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업과 '마음의 직(職)'을 동시에 해낸다는 것
혼자 살아가는 나날들
여기서 '마음의 직(職)'이란 내가 방금 지어낸 표현인데,
마음에서 우러나와 평생을 두고 추구하는 일을 말한다.
취미보다는 깊이가 있고 훨씬 더 많은 에너지와 재능을 요구하는.
순전히 자신이 느끼는 기쁨을 위해 시간과 비용과 에너지를 사용한다.
재물이나 명성 또는 결과로 보상이 돌아오기도 하지만.
그 시작은 세속적인 이득을 얻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겸직과는 차이가 있다.
나는 지구 곳곳의 장소, 지리적인 정보와 사람들의 각기 다른 생활에 호기심을 갖고 있어서 유튜브로 다른 나라의 풍경을 늘 찾아본다.
자막과 말을 최소화하고 어울리는 잔잔한 음악 또는
풍경에 덧붙어있는 자연스러운 소리만 남긴,
고요히 흘러가는 풍경을 좋아한다.
그래서 나는 'Tarar Support'를 즐겨본다.
파키스탄 펀잡 지방의 농장주인 장년의 사나이는 농장을 돌보다가 훌쩍,
검은색 낡은 무개 지프차나 모터사이클에 올라,
또는 버스나 기차를 타고.
파키스탄의 여기저기 가끔은 이웃한 이슬람 국가들을 며칠씩 돌아다닌다.
가라앉은 단색의 전통복장을 입고 단출한 짐을 꾸려서.
허름한 숙소에 머물면서 하염없이 풍경 속을 달리는 침묵의 여정.
출발하면서 간단하게 여로를 소개하고,
지나가는 혹은 도착한 그 장소에 대한 짤막한 설명을 덧붙일 뿐.
메마르고 황량하거나,
계곡 사이로 물감을 풀어낸 듯 새파란 강물이 흐르거나.
초라한 행색의 사나이가 그만큼이나 역시 초라한 양 떼를 몰고 가는 오지.
아니면 우글우글 비슷한 행색의 남자들만 몰려있는 먼지 뿌연 장터.
산속에 뚝뚝 떨어져 있는 사각의 집들이 있는 길을 요란하게 치장한 트럭들이 울퉁불퉁 흙먼지를 일으키고.
또는 제멋대로 생긴 건물들이 다닥다닥 간판을 달고 있는 도시를 지나거나.
폭우에 도로가 파손된 깊은 산속을 혼자,
터덜터덜 길을 따라 묵묵히 전진한다.
가끔은 숲이 우거진 고산준봉과 푸른 호수도 찾아가지만.
대부분은 소모만 할 뿐 전혀 돌보지 않는 파키스탄의 황폐한 땅들.
가난하고 고달픈 삶이 걸어 다니는 현실의 파키스탄을 그대로 보여준다.
언뜻언뜻 보이는 장년의 사나이는 지쳐 보이기도 하고.
쓸쓸한 기분이 전해지기도 하는 담담한 모습인데.
농장일이 그를 먹고살게 해주는 생업이라면,
유튜브를 통해서 전 세계로 송출되는 이 콘텐츠는,
애정과 책임감을 갖고 진심으로 몰두하고 헌신하는 '마음의 직(職)'이리라.
생업은 중요하다.
태어난 김에 살아간다지만
어쨌든 우리는 최선을 다해 살아가야 하고.
먹고사는 것에 더해 가족을 이루고 사람 노릇 하며 문명인답게 살아가야 하므로.
돈을, 되도록 쉽게 많이 벌 수 있는 생업을 찾는다.
내가 좋아하는 일, 재능과 흥미를 살리고 즐거울 수 있는 일을 하면서 먹고살 수 있는 돈까지 벌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그런 행운은 극히 드물고.
신기하게도 나의 순수한 기쁨은 돈이 되지 않는다.
밥벌이로 하는 일은 고달프고 따분하다.
기쁨보다는 의무감에 짓눌리면서
내가 가진 알량한 능력과 시간, 에너지를 생업에 몽땅 바쳐야 한다.
그래서 나중에, 나중에.
애들 키워놓고 또는 돈을 모아서 은퇴한 뒤로 기쁨의 시간을 미루지만.
생업은 나의 청춘과 꿈과 마음을 몽땅 가져가 버렸고.
더해서 영혼까지 생업에 맞추어 변형되고 굳어버린지라...
막상 은퇴하고 나면 텅 빈 껍데기만 남아있지.
무엇에 나는 순수한 기쁨을 느꼈던가?
어떻게 나는 그것을 찾아낼 수 있을까?
비록 밥벌이의 길로 접어들더라도 가슴에 품은 순수한 꿈, 이해타산이 아닌 마음에서 우러나는 간절한 그 무엇을 우리는 간직해야 한다.
잊히지 않도록 종종 꺼내보고.
그로부터 너무 멀어지지 않도록 수시로 나를 점검하자.
평소에 조금씩이라도 꿈을 시도해보고.
힘겹더라도 방향이 맞는지 확인하면서 미세한 실행이라도 차곡차곡 진행해야겠지.
밥벌이도 중요하다.
마음의 기쁨을 추구하는 것도 중요하다.
밥벌이의 고단함은 나를 대지에 발 붙이게 하고.
그래서 꿈을 향해 출발할 수 있는 기반이 되지.
꿈은 내가 이루고자 하는 나의 모습을 향한다.
꿈을 잃지 말자.
수시로 준비하자.
결과는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추구하면서 충분히 기쁨을 얻었으니,
그것으로 만족!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