램 37.2 : 그의 마지막 경기, 그녀의 첫 번째 경기
들숨.
날숨.
들숨… 날숨.
“훕!”
숨을 참아본다. 신경이 한 점으로 몰린다. 400호 홈런 볼이다. 아니, 백일홍인가. 더 이상은 버틸 수가 없다. 죽음을 생각하는 밤이다. 703호 병실 6층 창문. 다 끝내고 싶다. 여기서 떨어져 내리면 죽을까? 아프기만 하고 죽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러면 곤란하다.
다시 들숨.
날숨.
호흡을 참아본다. 들숨과 날숨 그리고 휴지기의 기록이 불규칙한 시간에는 꿈을 꾼다. 깊은 바다 어두운 심해. 코로 숨을 쉬지만 눈 없는 물고기가 슬금슬금 다가오면 호흡은 그걸로 끝이 난다.
폐 속은 공기가 아닌 먹먹한 물로 가득 찬다. 발을 박차고 올라간다. 환호성이 들려온다. 수면 위를 향해 더 빨리 더 높게 혼신의 힘을 다해 손을 뻗어 물을 움켜쥔다. 속도가 난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수면 위로 빨간 백일홍이 보인다. 하지만 한계에 도달했다. 더 이상 올라가지 못한다. 발버둥 친다. 살고 싶다. 제발 살려주세요! 난 다시 잠겨든다. 희망은 없고 절망만 가득한 저 바다 깊은 곳 어두운 심해로….
근육발작으로 인한 지독한 통증이 시작될 때이다. 꿈에서 깨어나 현실로 돌아오면 창밖을 내려다본다. 늘 똑같은 마음뿐이다. 끝내자. 뛰어 내리자.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다. 하지만 죽지 않고 아프기만 할 거 같아 자신이 없다. 어떻게 하면 고통 없이 죽을 수 있을까? 방법을 찾아야 한다.
난 영광의 4번 타자, 파킨슨병 말기환자다. 400호 홈런왕과 무실점 수비로 철벽의 중견수를 기록한 야구인생은 영광과 환희의 순간들 보다 한 아이를 식물인간으로 만들었던 끔찍한 순간 하나만으로 얼룩져 있다.
수비를 볼 때였다. 관중석을 넘기는 홈런 성 타구의 볼을 높이 뛰어 기적처럼 잡아 낸 순간이었다. 당연히 찾아올 팬들의 환호성을 기대했었다. 하지만 나에게 찾아온 건 영광과 기쁨의 환희가 아닌 적막과 야유였다.
두발이 지상에 착지한 순간, 한 소년이 내 옆으로 머리부터 쿵! 하고 떨어져 내렸다. 추락이었다.
목이 꺾였다. 똑같이 홈런 볼을 잡기위해 달려온 소년은 내 글러브에 이마를 정통으로 얻어맞고는 관중석 밖으로 추락해 두 번 다시 일어나지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 뇌진탕과 함께 척수가 손상되었다.
난 한참동안 멍하니 소년을 바라볼 뿐,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정신을 차리고 인공호흡과 함께 소년을 흔들어 깨우려 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그나마 붙어 있었던 소년의 척수가 완전히 나가버렸다.
하늘이 벌이라도 내린 걸까. 그 사고 이후로 도파민이 분비되지 않는다. 떨림 증상이 왼쪽 종아리 근육부터 시작해 온몸의 근육으로 퍼질 때만 해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러다 말겠지.
하지만 결국 전신근육에 강직현상이 시작되었고 소변장애와 운동장애로 이어졌다. 소변 줄을 옆구리에 차고, 야구를 포기하는 걸로 끝나길 바랐지만 지옥은 따로 있었다. 쥐가 오는 것처럼 근육발작과 함께 전신통증이 찾아오면 견딜 수가 없다. 오죽하면 잘 드는 회칼로 근육이란 근육을 모조리 다 회 떠버리고 싶을까. 그 아이. 그 아이는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홈런 볼 잡겠답시고 같은 지옥에서 살아가고 있는 그 아이. 제발 나처럼 통증에 아파하지 말고 기적이 일어나 다시 깨어나기를….
홈런 볼.
그러고 보니 홈런 볼에 대한 추억이 하나 더 있다. 깡! 소리와 함께 쭉 뻗어 나간 공은 오른쪽 조명탑을 넘어 야구장 밖으로 날아갔다. 대한민국 야구역사를 새로 쓴 나 장천엽의 400호 홈런 볼이었다. 다음 날 한 소녀가 찾아왔다.
