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히 하는 일이 없는 나도,
일요일 오후가 되면 우울해진다.
내일부터 또 한 주가 시작되는구나...
다음 주에 해야 할 일들을 종이에 끄적거려놓고.
잊지 말자고 별표까지 땅땅 표시해두고.
무언가 억울한 심정이 되어 마지못해 잠자리에 든다.
토요일에 외출을 하거나 볼 일이 있으면 주말이 정말 빨리 간다.
이틀 동안 꼼짝 않고 집에 있어야 제법 쉬는 기분인데 말이지.
월요일.
외출 준비를 마치면 벌써 오후가 되어 있다.
머리는 대충 묶어버리고 얼굴에는 물칠만 했으면서.
선크림도 바르지 못하고 마스크를 뒤집어쓰고 튀어나간다.
종이에 쓰인 순서에 따라 일을 보는데.
오늘 해야 할 일은 반밖에 마치지 못했다.
포부가 너무 컸나?
저녁에 돌아와서 얼른 밥부터 챙겨 먹고 휴, 너부러진다.
피곤해.
결국 일요일 오후에 작성했던 'TO DO' 리스트는 목요일쯤이 되어서야 대충 해결되었다.
두어 가지는 또 다음 주로 미뤄지고.
한두 가지는 아예 X표를 그어버린다.
뭘 했는지.
밥 먹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일상생활 말고는 대단한 어떤 것도 하지 못했다.
파마하러 다녀온 미장원이 특별한 행사.
그렇게 그렇게 며칠을 보내면 또 주말이 오고.
그렇게 그렇게 한 주를, 한 달을 보내더니,
일 년이 훌쩍 지나버렸다.
끙.
코로나 19로 마음이 몹시 고단했다고 변명을 해본다.
사는 게 그런 거지 뭐, 뭘 대단한 걸 바라냐고,
짐짓 스스로를 나무라기도 하고.
그래도 무사하니 고맙다고,
나름 하루하루 공들여 살아간다고 합리화도 해본다.
이제 2020년은 12월 한 달 남았다.
징글징글했다.
모두들 힘들었습니다.
극성부리는 코로나 19로 다들 생계가 막연한데.
그래도 꾸역꾸역 살아봅시다.
언제는 세상이 우리에게 꽃길을 깔아주었나요.
(내가 꽃길을 만들지 뭐.)
기껏해야 꽃길은커녕 울퉁불퉁 갈지자로 우왕좌왕 허둥거리는 자취를 그리겠지만.
그래도 지나고 보면 지나간 날들이 아름답지 않던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