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벌써 올해 반이 지났네, 하니까.
코로나 때문에 지구 전체가 반년은 그냥 날려버렸어,라고 답한다.
그렇지. 우울한 기분과 쓰라린 불안만 남았다.
힘든 시간이었다.
팬데믹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사실에 더 힘이 빠진다.
그냥 시간을 날리기만 한 게 아니라
생업에, 인생 스케줄에 심각한 타격을 받은 사람이 많다.
두고두고 영향을 남기겠지.
팬데믹을 겪으면서 식민지 시대와 전쟁의 시대를 살아야 했던 우리 부모 세대를 떠올린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런 고난을 딛고 이만큼 살게 되었다니, 정말 칭찬할 일이다.
하지만 고난의 시간은 그냥 흘러가지 않고 흔적을 남긴다.
다행히 소화할 수 있는 분량이고 종류였다면 성장하면서 스스로 극복할 수 있었겠지만.
미약한 인간이라는 존재를 짓누르고 삼켜버리는 흉악한 고난에 노출된 사람들은,
오랫동안 악몽에 시달리면서 존재 자체가 왜곡되었을 것이다.
겉으로는 경제 성장에 따른 외형을 갖출 수는 있었겠지만.
내면의 깊은 상처는 계속 독을 만들어 자신을 망치고 타인을 괴롭힐 것이다.
'태극기 부대'가 집회를 가졌던 시기에 나는 시청 앞에 하루 종일 있었던 적이 있다.
한나절 계속되는 오직 증오만 내뿜는 엄청난 소음 속에서 나는 그들의 내면을 꽉 채우고 있는 슬픔을 느꼈다.
내 영혼은 피를 흘려요, 하는 절규 같았다.
개인적으로는 경멸스러운 인물들이지만,
집단, 한 세대로 볼 때는 우리가 거쳐온 혹독한 세월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악몽의 경험은 그냥 흘러가지 않았다.
수많은 사람들의 영혼을 짓밟아 철저히 파괴하고 가버렸다.
그 세대만으로 끝난 것이 아니다.
그렇게 취약한 심리 상태에 놓인 사람이 가정 안에서, 직장에서 '갑'이 되었을 때 어떤 행태를 보였을까?
그러면 또 그런 고통스러운 상황에 갇혀 영혼에 심한 상처를 받은 사람들은 어떻게 치유되었을까?
우리나라의 세대 갈등에는 이런 부분을 감안해야 한다.
우리 사회가 치유의 시간과 과정이 미흡한 채 너무 빨리 물질에 압도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젊은 세대는 물질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윗세대에 비하면 비교적 편하게 성장했지만.
과거 세대의 트라우마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는 생각이 있다.
뉴스에서 흉한 소식을 들을 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성장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적절한 고난은 있지만.
비틀리고 지나친 고난은 사람 안에 있는 악마적 기질을 활성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