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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쉽게 차려먹은 아침밥, 7편, 주먹밥, 계란말이

by 기차는 달려가고

아침에는 쌀밥을 잘 먹지 않는다.

하루 세 번이나 밥을 먹기에는 부담스러운 느낌이 있고.

일어나자마자 아침을 먹으니 손이 덜 가는 메뉴를 찾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는 밥이 먹고 싶어졌다.

톡톡한 밥알이 눈앞에 아른거리면서 밥알이 씹고 싶은 거다.

그렇다고 본격적으로 밥상을 차릴 성의는 없음.

음,

그러면 냉장고에 있는 찬밥으로 주먹밥이나 만들어 볼까?



꼿꼿하게 굳은 찬밥을 전자레인지에 돌려서 부드럽게 한 다음에 믹싱볼에 쏟는다.

여기에 잘게 다진 매운 고추가 들어간 지리멸 볶음을 넣고. 일본어로 후리가케라 불리는,

(우리나라에서는 회사마다 다른 이름을 붙이는) 볶음밥 재료를 뿌린다.

그러니까 김, 통깨, 소금에 채소나 해산물 같은 다양한 재료들을 잘게 부수어 주먹밥이나 볶음밥을 만들 수 있는 조미제품을 밥에 뿌린 것이다.

여기에 참기름을 더하고 간장을 몇 방울 뿌려서 조물조물 밥과 재료를 잘 섞은 뒤.

이대로 먹어도 맛있지만,

서랍 속에 굴러다니는 삼각형 주먹밥 틀에 밥을 꾹꾹 눌러 찍어내고.

따뜻해지라고 미니오븐에 굽는다.


그러는 한편,

젓가락으로 계란을 풀어 소금 쬐금,

잘게 썬 파를 넣은 계란말이를 만들고.

인스턴트 된장국 블록에 뜨거운 물을 부어 살짝 끓여낸다.

김치도 덜어놓고.

(제발, 김치는 접시에 덜어서 먹읍시다.

통째로 젓가락 넣어 집어먹다, 다시 냉장고에 넣지 말기로 해요.)



그래서 김치, 계란말이와 된장국에 주먹밥 2개가 놓인 아침 밥상이 차려졌다.

오물오물, 생쥐처럼 주먹밥을 파먹고.

구수한 된장국 한 숟가락 떠먹고.

계란말이 한 토막.

김치 한 젓가락.

그렇게 먹다 보니,

오우, 배가 불렀다.


설거지하고 좀 쉬었다가,


귤 하나 까먹고.

플레인 요구르트에 꿀을 섞어 한 숟가락씩 먹으면서

얼른, 얼른 소화되라고 주문 외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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