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잘못에서 나를 보다

by 정상가치

어느 아침, 밀리의 서재 앱을 방랑하다 우연히 오타니 쇼헤이라는 이름에 이끌려 책 한 권을 펼쳤다. 야구에 문외한인 나조차 그의 이름이 주는 무게감을 익히 알고 있었기에, 그가 어떤 생각과 철학으로 세상을 살아가는지 궁금했다. 책장을 넘길수록 그의 말들은 단순한 문장을 넘어 깊은 울림을 주었고, 나는 스마트폰 메모장에 인상 깊은 구절들을 연신 옮겨 적었다.


책이 전해준 감동이 채 가시기도 전에, 문득 이 책에 대한 다른 이들의 평이 궁금해졌다. 앱 리뷰 창을 열자 단 두 개의 댓글이 보였다. 그중 하나가 내 마음에 파문을 일으켰다. "특별하지 않은 흔한 자기계발도서." 짧지만 단호한 그 문장은 내가 느꼈던 감흥을 순식간에 머쓱하게 만들었다. 혹여 이 리뷰 때문에 다른 이들이 책의 진가를 오해할까 조바심이 나, 서둘러 "배울 점이 많은 좋은 책"이라는 서평을 남겼다.


그저 스쳐 지나갈 수도 있었던 작은 해프닝이었다. 하지만 그날 오후, 나는 교실에서 한 아이와 마주하며 아침의 그 댓글을 다시 떠올렸다. 수업의 흐름을 번번이 끊는 아이에게, 나는 결국 해서는 안 될 말을 내뱉고 말았다. "선생님은 네 장점을 알고 싶다. 장난치는 것 말고 뭘 잘하는지." 빈정거림이 가득 담긴, 상대의 가치를 알아보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은 무책임한 말이었다.


순간, 책을 향해 날 선 비판을 던졌던 익명의 리뷰어와 아이를 향해 가시 돋친 말을 내뱉은 나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나는 책의 가치를 폄하하는 댓글에 기분이 상한다며 상대를 비판했지만, 정작 내 앞의 학생에게는 더 날카로운 언어로 상처를 주고 있었던 것이다. 부정적인 댓글보다 더 많은 아이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을, 그 무엇보다 그 말을 내뱉은 나 자신이 똑똑히 기억하고 있을 그 순간을 말이다.


집 앞 산책길, 아이들에게서 배운 인생의 귀한 가르침이네요. 역시 배움은 어디에나 있는 것 같아요.
<좋은 것만, 오직 좋은 것만>, 최대호


최대호 작가는 아이들이 과자를 나누는 모습에서 귀한 가르침을 얻었다고 했다. 누군가는 평범한 풍경에서 삶의 지혜를 발견하고, 누군가는 위대한 선수의 철학이 담긴 책을 읽고도 '특별할 것 없음'을 느낀다. 어떤 태도가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더 깊은 성장을 이룰 수 있을까.


'반면교사(反面敎師)'. 다른 사람의 잘못된 말과 행동이 도리어 나의 스승이 된다는 의미다. 나는 오늘 아침의 그 낯선 이와 교실의 아이 덕분에 내 언어의 온도를 점검하는 법을 배웠다. 아이를 '떠드는 학생'이라는 틀에 가두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지 못했던 나의 편협함을 깨달았다.


배움은 진정 어디에나 있다. 때로는 책 속 위인의 문장에서, 때로는 스쳐 가는 이의 무심한 댓글 속에서, 그리고 매일 마주하는 아이들의 눈빛 속에서. 오늘은 그 아이의 장점을 발견하기 위해 온 마음을 다해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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