당돌한 소녀였다. 그 앙증맞은 표정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300호가 1억에 거래되었으니까 2억은 받아야 하는데 어쩌지? 그래, 좋아. 인심 썼다. 1억 5천만 주세요. 이 공 찾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세요? 소녀가 400호 홈런 볼을 들고 와 가격을 흥정했다. 이 봐, 꼬마 아가씨. 너 사기 치면 벌 받는다. 이 앙증맞은 소녀가 사기꾼이 아니라는 보장은 없지 않은가. 그런데 야구협회의 심의과정을 통해 소녀의 볼이 진짜 내가 때린 400호 홈런 볼이라는 판정이 나왔다.
진짜 맞죠? 아니, 어떻게 자기가 친 공을 못 알아보지? 1억 5천에 사실 생각 없으면 저랑 사귀어요. 공짜로 드릴게요.
당돌한 소녀는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었다고 한다.
운명은 이미 다 정해져 있었던 거야.
당신이 홈런을 칠 때마다, 아빠는 날 번쩍 안아 올렸어. 그럴 때면 난 정말 하늘을 나는 기분이었지. 행복했어. 지금도 아빠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아빠가 떠난 뒤… 야구장에 오면 아빠의 숨결이 느껴져.
그래서 그 날도 혼자서 찾아 왔는데 우연히 당신을 다시 본 거야. 그 때만 해도 나 당신 별로 안 좋아한 거 알지? 하…. 내 스타일 아니었거든.
들숨.
정말….
날숨.
못 생겼고.
들숨.
무뚝뚝하고….
날숨.
재미없고.
거짓말.
진짜야.
아내가 거짓말을 할 때는 말이 한참이나 느려지고 호흡이 한숨처럼 길어진다. 다 티 난다. 덩달아 내 호흡도 길어진다. 행복한 시간이다.
근데 300호 홈런 볼. 그 볼이 내 가슴으로 날아와 쇄골을 때리고 손에 떨어졌을 때… 실밥만 보이는 거야. 참 신기하지? 그 때 깨달았어. 우린 이 실밥처럼 꽁꽁 묶여 있다는 것을. 그래서 일부러 팔아버렸어. 인정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왜? 왜 그런 눈으로 봐?
아냐.
근데 여기가, 이 쇄골이 계속 아프고 못 잊겠더라. 이미 묶여 버린 거지. 내가 이 남자를 좋아하는구나. 그래서 결국 찾아간 거야. 2년이라는 시간을 괜히 돌아서 말이지….
2년. 300호에서 400호 홈런이 나오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나는 그 시간이 짧았지만 소녀는 무척이나 길었나 보다.
그 때 생각하면 참 웃겨. 쪼그만 게 뭘 안다고. 그 시간도 참 아깝고….
그날 경기에서 나 장천엽의 400호 홈런 볼이 터질 것도, 그 홈런 볼을 차지하게 될 것도 이미 다 알았다던 소녀.
자신만만하던 소녀.
하지만 나를 사랑한 소녀는 내가 파킨슨병에 걸릴 줄은 꿈에도 알지 못했다.
잘 자라, 우리 아가. 자장자장, 자장자장.
지금 들었어? 가끔 하늘에서 천사의 목소리가 들려와.
자장자장, 자장자장.
저 목소리. 천사의 목소리가 들려오면 너무 졸려 하품이 나온다. 또 하나의 은밀하고도 따뜻한 손이 있어 온몸을 감싸 안고 쓰다듬어 주는 것 같다. 너무 좋아 이대로 영원히 잠들고 싶다.
정말 날 인도해줄 천사일까? 누구신가요? 정작 나의 부름에는 응답이 없다.
소년소녀가 풋풋한 사랑을 만들어 가네.
졸린 눈을 비벼가며 보고 있는 TV 드라마 얘기다. 소년이 용기 내어 입맞춤을 시도하고 소녀가 깜짝 놀라는 모습에서 웃음이 터져 나온다. 소녀가 귀엽다.
왜 도망쳐! 하하하.
소녀가 달아나 버린다. 당황해 어쩔 줄 몰라 하는 소년의 굳은 얼굴이 화면 전체를 차지하고 심장 뛰는 소리가 들려온다.
쿵쾅, 쿵쾅.
내 심장도 따라 뛰네. 나도 저런 때가 있었지. 소년이 벌떡 일어나 소녀를 뒤 쫒아간다.
너, 누가 뽀뽀하래?
소녀가 멈춰서더니 뒤돌아 조개껍질을 주워 던진다.
소년이 일부러 다리에 맞아준다.
아, 몰라! 나 처음이란 말이야!
소녀가 얼굴을 가리며 주저앉고, 소년이 깜짝 놀라 고개를 든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머리만 긁적거린다.
나도 첨이야….
