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쉽게 차려먹은 아침밥, 1편, 이것저것 범벅
평소에는 백수의 장점을 최대한 이용해서 아침에도 한없이 늘어지면서 먹다 쉬다 또 먹는데,
외출할 일이 생기면 마음이 바쁘다.
오늘은 이른 오후의 약속에 맞추기 위해 좀 늦은 아침을 먹고 외출 준비해서 나가려 한다.
새벽에 잠이 깨어 한참을 꾸물거리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어?
벌떡 일어나 먼저 소시지 빵 하나 꺼내 데워 먹고.
왔다 갔다 입고 나갈 옷을 꺼내고 가방을 챙기다 식사를 시작한다.
냉장고 안에 반찬이 여러 가지 있으니 주르르 늘어놓는 밥과 반찬으로 아침밥상을 차릴 수도 있지만.
외출하기 전에는 집을 싸악 치워놓아야 맘이 편한지라,
손이 덜 가고 치우기 쉬운 메뉴로 아침밥상을 정한다.
* 옛날식 사라다 비슷한-
샐러드는 만드는 사람 마음대로, 재료에 따라 셀 수 없이 많은 종류를 만들어 낼 수 있는데.
여름에는 채소 위주의 상큼하고 시원한 샐러드가 당기고.
추운 계절에는 차가운 채소는 조금, 단백질 식품이 많이 들어간 묵직한 샐러드를 찾게 된다.
오늘은 샐러드라기보다 옛날식 사라다라 할지,
그냥 이것저것 재료 범벅이라 할지,
내 맘대로 버무려본다.
삶은 계란 한 개.
삶은 계란은 포크로 대충 으깬다.
게맛살
냉장고에 있는 (작지 않은)한 쪽은 쪽쪽 결대로 뜯는다.
사과
적당한 크기로 반 개. 얇게 저민다.
구운 고구마 한 개
먹고 남은 것, 대충 으깨고.
다른 동네 갔다가 재래시장 근처에 있는 채소 가게에서 산 고구마다.
맛이 어떨지 몰라, 그러나 가격이 정말 싸서 묵직한 한 봉지 사 왔는데, 와, 완전 옛날 고구마.
요새 고구마처럼 매끈하니 달거나 물기가 많지 않고,
울퉁불퉁 못 생기고 다소 딱딱하고 덜 달아서,
사라다에 제격이었다.
더해서 절인 올리브 몇 알.
이들 재료에 드레싱은,
마요네즈에 레몬즙을 휘휘 섞고 통후추를 갈아 넣었다.
양배추나 양파 또는 절인 오이가 있으면 좋았겠지만...
없으니 냉장고에 있는 재료로만 쉐킷쉐킷.
여기에 허브가 뿌려진 스틱형 크래커를 곁들였다.
유튜브로 영국 애프터눈티를 소개하는 콘텐츠를 보면서,
포크로 사라다 한 번 떠먹고,
스틱 한 번 베어먹고의 반복.
다 먹고 나서 커피 반 잔을 내려 마셨음.
이만큼 먹으니 포만감이 와서 그만 먹어도 되었지만.
한번 나가면 여러 가지 일을 볼 예정이라 늦은 오후까지 허기지지 않으려고,
낫또를 하나 꺼내먹는다.
그러고도 다소 미진해 소고기 육포 한쪽 추가.
입가심으로 녹차 한 잔, 귤 한 개.
설거지거리는 접시와 물컵, 커피잔, 숟가락, 포크 정도라
먹고 차리고 치우기에 번거로움이 없었고.
저녁 먹을 때까지 배가 거북하거나 고프거나 하지 않았다.
맛과 질과 분량, 간편함에서 만족스러운 아침밥이었습니다.
유튜브로 본 런던의 특급호텔에서 제공하는 애프터눈티는 상당히 호화롭고 양도 많아서,
세 단의 접시에 갖가지 샌드위치와 스콘, 비스킷, 케이크들이 올라갔다.
저걸 혼자 다 먹지는 못하겠고,
남은 건 싸가나?, 상상했네.
요리사가 부엌에서 샌드위치를 만들어서는 보기 좋으라고 양끝을 반듯하게 잘라내는데,
그렇게 잘라낸 샌드위치 조각이 수북하더라.
이렇게 부엌에서 음식물 쓰레기가 나오고
손님 테이블에서 남는 음식물도 고스란히 쓰레기가 될 테니.
상품성이 떨어진 농산품은 생산자 손에서 먼저 걸러지고,
상품이 되어 팔리는 먹을거리들은 유통 단계에서 폐기물이 생기며,
가정과 영업장 부엌에서 조리하다가 또 버려지고,
최종적으로 식탁에서 남은 음식물은 쓰레기가 된다.
음식물로 먹어서 소화되는 것보다 이렇게 버려지는 식료품이 훨씬 많다고 들었는데.
지구 한쪽에서는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리고,
한쪽에서는 버려지거나 과식으로 건강을 해치거나 하는 이 불균형을 바로잡을 수는 없을까, 하는 무거운 마음으로 집을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