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를 걷는 여자>, 거칠부 지음, 더숲
히말라야에 끌려서 히말라야를 다루는 콘텐츠를 종종 본다.
대자연은 언제 봐도 경이로운 데 가보지 못한 히말라야는 내게 상상 밖의 영역이다.
유튜브의 경우,
풍경보다는 유튜버 자신에게 초점을 맞춘 콘텐츠가 대부분이고.
또 일반인이 걷는 길은 거의 관광지화 된 몇몇 코스라서.
광대한 히말라야를 알기에는 답답한 부분이 있다.
이 책의 지은이는 보통들 가는 트레킹 코스는 이미 넘어서서 히말라야 산군의 지도를 보면서 안 가본 곳, 새로운 곳을 찾아 걷는다.
정상을 오르려는 전문 클라이머가 아니고
상업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것도 아니다.
단지 저기 고개 너머에는 어떤 풍경이 펼쳐질까, 하는 순전히 호기심으로,
가이드와 포터들과 함께 노숙할 짐을 꾸려 혼자 또는 한둘의 동행과 길 없는 길을 찾아 나선다.
지은이는 책을 쓴 당시 40대 중반 여성으로
일찍 시작한 직장생활에서 미리미리 노후 준비를 해왔단다.
30대 후반에 내가 지금까지는 해야 하는 일을 했으니
40대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고 마음먹어 직장을 그만두고 히말라야를 걷기 시작했다.
책에 담긴 시원시원한 히말라야 풍경과,
추위에 떨고 굶주림을 견디며 물을 찾아 산을 헤매는 온갖 고생을 하면서.
또 많은 비용을 들여가며 히말라야를 걷는 모험의 행로도 좋은데,
이 글에서 책의 모든 것을 다룰 수는 없으니.
개인적으로 공감한 몇 구절을 소개해보자.
나는 나만의 영역이 필요하며, 아무에게도 그곳을 허용하고 싶지 않다.... 누구 하고라도 적당히 떨어진 관계가 좋다. 가족도 마찬가지다. 적당히 떨어져 있을 때 평정심이 유지된다. (335쪽)
원래 내향성으로 태어난 사람들이라도 성장기에는 친구들과 어울릴 필요라든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사교의 압박을 받아 사람들과 유연하게 교류할 수는 있다.
하지만 중년을 넘어서면서 사람에 치이고 타인과의 관계에 회의를 느끼면서,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나의 본질에 충실하려는 시기가 있는 것 같다.
피로감을 견딜 수 있을 만큼 제법 팔팔했던 청년기를 지나면 본질이 아닌 것들의 무게를 견디기 싫은 때가 온다.
떨쳐낼 수 있느냐,
질질 끌려다니느냐. 에 따라 많은 것들이 달라지겠지.
여행에 정석이라는 게 있을까. 원하는 방식으로 깨지면서, 스스로 알아가는 게 여행 아닐까. 여행은 목적지가 아니라 그 전체가 과정이지 않을까.
(351쪽)
여행을 다니다 보면 인생 또한 여행과 같다, 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여행지의 모든 것이 새롭고
여행하면서 겪는 모든 일이 흥미롭다.
비록 고생스럽고 당황스러운 상황이 다반사지만 여행이라서 다 받아들이지 않나?
인생도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면 고난은 극복하는 재미가 있을 테고,
앞날이 막막한 상황도 결국은 지나갈 것이라는 낙천적인 마음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지은이는 궤도를 벗어난 자신의 인생이 흥미진진하단다.
내가 어떻게 살지 모르기 때문에 사는 게 더 재미있고 신난다. (356쪽)
언젠가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얀 눈에 덮인 설산도 궁금하고.
고산준령에 둘러싸인 깊은 산지의 생활도 호기심이 돋지만.
제대로 씻지 못하고 먹지 못하며.
무엇보다 작은 짐이라도 등에 얹고 산을 오를 자신이 없습니다.
그래도,
그래도 한 번은 가보고 싶은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