바보! 아, 그러니까 준비도 안 됐는데 그렇게 기습적으로 하는 게 어디 있어! 내 소중한 첫 키스 어떡할 거야?
다시 하면 되잖아….
이 바보가! 항상 제멋대로야!
소녀가 다시 조개껍질을 주워든다. 소년이 고양이처럼 두 손을 앞으로 세우고는 소녀에게 슬금슬금 다가간다.
오지 마. 너 오지 마.
소녀가 뒷걸음을 치다가 웃으며 뒤돌아 다시 뛴다. 잡힐 듯 말듯. 소년소녀가 깔깔깔 거리며 달리는 해변 가 풍경이 아름답다. 잔잔한 파도와 석양이 저무는 해변은 금빛 모래로 반짝인다. 소년소녀가 멈추어 선 곳, 백조처럼 내려앉은 새 하얀 그랜드피아노가 한쪽 날개를 펼친 상태로 아름다운 소리를 자아낸다. 쇼팽의 녹턴. (Chopin Nocturne Op.9 No.2) 내가 이곡을 제목까지 정확하게 어떻게 알고 있는 걸까?
피아노 선율이 금빛 해변과 붉은 하늘을 가득 채운다.
심장이 피아노 저음부의 박자를 정확히 맞추어 뛰고 있다. 피아노뿐만이 아니다. 내 심장은 소년의 심장 박동과도 일치한다.
신비롭다. 소년이 소녀의 눈을 본다. 소녀의 눈 속에 홈런왕, 장천엽 내가 담겨 있다. 소녀가 내 양쪽 뺨을 붙잡고 가벼운 입맞춤을 해준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난 지금 소년의 몸속에 들어와 있다.
미안, 아까 너무 놀랐지 뭐야. 실은 나도 네가 좋아! 정말 좋아!
소녀가 활짝 웃는다.
한곡 더 연주해줘.
내가?
응.
내가 언제 연주를 했지?
소녀가 내 손을 잡아 피아노 앞으로 이끈다. 건반 위에 열손가락을 올리는 순간, 나는 피아니스트가 된다.
쇼팽의 녹턴이 울려 퍼진다.
숨결. 규칙적인 호흡에 따른 따뜻한 숨결이 피아노소리에 담겨있다. 잠깐만…. 아니야. 귀를 잘 기울여봐.
자장자장, 자장자장 잘 자라 우리 지우 앞뜰과 뒷동산에….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본다. 하늘에서 천사가 또 노래한다. 흥얼거리는 콧노래 소리와 함께 또 하나의 따뜻한 손이 내려와 보듬어 주고 쓰다듬어 준다.
집중해서 귀를 기울여본다. 소리가 분리된다. 피아노소리와 숨결 그리고 자장가가 서로 하나인 것 같지만 따로따로 분리된다. 너무 집중했나?
하품이 나온다. 너무 졸리다. 지우? 우리 지우? 지우는 또 누구? 건반을 잘못 쳐 피아노 선율이 깨졌다. 소녀가 옆에 앉아 화음을 넣어준다.
난 도대체 누구이고, 지금의 이 연주는 어떻게 가능한 걸까?
난 누구야? 난 도대체 누구지?
마음 속 말이 소녀에게 들렸나보다. 소녀의 손이 멈추었다. 내 손도 더 이상 연주하지 않는다.
끼룩끼룩, 갈매기 우는 소리와 철썩 거리는 파도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온다.
소녀가 손을 내민다. 소녀의 손에 마술처럼 400호 홈런 볼이 들려있다. 저 볼은 내가 때린 볼인데, 소녀가 들고 찾아와 돈거래를 들먹이며 난데없는 프러포즈를 건네 와 소나기와 같은 사랑으로 부부의 인연을 맺어 준 볼이기도 하다.
당신이야?
그걸 이제 알아보냐? 섭섭한데.
미안. 나 지금… 나부터가 도대체 누구인지 모르겠는 걸.
넌 누구나 다야. 봐. 넌 어디에나 존재해.
소녀의 시선을 따라 보는 곳 마다 내가 있다. 금빛 모래 한 알에도 내가 있고 하늘을 나는 갈매기에도 내가 존재한다. 파도에도 내가 있어 거품이 되어 사라졌다가 다시 돌아오는 파도에, 난 또 다시 생겨난다.
이곳은 너의 세계. 넌 어디에나 존재하고 무엇이든 될 수 있어.
정말?
응. 넌 내가 좋아했던 첫사랑 김준학이자 지금 내가 사랑하는 남자 홈런왕 장천엽이고 마음만 먹으면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안소율을 뛰어 넘을 수도 있어. 하지만 저기 저 사람은 제발 되지 마.
