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실내복

끄적끄적

by 기차는 달려가고

인생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는 내 경우,

외출복은 수십 년이 지나도 거의 낡지 않는데

집에서 입는 옷은 빨아대느라 쉽게 닳는다.

집에서 입는 옷과 외출복을 구분하는 사람이라,

대부분의 실내복은 처음부터 실내용으로 구입하고,

날씨에 따라 그 스타일이 달라진다.

지금은 겨울 모드에 진입해서 내년 봄이 올 때까지 몇 달,

같은 옷을 입을 것이라,

벌써 지겨움.



위에는 늘 얇은 면티에, 같은 디자인의 맨투맨을 색깔대로 번갈아 입는다.

이상하게 같은 옷을 사도 먼저 낡는 옷이 생긴다.

신기함.

그래서 지난봄에 옷 정리하면서 하나를 버렸다.

새로 사나, 했는데.

지난가을 물건을 정리하다가 십여 년 전에 산 등산복을 찾았네.

등산해 보겠다고 장비 일체를 사놓고는 한 번도 산에 가지 않아서 보기에는 새것 같지만,

오래된 옷을 누구 주기에는 좀 그렇지.

그렇게 처박혀있던 옷을 아까워라, 하면서 입어봤더니,

오머, 얼마나 가볍고 따뜻한지.

이래서 나이 드신 분들이 등산복을 못 끊는구나, 싶더라.

그래서 올해부터 실내복 상의는 맨투맨과 등산복을 겸용하게 되었습니다.

실용성에서 만족.


하의는 발목이 조이고, 다리에 딱 붙는, 기모 원단의 신축성 있는 트레이너 바지를 입는다.

몇 년 전에 사 입어보니 편하고 가볍고 따뜻해서 같은 디자인, 다른 색깔을 여러 개 사두었었다.

지금은 그 브랜드를 뒤져도 찾을 수 없더라.

잘 샀다고 셀프 칭찬하는 중.


또 예전에 길 지나다가 묶음으로 싸게 파는 등산양말을 한 무더기 사둔 적이 있었다.

등산을 안 가니 신을 일이 없어서 나의 충동구매를 탓했었는데.

와, 겨울에 집에서 신기에 너모나 좋은 거다.

두툼한 데다 발바닥에 쿠션이 있어서 걷는 느낌 좋고요.

발목까지 올라오니까 발목이 냉기에 노출되지 않는다.



보기에는 아리땁지 않지만.

지금 집에서 입는 옷들은 모두 보온이 좋고 실용적이다.

계속 세탁기에 돌려도 아깝지 않다.

내가 외출할 때도 트레이너 바지는 즐겨 입지만 그때 상의는 되도록 맨투맨이나 후디는 피하는데.

집에서 입는 옷은 전부 운동복 차림.

그래서 위, 아래 다른 색깔로 입어서 나름대로 헬스클럽 분위기는 피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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