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아가는 한 밥은 어디서나 먹는 거라서
반드시 밥상을 도맡은 주부가 아니라도 뭘 먹지?, 하는 문제는 누구에게나, 언제나 고민거리다.
평소에도 그럴진대
쉬려고, 구경하려고, 기분 좋으려고 떠난 여행에서 먹을거리는 여행의 성패를 좌우할 수도 있는 중요한 구성요소다.
온종일 바쁘게 관광 포인트마다 도장 찍고 다니는 활기찬 여행자라면 숙소를 나서기 전에 밥부터 먹어야 한다.
속이 든든해야 놀러 다닐 기운이 생기고 기분도 좋아지니까.
여행지에서 우리는 아침을 어떻게 해결할까?
아침식사가 숙소비용에 포함되는 경우가 있고
음식 값을 지불해야 하지만 아침부터 식당을 운영하는 숙소가 있다.
식사를 제공하지 않고 식당도 없으며 부엌 시설을 갖추지 않은 숙소도 있다.
아침식사가 제공되면 편리한 점이 있고,
호텔의 화려한 아침 뷔페는 여행지의 풍경을 이루기도 하지.
하지만 마냥 좋기만 한 건 아니어서
대체로 비용이 비싼 편이고 식사량이 과하며.
손님들 나눠먹으라고 주르르 차려놓은 음식 앞에서 거리낌 없이 이야기하며 이 음식, 저 음식 뒤적이는 손님을 보면 마음이 불편해진다.
그래도 아침식사가 제공되면 후식까지 한자리에서 해결할 수 있고,
무조건 많이 먹어서 점심까지 배가 부를 수도 있다.
눈 뜨자마자 밥을 먹어야 정신이 드는 내 경우에는
밥 먹으러 세수하고 옷 갈아입고 내려가야 하는 호텔의 아침밥은 다소 귀찮다.
지불한 비용이 아까워서 꾸역꾸역 들이붓기는 합니다만,
보편적인 입맛에 맞춘 맛이고 식단이라서 어딘가 어색한 구석이 있다.
장 보고 밥상 차리고 설거지하는 번거로움이 없으니 분명 편하기는 하지만요.
게다가 조식 시간이 일러서 아침 일찍부터 움직이게 되더라는 부수적인 효과도 있어요.
바쁘게 돌아다니는 여행에 숙소에서 제공되는 아침밥은 분명히 장점이 있다.
식사 제공이 안 되는 숙소라면 나는 되도록 부엌 시설이 있는 곳을 찾는다.
그리고 집을 나설 때 적어도 하루치 정도의 아침식사와 간식거리는 들고 떠난다.
사과나 오렌지는 깎아서 한 번 먹을 만큼씩 작은 비닐봉지에 넣어 바구니에 담고요.
찌거나 구운 고구마, 단호박, 누룽지, 잡곡빵, 일회분씩 포장한 미숫가루나 선식, 시판 죽에 치즈와 버터, 낫또, 견과류와 말린 과일 중에서 그때그때 적당히 준비하고.
당근이나 양배추 같은 채소는 손질해서 밀폐용기에 담는다.
커피나 차 종류, 보리차 같은 음료도 물론 가방에 들어간다.
현지에 도착하면 숙소에 짐을 내리고 간식을 먹으며 잠시 쉬다가 장을 보러 나간다.
여행 기간 동안 먹을 과일과 채소, 물부터 사들고
숙소로 돌아오는데.
저녁거리까지 넉넉히 장만해 오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콘도처럼 부엌 시설이 있으면
아침에 눈을 떠서 이불속에서 뭉기적거리다 눈곱을 떼며 일어나 찻물을 끓이기 시작해서.
음악을 들으며 또는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광을 바라보면서 느릿느릿, 먹다 쉬다 내 속도로 아침밥을 먹는다.
게스트하우스처럼 공동부엌이라면 끓는 물을 보온병에 담고,
과일이나 파프리카 같은 채소는 손질해서 방으로 가져온다.
그러면 잡곡빵이나 단호박 같은 탄수화물에,
치즈와 버터, 낫또, 과일과 채소, 커피나 차로 차려진 풍성한 아침밥을 먹을 수 있다.
밥 먹고 치우고.
씻고, 준비하고, 대충 방 정리하고 나오면 벌써 해는 중천에 떠있네?
느릿느릿, 쉬다 구경하다, 여유 있게 여행할 때는 직접 아침밥을 준비하는 편이 나는 좋더라.
요새는 레트로트 식품으로 다양한 한식을 먹을 수 있으니.
날씨에 따라, 입맛에 따라
세계 어느 곳에서도 적절한 한식을 다양하게 골라먹을 수 있다.
설렁탕을 끓여서 즉석밥과 김치로 바쁜 하루 일정을 시작할 수도 있고.
뜨끈한 누룽지에 장조림과 멸치볶음으로 속 편한 아침밥을 먹을 수도 있다.
삶은 감자와 계란에 채소의 조합도 좋고.
걸쭉하게 선식 한 잔 홀짝이고는 근처 맛집으로 이른 점심을 먹으러 가도 좋겠지.
여행지에서 그곳의 별미를 먹어도 좋고.
게으름을 피우며 방에서 창밖을 바라보며 간단하게 아침밥을 먹어도 좋았다.
어찌해도 좋겠지만,
나는 스스로 아침밥을 차려서 느긋하게 먹는 여행지의 나른한 시간을 특히 사랑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