피아노 뒤, 열 발자국 떨어진 곳에 눈 없는 심해 물고기 가면을 쓴 남자가 우릴 지켜보고 서 있다. 뒤에 뭘 감추고 있는데 그것이 무엇인지 확인할 길이 없다.
누구야?
곧 알게 될 거야. 잊지 마. 고통이 찾아올 때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내려면 호흡해.
소녀가 다시 입을 맞춰준다. 달콤한 입맞춤 뒤에 소녀를 다시 보니, 소녀가 나고 내가 곧 소녀다. 이제 알겠다. 처음에는 놀라웠던 일이 지금은 자연스럽고 당연하다. 이 세계, 나와 모든 것이 하나로 통하는 이 세계는 정말 너무나도 아름답고 신비롭다.
들숨.
날숨.
호흡하자. 이 순간이여 영원 하라.
깡! 소리와 함께 날아간 공이 조명탑을 넘어 야구장 밖으로 날아간다.
400호다!
소녀가 벌떡 일어나 힘차게 뛴다. 관중석의 관중들 모두 다 야구장 밖으로 뛰어 나간다. 야구장 인근 주택가 도로 풀숲 버스정거장 보물찾기에 나선 사람들이 볼을 찾아 헤맨다. 9회 말 2아웃. 경기가 끝나 기 전, 볼을 찾다 지친 사람들이 허탈한 표정으로 하나 둘 관중석으로 돌아와 자리에 앉는다. 소녀만 홀로 핸드폰에 천년의 불을 담아 켜고 볼을 찾아 나선다. 찾을 거야. 반드시 찾을 거야. 버스정거장 뒤편에서 운명처럼 공을 만났을 때, 기쁨의 환희로 소녀의 심장이 쿵쾅거린다.
찾았다!
소녀가 볼을 쥔 손을 번쩍 들어 올린다. 옆에서 함께 끝까지 볼을 찾던 소년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건 400호 홈런 볼이 아니라 동네아이들이 놀다가 잃어버린 공이라고 우긴다.
메롱.
이거 맞거든?
난 확신했어. 이 볼은 분명 400호 홈런 볼이고, 이 볼을 다리로 당신과 나 우리의 운명이 이어질 거란 걸. 하지만 난 다음 노래는 알지 못했어. 맞추지도 못했어. 이건 너무 엉뚱한 노래잖아. 아프지 마. 제발, 아프지 마. 나 후회하지 않아. 우리 사랑 영원할 거야.
날 지켜보는 소녀의 눈물이 통증의 고통보다 더 아프게 다가온다.
우리 아기 갖자. 나 이대로 당신 못 보내.
말이 되는 소릴 해.
죽음 뒤엔 뭐가 있을까? 배터리 수명이 다한 장난감처럼 그저 멈추는 게 다일 뿐 아무 것도 없는 걸까? 아니면 저승길 중간 어느 곳에 있다는 서천꽃밭에서 잠시 머물게 되는 걸까?
기다려. 나 당신 꼭 찾아갈 거야.
죽음 뒤엔 정말 뭐가 있을까?
소녀는 치어리더다. 400호 홈런 볼을 부적처럼 항상 손에 들고 다녔다. 소녀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나와 함께 할 일 없이 밤거리를 걷는 걸 좋아했다.
300호가 어떻게 1억이 되었는지 아세요? 구단이사가 구단주에게 잘 보이려고 300호 임자 찾아가 1억에 사서 선물한 거 있죠.
나도 안다. 구단주가 들고 온 300호 홈런 볼에 직접 사인을 해줬으니까.
근데 그 300호 홈런 볼도 원래 임자가 당신이었다니. 우린 정말 운명이 맞나 보다.
근데 왜 400호는 연락이 없지? 1억 5천만 불러도 못 이기는 척 넘길 텐데. 아참! 사인해줘요. 그러면 5천 더 부를 수 있겠다.
너 쪼그만 게 돈 엄청 밝히는구나.
돈 좋잖아요. 요즘 우리 치어리더들 대만이 돈을 엄청 주거든요? 그래서 고민인 거 있죠. 이 나라를 떠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곧 졸업이라 여기저기 오라고 하는 데가 너무 많아요.
앞서 가다 돌아서서 뒤로 와 강아지처럼 졸졸졸 뒤따라온다. 소녀가 눈에 보일 때면 얼어 죽을 일은 전혀 없어 보일 정도로 따뜻하게 챙겨 입은 상의에 비해 짧은 응원치마 밑으로 드러난 맨살 다리가 추울까 걱정이다.
갑자기 뭐가 생각났는지 앞에 나타나 길을 막고 선다.
아, 추워.
소녀가 홈런 볼을 건네주더니 내 바지주머니 속으로 손을 집어넣는다.
