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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남과 북의 하루

마음에 남은 풍경들

by 기차는 달려가고

봄날 같은 날씨는 하룻밤 새 확 달라져버렸다.

나는 여행의 피로감으로 축 늘어져서 창문을 열어두고 비 내리고 바람 부는 바깥을 구경했다.

비가 그치고 저녁이 다가오도록 한참을 뭉기작거리다 배가 고프니 밖으로 나갈 수밖에.


1일 1 바다 정신으로 항구의 방파제 쪽으로 가봤는데.

와, 바람이 어찌나 거센지.

그냥 돌아가려다가 거센 바람을 맞으며 사진을 찍는 사람에게 용기를 얻어 다가가본다.

계속 밀려오는 파도가 방파제에 부딪치며 커다란 포말을 일으키고.

잿빛 구름 사이로 맑은 하늘이 슬쩍 나타나기는 했지만

바람이 거셌다.



제주도를 떠나기 전에 서귀포 바다를 다시 보고 싶어서 한라산을 넘어가는 버스를 탄다.

제주 시내에는 부슬부슬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하늘에는 구름이 잔뜩 껴있다.

시내를 지나 버스는 한라산으로 점점 올라간다.

성판악, 교래를 지나는 길인데 그전에 한라생태숲이 있다.

가보려 했지만 피곤하다고 미루다가 서귀포에서 돌아오면서 들러야지, 했었는데.

한라산으로 들어오니 비가 내리네.

단풍 든 산과 길이 푹 젖어있다.


달리는 차 안에서 멍하니, 바깥을 바라보면서

와, 정말 멋지다, 거듭거듭 감탄하면서.

이렇게 멋진 날에,

이곳을 지날 수 있어서 무척이나 기쁜 마음이었다.



서귀포 하늘은 구름이 물러나고 있었다.

따뜻하고 환했다.

청명한 하늘.


항구 부근 어느 집의 돌담과 뜰의 나무들.

육지의 집들이 마당에 감나무를 심듯이 이곳에서는 귤 종류 나무들을 키우나 보다.

한라봉, 귤, 금귤 종류가 흔하게 보인다.


그리고 제주도에서 흔히 보이는 먼나무.

빨간 열매가 조롱조롱 달리는 이 나무는 마당에도 심고 가로수로도 심는다.

예쁨.

서귀포 항구는 편안했고.

먹구름은 멀리 물러나 넓은 바다도 파아란 빛깔로 출렁거렸다.

파란 바다 색이 전혀 안 나오는 나의 막손.


동쪽 바다를 돌아올까,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멋지고 멋진 가을 한라산을 더 보려고 다시 한라산을 넘어가는 버스를 탄다.

사진의 질은 걍 넘어가 주시길^^


부슬부슬 내리는 비에 젖은 한라산 단풍은 얼마나 가슴이 벅찬지.


고마운 하루.

마지막은 제주도의 순간적인 미친 비바람으로 몽땅 젖어버렸지만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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