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딤의 시간 끝에 오는 것들

by 정상가치

살다 보면 문득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어지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더 이상 나아갈 힘이 없다고 느껴질 때, 주저앉아 그저 포기하고 싶다는 마음이 고개를 들 때. 만약 내 아이가 그런 순간을 마주했다면, 어떤 말을 건네야 할까요.


좋은 일은 믿음을 가진 사람들에게 찾아오고, 더 좋은 일들은 인내심을 가진 사람들에게 찾아오지만, 최고의 일은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찾아온다고. <나는 나무에게서 인생을 배웠다>, 우종영


제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습니다. 세상의 모든 빛이 꺼진 듯한, 온통 무채색으로 가득했던 고등학교 1학년의 어느 날.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는 '착한 아들'이라는 역할은 보이지 않는 족쇄와 같았습니다. 공부 잘하는 누나와 동생 사이에서, 저는 '나' 자신이 아니라 늘 '누군가의 동생'으로 불렸습니다. 그 이름표가 주는 무게감에 짓눌려, 어리석게도 삶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그 회색빛 터널을 간신히 버텨냈지만, 시련은 다른 모습으로 다시 찾아왔습니다. 사랑하는 동생이 다니던 의대에 가고 싶어 입시 학원에서 3년을 보냈습니다. 그 시간 동안 청춘의 많은 것을 잃었습니다. 결국 원하는 대학의 문턱을 넘지 못했고, 곁을 지켜주던 연인과 소중했던 친구들마저 떠나보냈습니다.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사는 게 너무 힘들다고, 이제는 포기하고 싶다는 사람들에게 말해 주고 싶다. 우리가 원하는 행복이나 성공 같은 좋은 일들이 우연히 갑작스럽게 찾아온다면 노력이나 인내 따위는 필요하지 않을 거라고 그러니 힘이 들어도 어떻게든 버티고 있는 스스로를 응원하면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라고. <나는 나무에게서 인생을 배웠다>, 우종영


'편한 직업'이라는 아버지의 권유에 교대에 왔습니다.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가면 선생님의 하루도 끝나는 줄 알았던, 교직에 대한 어떤 숭고한 뜻도 없던 제가 어느덧 16년째 아이들 앞에 서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이 길마저 포기하려 했을 만큼 힘겨웠던 제가, 이제는 자녀 교육에 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정호승 시인은 "견딤이 쓰임을 결정한다"라고 했습니다. 돌아보니 제 삶은 '견딤'의 연속이었습니다. 죽지 않고 견뎌낸 3년의 고등학교 시절,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하며 견딘 3년의 재수 시절, 그리고 교사로서의 16년. 그 버티는 시간들이 쌓여, 저에게 블로거이자 작가라는 새로운 '쓰임'을 선물했습니다.


보통은 인내를 소극적이고, 정적이며, 가만히 견디는 것이라고 착각합니다.... 인간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인 표현이며 강렬한 감정입니다. 내 안에서 끊임없이 나를 흔드는 유혹과 싸워야 비로소 인내라는 단어를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너에게 들려주는 단단한 말> 중에서


김종원 작가의 말처럼, 인내는 '포기하면 편해진다'는 달콤한 유혹과 가장 치열하게 싸우는 적극적인 행위입니다. 혹시 당신의 아이가, 혹은 당신 자신이 삶의 어느 길목에서 주저앉고 싶어 한다면 이 구절들을 들려주세요.


나무에 있어 버틴다는 것은 주어진 삶을 적극적으로 살아 내는 것이고, 어떤 시련에도 결코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버팀의 시간 끝에 나무는 온갖 생명을 품는 보금자리로 거듭난다. <나는 나무에게서 인생을 배웠다>, 우종영


버티는 시간 끝에 단단한 보금자리로 거듭나는 나무처럼, 너의 시간도 그럴 것이라고.


세상에서 가장 강한 자는 그 모든 것을 자신과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잠시 인내하는 사람입니다. <너에게 들려주는 단단한 말>, 김종원


지금 인내하고 있는 당신이야말로 세상 가장 강한 사람이라고 말입니다. 이 글을 쓰는 저 또한 다짐합니다. 포기하지 않겠다고, 조금 더 단단하게 버텨보겠다고 말입니다.



3mxw06cp49p25n2.png


keyword
작가의 이전글보랏빛 소를 꿈꾸는 너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