따뜻하네. 1억 5천만 원짜리 난로라 그런가?
행복한 고민인 거야.
뭐가요?
갈 곳이 많다는 거.
정작 가고 싶은 곳은 따로 있는데 연락이 없는 걸요?
어딘데?
여기 홈런 왕 있는 구단이지 어디겠어. 아, 그냥 대만 갈까봐.
수다쟁이 아가씨는 쉴 새 없이 조잘거린다.
아, 곧 연말이네? 이제 유명해지면 방송도 타고 아이돌 가수들이랑 합동 무대도 서게 될 텐데 어떤 춤을 준비해야 하지? 노래도 시키려나? 나 노래는 꽝인데….
앞서 가다 다시 뒤돌아 오더니 춥다는 핑계로 팔짱을 끼고는 꼭 달라붙어선 맑은 입술 사이로 후 하고 하얀 입김을 내뿜는다.
내가 첫사랑인가?
어머, 무슨 소리. 내 첫사랑 얘기 해줘요?
아니야.
이름은 김준학. 키는 180. 생긴 건 홈런 왕 보다 훨씬 잘생겼고.
아니라니까.
질투하는 구나?
맘대로 생각해.
근데, 이 아저씨 봐라? 아까부터 슬쩍슬쩍 다리 훔쳐보는 게…
추울까봐.
음흉해.
난 첫사랑인데.
소녀가 발을 멈춘다. 옆구리에서 팔이 빠져나간다. 허전하다. 이번엔 내가 앞서 간다.
정말요?
응.
아저씨!
왜.
아저씨 나 좋아해요?
응.
나도 아저씨 좋은데. 그럼 우리 진짜 사귀어요?
사귀는 거 아니었어?
소녀가 달려온다. 난 두 팔을 활짝 벌린다. 쳐내기만 했던 내가 소녀를 품에 맞이한다. 홈런 볼이 가슴 속에 들어와 박힌 날의 기억이다. 108개의 실밥이 우리를 꽁꽁 묶은 날이다.
홈런 볼을 만져본다.
야구공의 비밀은 겉면의 108개 실밥에 숨겨져 있다. 공기의 저항과 회전은 궤적에 영향을 주고 움직임을 예측하기 어렵게 만든다. 소녀의 쇄골에는 백일홍이 피어 있다. 백일홍은 108개의 실밥이다. 난 쳐내는 훈련만 해온 4번 타자다. 품안으로 뛰어든 소녀가 적응되지 않지만 지켜준다.
우리 자요.
까불지 마.
얼어 죽지 않을 두터운 상의를 벗을 때 보았다. 어깨가 드러난 민소매 응원셔츠와 브래지어 끈 옆으로 패인 쇄골 아래 화려한 꽃으로 피어 있는 붉은 색 실밥을.
백일홍이다.
그래서 이 소녀 예측불가인가. 돌 직구이면서도 커브다. 때론 실밥이 정확하게 보이는 너클볼이다. 난 어떤 볼이든 쳐낸다.
실밥을 꼭 닮았네.
이거요? 무슨 꽃인지 알아요?
백일홍. 야구하는 인간들은 다 알아.
백일홍도 종류가 많아요.
이건 뭔데.
백일홍.
너 자꾸 까분다.
꽃말 알아요? 붉은 색이니까 인연? 그리움?
너 그리움이 뭔지 알아?
흥! 내가 모를까봐? 어리다고 놀리지 마요. 그리움은 여기 이 가슴이 새카맣게 타들어가는 거예요.
쇄골의 실밥이 검정색으로 변한다. 두둑, 터져나간다.
바보 아저씨. 백일홍의 진짜 꽃말은 변치 않는 영원한 사랑인 걸.
아….
젠장, 통증이 또 찾아온다. 제발 짧게 끝나다오. 하지만 지독한 통증은 끝날 줄 모른다. 제발, 제발….
의식을 잃었나 보다. 온 몸이 땀범벅이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병실이다.
TV 뉴스앵커가 사건사고를 말한다. 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마를 모방한 국내 모방 범이 7차례의 묻지 마 살인을 저지르던 끝에 붙잡혀 서울구치소로 호송 중 호송차가 뒤집어졌고 그 틈을 이용해 탈주했다는 내용이다.
묻지 마 살인. 텍사스전기톱 연쇄살인마를 흉내 낸 모방 범이라….
미친 놈. 어디 따라할 게 없어서 텍사스전기톱 연쇄살인마라니. 잠깐만? 혹시 지옥에서부터 나를 따라온 악마인가?
그래, 내게로 오라. 나에게로 오라. 아무 죄도 없는 멀쩡한 사람들 죽이지 말고 나에게로 오라.
