에 솔직하게 "나는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게 너무 힘들어", "나는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는 게 여전히 부담스러워", "나는 수학 숙제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와 같이 각자의 '하기 싫은 일'을 공유하는 시간은 서로의 취약성을 이해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소중한 기회가 됩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아이는 '나만 이런 어려움을 느끼는 게 아니구나'라는 위안을 얻고, 정서적 안정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깟 수학 숙제가 뭐가 힘들다고 그래? 나중에 돈 벌어보면 공부가 제일 쉬운 줄 알게 될 거야"와 같은 반응은 아이의 마음을 닫게 할 뿐입니다. 아이는 자신의 현재 상황에서 느끼는 어려움을 존중받고 싶어 합니다.


실제로 제가 만났던 한 학생은 부모님의 깊은 사랑과 기대 속에서 여러 개의 학원을 다녔지만, 정작 저에게는 "학원 가기 싫어서 죽고 싶어요"라는 충격적인 말을 털어놓았습니다. 부모님의 열망이 아이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하기 싫은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비싼 돈 들여 학원 보냈더니 배부른 소리 한다"라고 치부해 버린다면, 아이의 마음은 더욱 깊은 곳으로 숨어버릴 것입니다.


물론 아이에게 하기 싫은 일을 물었을 때 "모르겠어요" 혹은 "다 싫어요"라는 대답이 돌아올 수도 있습니다. 부모로서는 맥이 빠질 수 있지만,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됩니다. 아이는 정말로 자신이 무엇을 싫어하는지 생각해 본 적이 없거나, 그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모를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때는 부모님이 과거에 '하기 싫은 일'을 극복했던 경험을 들려주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나도 예전에는 발표하는 게 정말 싫었는데, 한번 용기 내서 해보니 생각보다 괜찮더라", "수학이 너무 어려워서 포기하고 싶었지만, 작은 문제부터 하나씩 풀다 보니 조금씩 자신감이 생겼어"와 같은 진솔한 경험담은 아이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줄 수 있습니다. 어떤 유명인의 성공담보다 부모님의 실제 이야기가 아이에게는 더 큰 울림을 줄 것입니다.


"아이가 공부는 물론이고 아무것도 하기 싫어해요. 그럼 공부가 하기 싫은 일이니까 시키지 말아야 할까요?"라는 질문도 종종 받습니다. 아이가 수학 공부를 싫어한다고 해서 무조건 손을 놓게 하는 것이 능사는 아닙니다. "수학은 나랑 안 맞아", "나는 원래 수학을 못해"라고 단정 짓는 아이에게 "그래도 꾸준히 노력하면 조금씩 나아질 수 있어", "어려운 문제도 작은 단계로 나누어 도전해 보면 어떨까?"라고 격려하며, '하기 싫은 일'에 대한 인식을 바꿔줄 수 있습니다.


'하기 싫은 일'에 도전하고 때로는 작은 성공을 경험하면서 아이는 "어? 나 이런 것도 할 수 있네?", "내가 그렇게 싫어하던 것도 조금씩 해낼 수 있게 됐잖아!"와 같이 자기 효능감을 느끼고, 스스로에 대한 인식과 정체성을 긍정적으로 확장해 나갈 수 있습니다.


결국 '하기 싫은 일'을 들여다보는 과정은 아이가 진정으로 피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어떤 상황에서 무력감을 느끼는지, 반대로 어떤 활동을 할 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하는지를 발견하는 여정입니다. 이러한 자기 이해는 아이가 자신에게 맞는 진로를 탐색하고,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나서는 데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밑거름이 됩니다.


사춘기는 분명 혼란스럽고 불확실한 터널을 지나는 것과 같지만, 동시에 그 끝에는 무한한 가능성이 기다리고 있는 시기입니다. 부모는 아이가 외부의 소란스러운 기대에서 벗어나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따뜻한 안내자입니다. '하기 싫은 일'을 명확히 아는 것, 그것이 바로 사춘기 아이가 혼돈 속에서도 자신만의 빛나는 길을 찾아 힘차게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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