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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Jul 14. 2023

용건만 간단히

끄적끄적

내가 자라던 1960년대는 집에 전화 놓은 집이 많지 않던 시절이다.

1970년대에 들어 전화 보급이 늘어나서 가정집마다 전화를 놓기 시작했을 것이다.


모든 전화 가입자의 이름과 전화번호, 주소가 가나다 순으로 적힌 두툼한 전화번호부가 있었는데.

돌아보니 그때는 개인정보 보호 개념이 전혀 없었네.

어느 전화기 옆이나 전화번호부가 있었고.

공중전화에도 전화번호부가 비치되어 있어서 범죄에 악용되기도 했지.



그때 공중전화기나 사업체의 전화기 위에는 "용건만 간단히"라는 표어가 붙어 있었다.

전화기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니 전화를 기다리는 다른 사람을 배려했을 수도 있고.

무엇보다 통신회선이 부족해서 통화가 원활하지 않기 때문에 사사로운 얘기는 만나서 하고,

긴급하거나 중요한 사항만 마치 전보를 보내듯 통화하라는 취지였겠지.


내가 "용건만 간단히" 시대 사람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끝없이 주절주절 늘어놓는 수다는 못 견디는 사람이라.

특별한 용건 없이 전화 걸어 잠깐 안부를 물은 뒤에 하염없이 이 얘기, 저 얘기 혼자 떠드는 수다는 견디기가 힘들다.

예전에는 전화기를 귀에서 떼어놓고 그냥 들고만 있기도 했었는데.

이제는 더 못 돼졌는지,

겁이 더 없어졌는지,

용건 없는 통화는 힘들다고 대놓고 말해버린다.

제발 용건은 간단명료하게 문자로 주고받자.


전화통화도 싫고,

모여서 잡담이나 하다가 남 험담으로 가는 코스는 정말 견딜 수가 없다.

자리에서 일어날 판.



제발 주변 사람들이 내 성질 못된 거 알아서 나를 피해 주면 좋겠다.

계속 혼자 놀다 보니 남들과 길게 얘기 나누기 싫어짐.

더해서 동년배들은 나이 들어가면서 쓸데없는 말이 더, 더, 더, 더 많아지고 있다.


제발, 제발 용건만 간단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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