아…. 신호가 또 온다. 정말 잔인하다. 이제는 발작이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온다. 들숨, 날숨. 호흡조차 되지 않는다.
억울하다. 내가 왜 아파야 하고 죽어야 하나.
이제 와 고백하건데, 난 사람을 딱 두 종류로 본다. 태커와 기버다. 태커는 착취하는 자들이고 기버는 베푸는 사람들이다. 태커는 이익만 챙기며 십 원 한 장 손해 보려하지 않고, 기버는 콩 한 조각이라도 나누어 먹는 착한 사람들이다. 태커는 양심과 상식이 작동되지 않는다. 그 대신 자기감정이 우선한다. 기버는 자기감정보다 양심과 상식에 따라 움직인다. 태커는 못 돼 처먹었고, 사납고, 이해심이 없고 반칙변칙에 갈등을 유발하기 일쑤다. 잘못은 자기가 다 저질러 놓고, 가해자이면서 오히려 알고 보면 내가 더 피해자라고 우긴다. 말을 계속해서 바꾸고 입만 열면 거짓말이다. 기버는 바보처럼 착하고, 온순하고, 자상하며 이해심이 많아 어떤 자리든 조화롭다. 갈등에 휘말리면 사과부터 한다. 자신 때문에 주변 사람이 곤란해지거나 다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태커는 그런 것 따위 신경 쓰지 않는다. 남을 이용해 먹는다. 난 기버다. 태커를 혐오하는 기버다. 야구로 쌓아 올리기 시작한 막대한 부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해왔다. 항상 고마워하고 감사하며, 나누고 베푸는 삶을 실천하며 살아왔다.
그래, 그랬단 말이다. 그런데, 왜! 도대체, 왜!
다른 사람도 아닌 내가 이런 끔찍한 고통을 받아야 하고, 그 고통 속에서 순한 양처럼 죽음을 기다려야 하나. 왜 사랑하는 사람을 홀로 남겨 두고 다시는 돌아오질 못할 강을 건너가야 하나.
그 날 사고 이후로 도파민이 분비 되지 않는 이유도 내가 너무 착한 기버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더 억울하다.
너무 착해 손해를 보는 거다. 그 혐오스럽던 인간들, 태커가 부럽다. 그들의 뻔뻔하고도 두꺼운 철가면을 나도 쓰고 싶다. 남은 시간 양심 따위 개나 줘 버리고 내 감정이 외치는 대로, 변칙에 반칙에 그것이 불법이든 말든, 남에게 피해를 주든 말든! 내가 알 게 뭐야!
젠장. 홈런 볼을 집어 들고는 유리창에 내던진다. 와장창 깨진 유리창, 거미줄처럼 균열이 간 채로 남아 있는 거울 속에 소녀가 있다. 이를 악문다. 소녀의 얼굴. 안면근육에 마비라도 찾아온 듯 소녀의 얼굴이 기이한 표정으로 일그러진다.
그러지마.
통증이 길어질 모양이다. 김준학이라고 했던가? 나보다 잘 생겼다고. 소녀의 옆으로 소년의 얼굴이 보인다. 이 새끼, 웃어? 나를 상대로 삼진 아웃을 잡고 이번 경기의 승리자처럼 씩 웃네.
쩍, 하며 갈라진다. 조각난 얼굴의 파편들이 우수수 떨어져 내리고 발끝에서 산산조각 난다.
들숨.
날숨.
호흡해야 한다. 아름답던 피아노 선율을 떠올린다. 잊지 마. 호흡해. 넌 어디에나 존재하고 무엇이든 될 수 있어. 소녀의 말을 기억하자. 하지만 심장박동이 빨라진 탓일까? 피아노 박자와 맞지 않는다. 서로 엇박자가 난다.
그래, 해변부터 떠올려 보자. 순간이동이라도 한 걸까?
난 해변에 서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고요하다. 고요하고 적막하다. 갈매기 소리, 파도소리도 들리지 않네? 발 끝 바닷물이 살아 있는 생명처럼 슬금슬금 뒤로 물러난다. 한발 다가가면, 다가서는 그 만큼 도망치고 멀어진 상태로 거리를 둔다. 안 잡아. 무관심한 척 뒤로 돌아서려다가 재빨리 발을 박찬다. 도루를 하는 것처럼 바닷물을 향해 뛰어 들었다. 바닷물이 일순간에 빠져 나갔다. 수평선이 지평선으로 바뀐 곳에서 부터 거대한 성난 파도가 일어나 해일처럼 밀려들어온다. 해변의 피아노, 백조의 날개가 순식간에 물에 잠기며 옆으로 무너져 쓰러진다. 뒤집어진다. 피아니스트는 어디로 사라진 걸까? 처음부터 없었나? 아참, 나였지. 내가 바로 안소율이었잖아. 할 수 있어.
