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주기적으로 위에 문제가 생긴다.
평화 시대가 지속되면,
좋다고 연일 과식하고.
그러다 보면 나의 무능한 소화기관에 과부하가 걸리니.
위가 비명을 지르며 반란을 일으킨다.
이런 패턴의 반복이라 적어도 2~3년에 한 번씩은 크게 탈이 난다.
빠르면 일주일 정도 고생하고 회복되지만,
상태가 좋지 않을 때는 두 달쯤 정말 힘들었던 적도 있다.
이 소동을 겪는 동안은 제대로 먹지를 못하니.
그동안 늘었던 체중이 저절로 빠진다.
역시 속 쓰림으로 고통받던 오래전에,
위는 아프고.
밥을 사랑하는 나의 즐거움도 누리지 못해 기분도 몹시 안 좋을 때.
그 우울한 와중에,
그럼에도 먹을 만한 것을 열심히 궁리하던 어느 날.
뭔가가 떠올랐다!
휘청거리는 몸을 일으켜 이태원으로.
이태원에는 꽤 오랫동안 오스트리아 식당이 있었다.
완전 동네 식당처럼 제각각 다른 의자와 테이블이 놓여있던 소박한 공간.
자리에 앉아서 메뉴를 한참 들여다보다가,
그나마 내가 먹을 수 있어 보이는 토마토 수프를 주문했지.
붉은색의 수프를 한 입 먹자,
아,
그 따뜻하고 부드럽고 살짝 새콤한 액체가 입을 지나 식도를 타고 비어있는 위에 살그머니 도달하기까지!
음식을 갈망하던 내 몸은 토마토 수프의 왕림을 환영하며, 국물 한 방울, 한 방울을 쏙쏙, 기쁘게 받아들였다.
토마토가 예민한 소화기에 좋은 음식은 아니라는데,
그날 토마토 수프를 시작으로 나는 식사를 시작했고.
순조롭게 몸이 회복되었지.
직접 빵도 만들어 팔고 소시지 종류가 다양했던 그 식당은 이제 없다.
좋아하던, 몇 안 되는 식당이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