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자녀와의 소통, 핵심은 '라포르 형성'입니다.

by 정상가치

문득 아이의 방문이 굳게 닫혀 있다고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사춘기의 문턱을 넘어서는 아이들은 때로 자신만의 성을 쌓고, 그 안에서 어떤 생각을 하는지 좀처럼 내보이지 않으려 합니다. 좋은 부모가 되고 싶은 마음에 건네는 조언들이 아이에게는 그저 메아리 없는 외침으로 다가갈 때, 우리는 속상함을 넘어 막막함에 휩싸이곤 합니다. 아이의 행복을 그 누구보다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도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우리인데 말입니다.


어떻게 하면 이 견고한 벽을 허물고 아이의 마음에 다가갈 수 있을까요? 그 해답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라포르(rapport)', 즉 깊은 신뢰와 친밀함으로 연결된 유대 관계라고 말합니다. 쉽게 표현하자면, 아이가 나를 편안하게 느끼고, 마음으로부터 좋아하게 만드는 과정입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 역시 마음이 가는 이의 말에는 자연스레 귀를 기울이게 되지 않던가요.


제게도 그런 기억이 있습니다. 중학교 2학년 시절, 유난히 따르던 영어 선생님 한 분이 계셨습니다. 헤어스타일 때문에 친구들 사이에서는 짓궂은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지만, 제 눈에는 그 누구보다 멋진 분이셨죠. 그분의 매력적인 영어 발음과 수업에 대한 열정은 제게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선생님께 잘 보이고 싶다는 순수한 열망 하나로, 저는 난생처음 스스로 책상에 앉아 영어 단어를 외우고 예습을 했습니다.


수줍음 많던 아이가 영어 시간만 되면 손을 번쩍 들고 발표하려 애썼던 그 시절, 선생님을 향한 작은 '동경'은 제 삶의 방향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영어교육과를 선택하고, 교사의 길을 걷게 된 것도 어쩌면 그때의 경험 덕분일 겁니다. 이처럼 누군가를 향한 긍정적인 감정은 때로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의 힘을 발휘합니다.


그렇다면 아이와의 관계에서 이토록 중요한 라포르는 어떻게 만들어갈 수 있을까요? "사랑까지는 아니어도" 좋습니다. 가장 기본적이고도 강력한 방법은 바로 '웃음'입니다. 너무나 단순해서 때로는 그 힘을 간과하기 쉽지만, 진심이 담긴 미소만큼 상대의 경계심을 부드럽게 녹이는 것도 드뭅니다.


16년째 교단에 서고 있지만, 저 역시 매일 아침 거울 앞에서 미소 짓는 연습을 합니다. 새로 옮긴 학교의 새집 증후군 탓에 늘 마스크를 착용하고 지내지만, 가려진 입술 너머 눈빛으로나마 따뜻함을 전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수업 준비를 철저히 하는 것은 교사로서 당연한 의무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배움에 대한 동기가 없는 아이들의 마음까지 움직일 수는 없습니다. "말을 물가에 데려갈 수는 있지만, 억지로 물을 먹일 수는 없다"는 말처럼, 아이들을 책상에 앉힐 수는 있어도 지식을 강제로 주입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결국, 아이들이 저를 좋아하고 신뢰하게 만들 때, 비로소 진정한 교육이 시작된다고 믿습니다.


이 원리는 가정에서도 다르지 않습니다. 아이가 부모님을 아이돌 스타만큼이나 좋아하게 된다면, 어떨까요? 물론 집에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출 필요는 없습니다. 밥 버그와 존 데이비드 만의 저서 <기버 2: 셀모어>에서도 관계를 맺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웃음을 강조합니다.


그중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웃는 것이다.
공손해야 한다.
상대방의 말을 끊지 않아야 한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해야 한다.
웃어야 한다(너무나 중요하기에 다시 한번 강조한다.).
부탁할 때는 '부디', 고마울 때는 '감사합니다'를 잊지 말아야 한다.
상대방에게 진심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
<기버 2: 셀모어>, 밥 버그, 존 데이비드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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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매일 아침, 제 딸아이보다 먼저 일어나 글을 쓰는 시간을 갖습니다. 아이가 깨어나는 소리가 들리면 잠시 펜을 놓고 서재 거울 앞에 서서 미소를 연습해 봅니다. 그리고는 환한 얼굴로 아이에게 다가가 "잘 잤어?"하고 하루를 시작합니다. 비록 아이는 졸음에 겨워 제 얼굴을 제대로 보지도 못할 때가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웃는 얼굴로 아이를 맞이합니다. 잠에서 막 깨어난 아이의 모습은 그 자체로 사랑스러우니까요.


우리는 사랑하는 아이를 위해 웃을 수 있습니다. 그 미소가 쌓이고 쌓여 라포르가 단단해지면, 부모님의 이야기는 더 이상 아이에게 '잔소리'가 아닌 '사랑이 담긴 조언'으로 다가갈 것입니다. 마치 아이돌의 영향력이 팬들의 사랑에서 비롯되듯, 부모의 영향력 또한 아이의 사랑과 신뢰로부터 시작됩니다.


사춘기라는 예민한 터널을 지나는 아이와의 소통이 때로 버겁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억해 주세요. 부모의 따뜻한 미소 하나가 아이의 굳게 닫힌 마음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사랑과 믿음으로 쌓아 올린 라포르는 그 어떤 어려움도 함께 헤쳐나갈 수 있는 든든한 다리가 되어줄 것입니다. 아이와 함께 웃는 소중한 순간들이 모여, 더욱 깊고 아름다운 관계를 만들어갈 것이라 믿습니다. 오늘도 사랑하는 이들에게 가장 아름다운 미소를 선물하는 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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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삽화는 A.I로 생성된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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