들숨.
날숨.
지금 이건 꿈, 휴지기의 불규칙한 기록인가? 아니면 현실인가?
통증은 사라졌다. 하지만 어느새 병실로 되돌아와 창밖을 내려다보고 있다. 병실 안에도 물이 차오른다. 발목까지 잠겼다. 문이 열리고 누군가가 들어온다. 모방 범. 눈 없는 심해 물고기 가면을 착용한 남자다. 피아노 뒤에서 우릴 지켜보던 남자. 등 뒤에 숨기고 있던 전기톱을 앞으로 내민다.
왱!
전기톱이 살아나 울부짖는다.
나가야 해. 여기서 빠져 나가야 해! 하지만 전신의 근육이 마비되어 손가락 하나 조차도 움직이질 않는다.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온다. 하늘의 목소리.
참을 수 있겠어요?
참을 수 있냐고? 누군지 모르겠지만 당신 같으면 참을 수 있겠어?
들숨.
날숨.
물이 침대까지 차올랐다. 남자가 눈 없는 물고기 가면을 벗어 던지고는 달려온다.
뭐야… 당신.
그 아이…. 그 아이의 아버지다. 모방 범이 당신이었어? 이봐, 고의가 아니었잖아! 당신의 슬픔과 아픔의 크기 충분히 이해하지만, 흉내 낼 걸 흉내 내야지! 어디 흉내 낼 게 없어 전기톱 살인마야? 당신 아들이 이 사실을 알면 얼마나 속상하고 슬프겠어!
난 호통 친다.
왱!
전기톱의 끝이 눈앞까지 다가왔다. 난 기버다. 착한 기버다.
아닙니다! 미안합니다! 잘못했습니다! 제가 정말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살려 주십쇼! 저 진짜 살고 싶습니다! 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
고속 회전하는 체인은 쇠 냄새와 기름 냄새 그리고 피 냄새를 치아 사이의 이물질처럼 뱉어낸다. 전기톱의 울부짖음은 아이 아버지의 울음이다. 처절한 감정 그 자체다. 언어를 잃어버린 남자. 그 안의 고통을 말할 언어가 사라진 자가 대신해 표현할 수 있는 극한의 처절함이다.
상처를 줄 만큼이 아닌, 이 지독한 고통의 근원 그 자체를 통째로 도려낼 만큼의 순수한 절규 그 자체다. 수직으로 세워진 전기톱이 내 머리를 향해 내려올 때 병실 안의 물이 한꺼번에 차올랐다. 전기톱이 물을 가른다.
순간, 모든 것이 멈췄다. 스톱 버튼을 눌러 재생이 일시 정지된 영상처럼 딱 멈추었다.
목소리가 들려온다. 당신은 나의 영웅. 아빠 그러지 마요.
홈런 볼 잡겠다고 앞뒤 안보고 달려간 내 잘못이지, 나의 영웅은 최선을 다한 거잖아요.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었어요. 관중석을 넘어온 홈런 성 타구의 볼을 과연 어느 누가 잡아낼 수 있을까요?
아빠, 나의 영웅의 400호 홈런 볼을 버스정류장 옆에서 찾아낸 그 누나 있잖아요. 둘이 결혼한대요. 축하해요. 저 진짜 그 때 그 볼이 홈런 볼이 아니길 바랐어요. 내가 너무 갖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막 우겼어요. 그거 가짜라고. 근데, 그 누나 있잖아요.
저에게 메롱! 이라고 놀렸어요.
다시 돌아가고 싶어요. 지금 제가 단지 슬픈 건, 이런 기억들조차도 점점 더 희미해져가고 있다는 거예요. 아빠, 제발 그러지 마요. 나의 영웅의 500호 홈런 볼 소식을 기다릴 테니 귀에 대고 속삭여줘요. 그리고 그 볼은 꼭 아빠가 잡아 제 손에 쥐어주세요.
들숨.
날숨.
호흡과 함께 중견수로 위치해 있다. 깡! 소리와 함께 사라졌다가 내 머리 위로 날아가는 볼. 굉장한 속도다. 홈런 성 타구다. 홈런! 홈런이네요! 저 볼을 잡는 건 불가능하다고 모두가 입을 모아 말한다. 아니, 난 잡을 수 있어. 오직 단 하나, 하늘을 가르는 볼에만 집중한 채로 전력 질주 한다. 숨이 턱까지 차올라 막힌다. 저 바다 깊은 곳 심해에서부터 발을 박차고 올라와 마침내 수면 위 백일홍을 향해 솟구쳐 오르는 시간. 관중석 벽을 박차고 가장 높이 뛰어 오른다. 볼의 회전이 멈췄고 실밥이 보인다. 선명하다. 글러브를 내미는 순간, 반대쪽을 확인한다. 소년이 달려온다. 난 알고 있었다. 이 속도로 볼을 잡으면 저 소년의 머리를 가격하게 된다는 것을.
