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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쉽게 차려먹은 아침밥, 11편, 물만두, 굴전

by 기차는 달려가고

어제는 새해 첫날이라고 빈둥거리면서 이것저것 집어먹기만 했다.

아침에 깼는데 속이 더부룩하심.

이럴 때는 한 끼 정도 건너뛰면 좋겠지만.

아침에 일어나면 꼭 뭘 먹는 습관에 더해서

먹어야 할 약이 있으니.


오늘 아침은 더 가볍게 가자.

뭐가 좋을까?



냉동실에서 물만두를 꺼낸다.

알맹이가 작아서 한 입에 쏘옥 들어가는 귀여운 만두.

껍질이 얇고 만두소도 조금만 들어있다.

심심한 맛이라 좋아라 한다.

냄비에 물을 넉넉히 붓고 펄펄 끓을 때 만두 한 움큼.

가라앉았던 물이 다시 끓어오르면 찬물 반 컵.

이렇게 두 번 반복하고 불을 끈다.

(또는 물만두 속이 들어있지 않은 피 부분이 투명해지면 얼추 익은 거다.)

혼자 먹는 적은 분량이라 냄비에서 물만두 건질 때 채를 쓰지 않고,

뚜껑을 조금 열어서 물을 모두 따라낸 뒤 냄비에 남아 있는 물만두만 접시에 부었다.


한편, 어제 만든 굴전이 몇 개 남아 있다.

속이 거북해 물만두만 먹으려던 생각은 냉장고에서 굴전을 보는 순간 싹 사라져서 굴전을 꺼내고 말았다.

굴전을 좋아하거든요.

물만두가 끓는 사이, 미니오븐에 굴전을 데우고.

종지에 덜어낸 간장에는 식초 몇 방울 떨어뜨렸지.


굴전을 지질 때 나는

소금물에 굴을 살랑살랑 흔들어 씻은 뒤,

굴을 채에 담아서 끓는 물에 살짝 데친다.

그러면 굴 특유한 맛이 덜어져서 굴을 싫어하는 사람도 거부감 없이 잘 먹더라.


이렇게 물만두와 굴전에 사각사각 무 장아찌로 아침밥상을 차렸습니다.

잘 먹었고요.


사과 한 개 홀랑 깎아먹고.

우유에 타면 라씨의 색과 맛이 나오는 분말로 간편 라씨를 만들어,

시원하게 쭈욱 들이켰지요.



잘 먹고,

2023년의 첫 월요일을 시작합니다.

올해 모두 행복하기를.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너끈히 감당할 만큼만 일어나길.

아니면 고난을 극복할 만큼 성장하기를.

고통스러운 시기를 겪은 이,

더 훌륭해지기를...

새해를 맞아 기도했다.

나도 새해에 잘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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