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에게 보내는 여섯 번째 답장
아빠 편지에 답장을 안 쓴 지 일주일이나 지났네! 지난주는 우리 온 가족이 모여 인천 여행을 해서 편지를 쓸 여유가 없었던 것 같아. 새로운 힘을 충전한 만큼 오늘 일하기 전에 잠깐 시간을 내어 아빠에게 편지를 써.
나는 아빠 편지를 읽을 때마다 놀라는 게 있어. 힘들거나 적응해야하는 그 순간에도 작은 행복을 찾으려고 한다는 부분이야. 누군가의 삶에 흔하게 있을 수 있는 일들도 아빠에게는 행복으로 다가오는 것 같더라고! 특히 지난 편지에 한 아이가 "선생님! 진짜 동안이세요!" 라는 말을 듣고 앞으로 귀여운 일들이 많이 생길 것 같아 기대가 된다는 내용. 그냥 웃고 지나갈 수 있는 순간도 아빠는 "그게 내 행복이었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인 것 같아.
사실 나도 어렸을 때 부터 아빠랑 시간을 많이 보내서 그런지 아빠랑 많은 부분을 닮았잖아. 일 할 때 모습이나, 성향이나, 감수성(?)이 풍부한 거나, 남의 고민에 공감 보다는 해결법을 주려는 부분까지..ㅎㅎ 동생이나 엄마가 답답해하는 포인트도 우리는 닮았어. (인정해야 해) 다른 것 보다도 '일상에서 작은 행복 찾기'는 누구 하나 그렇게 하라고 가르쳐 주지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아빠의 모습에서 배웠던 것 같아. 내가 유치원에 다니던 시절부터 아빠는 차를 타고 갈 때 길가에 물든 단풍을 보거나 하늘에 예쁘게 떠다니는 구름을 보면서 '저건 무슨 모양일까? 나비 같은 모양이네! 우리 단풍을 보면서 동시를 지어볼까?'라는 질문을 하곤했어. 어렸을 땐 그냥 놀이처럼 느껴져서 구름과 단풍을 보며 마음껏 상상력을 펼쳤지. 그런데 그게 어른이 되어서도 길가를 걷다가 문뜩 예쁜 구름을 발견하면 그 순간이 떠오르더라. 작은 꽃을 보더라도 '와 진짜 예쁜 꽃이 길가에 폈네. 너무 예쁘다! 어제 비가 왔는데 어떻게 여기에 살아남았지?'하고 멈춘 채 꽃을 바라보는 여유도 챙길 수 있는 어른이 되었어.
항상 내 주위 사람들은 나한테 이렇게 말해.
"민선 님은 정말 작은 것에도 행복해 하는 분 같아요.
세상 속에 그렇게 감탄할 게 많아요?"
그 어떤 칭찬보다 제일 듣기 좋아하는 말이야. 오늘도 집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좋아하는 향을 칙칙 뿌려주고, 물을 흠뻑 준 화분을 창가 햇볕이 비치는 곳에 두는데 너무 행복한거야! 귀찮은 마음은 하나도 없고, 정말 '행복' 그 자체였어. 그렇게 일 할 거리를 가득 챙겨 집 앞 카페로 자전거를 타고 나가는데 시원한 공기가 후욱 불어오는데 또 행복하더라! 이 마음을 어떻게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는데 온전하게 나 혼자 그 행복을 느끼는 것 자체도 너무 기분이 좋았어. 정말 사소한 건데 나의 하루 속에 비싼 돈을 들이지 않더라도 긍정적인 감정을 온 몸 가득 불어넣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큰 행운 아니야?
가만히 생각을 해봤는데, 억만금의 재산을 물려주는 것 보다 세상 속 행복을 잘 느낄 수 있게 성장하게 해준 게 더 큰 재산 아닐까? 어렸을 때부터 내 하루 틈틈히 작은 행복을 놓치지 않게 붙잡아 줘서 너무 고마워 아빠. 일상이 무료하고 때론 정말 힘들어서 눈물이 나올 때도 있지만 나와 가까이 있는 것들에서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을 찾을 수 있는 것도 다 엄마, 아빠 덕분이라 생각해.
지난 여행에서도 바다에 비치는 저녁 윤슬을 바라보면서 영상과 사진을 찍고는 우리한테 엄청 자랑했잖아. 그 때의 모습처럼 앞으로도 쭈욱 아빠의 삶 속에서 '작은 행복'을 놓치지 않고 살면 좋겠어!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들을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