글러브를 거둔다. 관중석 담장에 배가 걸린 상태로 볼이 소년의 발 앞에 떨어지는 걸 본다.
홈런! 홈런입니다! 장천엽 선수 관중이 다칠까봐 일부러 잡지 않았어요!
소년이 재빨리 볼을 집어 든다. 그저 좋아 어쩔 줄을 모른다. 나를 본다.
야구 좋아?
네!
소년의 아버지가 조심스럽게 다가온다. 아이가 수비를 방해한 것에 대해 미안해한다. 하지만 말로 표현하지는 못한다.
난 관중석 담장에 배가 걸린 상태로 두 발을 대롱대롱 흔든다.
영차.
글러브를 벗어 건넨다.
너 해. 그거 비싼 거다.
소년이 감격해 입을 다물지 못한다. 아버지도 깜짝 놀란다.
아이고! 뭐해? 감사하다고 해야지!
감사합니다!
소년이 인사하고, 소년의 아버지도 몇 번이고 감사하다고 인사한다. 그들에게 손을 흔들고 지상으로 착지한 순간이다. 내 발은 병실 바닥이다.
슬픔이 전해져 온다. 아이의 아버지가 운다. 알 수 있다.
소년의 숨이 멈췄다.
안 돼!
천장까지 차오른 물이 일순간에 빠진다. 내 몸은 무중력 진공상태에 담겨 있다. 우주비행사처럼 몸이 붕 떠오른다.
두 눈을 감은 순간 또 한 번의 공간이동이 이루어졌다. 수많은 청중들이 내려다보는 가운데 해변의 하얀 백조가 소환되어 날아와 사뿐히 내려앉는다.
우아한 한쪽 날개를 편다.
소년의 숨이 멈춘 순간이란 걸 직감한다. 세상의 모든 빛과 소리가 사라지고 한줄기 빛이 오직 나만을 위해 비춘다.
열손가락을 건반 위에 올리고 연주에 들어간다. 연주곡 램 37.2. 대한민국이 낳은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장지우의 대표 연주곡 500회 독주다. 숨죽인 청중들 사이로 소녀가 보인다. 소녀가 울먹인다.
여보. 지금 보고 있어? 당신 딸이야. 지우. 장지우. 우리 딸이라고.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연주가 끝나고 청중들이 일제히 일어나 기립 박수를 보내온다.
소녀의 눈물일까. 물이 차오른다. 발목까지 차오른 물이 순식간에 불어나 연주장을 가득 채웠다가 일순간에 빠진다.
양수 터졌어요! 머리 보이네요! 호흡하시고, 힘 줘요, 힘!
또 다시 목소리가 들려온다.
들숨.
날숨.
다 나왔어요! 조금만 더 힘내요!
누구일까? 어디에서 들려오는 소리일까?
내 몸도 물과 함께 어디론가 빠져 나간다. 이곳은 어디?
아! 눈이 부시다. 통증이 사라진 대신 강렬한 빛이 두 눈을 뚫고 들어온다. 눈이 부신 정도가 아니다. 불에 달궈진 새빨간 송곳이 두 눈을 찌르고 들어오는 것만 같다.
우르릉, 쾅!
사람들의 목소리. 정체를 알 수 없는 복잡한 소리들은 소음이라기 보단 천둥소리에 가깝다. 살이 뜨겁다. 온몸이 화상을 입은 것처럼 뜨겁게 불타오른다. 수천 개의 바늘이 동시에 살을 찌르는 것만 같다. 아프다. 너무 아프다.
이것은 진짜 통증이다.
응애!
울지 않을 수가 없다. 그동안 참고 참아왔던 눈물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와, 축하해요! 예쁜 공주님, 안녕? 오구, 오구 힘들었어요?
자, 그만 울고 엄마한테 가자.
산모가 누워 있던 병실.
태블릿피시의 넷플릭스 재생기록.
홈런왕 장천엽의 야구인생. 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마. 소년, 소녀를 만나다.
TV에서는 뉴스가, 핸드폰 음악 어플을 통해 재생되고 있는 곡은 쇼팽의 녹턴.
피아니스트 안소율 연주.
그리고 산모의 가방에는 장천엽의 사인이 담긴 400호 홈런 볼이 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