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어리스

울지 못하는 살인자의 이야기

by 임경주


연금술사 레이마그너스는 그의 단 하나뿐인 제자 티어리스에게 ‘눈물 잔’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눈물 잔’은 눈물을 황금으로 변화시키는 마법의 잔이었다.

“울지 못하는 나의 제자야, 너 만이 이 잔을 소유할 수 있다. 오직 너의 눈물만이 이 잔 안에서 황금으로 변화될 것이니…….”

레이마그너스는 티어리스의 손을 꼭 붙잡고, 마지막말을 끝내 다하지 못한 채로 눈을 감고 말았다.

티어리스는 그것을 받아들고는 ‘아이러니’에 빠졌다.

무슨 이유인지 티어리스는 그의 이름처럼 울 수가 없었다.

“어떻게 하면 울 수 있을까?”

티어리스는 울기 위해 노력했다. 엄마를 위해, 황금을 얻고 싶었다. 티어리스의 엄마는 남편과 일찍 사별했고, 가난했고, 황금을 무척이나 좋아하기 때문이었다.

티어리스는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눈물이 나오지 않아요. 어떻게 하면 울 수 있을까요?”

“왜? 왜 억지로 울려고 하느냐? 살다보면 울 일이 얼마나 많은데.”

“레이가 이것을 저에게 주며 말했어요. 이 잔은 마법의 잔으로, 눈물을 떨어뜨리면 황금으로 변한다고요. 전 엄마를 위해서 황금을 만들어 보이고 싶어요.”

“그러니?”

엄마는 즉시 양파를 까라고 말했다.

“아주 맵거든.”

티어리스는 엄마와 함께 양파를 깠다. 엄마는 눈물과 콧물을 철철 흘렸지만, 티어리스는 단 한 방울의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넌 태어났을 때도 울지 않았다. 애야, 잔을 이리 줘봐라.”

엄마는 ‘눈물 잔’에 자신의 눈물을 떨어트렸다. 그러나 황금은 생겨나지 않았다.

“오직 제 눈물만이 황금으로 변화된다고 했어요.”

티어리스가 말했다. 엄마는 한숨을 내쉬었다.

“애야, 그놈은 사기꾼이란다. 허구한 날, 어린 너를 부려먹을 때부터 알아봤단다.”

엄마는 ‘눈물 잔’을 창밖에 던져버리며 소리쳤다.

“못된 놈, 죽으면서까지 어린 아이에게 사기를 치다니!”

티어리스는 엄마의 행동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난 엄마를 기쁘게 해주고 싶었는데…….”

라고 말하며 창밖만 멍하니 바라보았다.

“오, 아가.”

엄마는 티어리스 앞에서 무릎을 꿇고 눈높이를 맞추더니 두 손을 감싸 잡아주며 말했다.

“오, 사랑하는 내 아들아. 엄마는 너만 있으면 된단다. 네가 있어 충분히 기쁘고,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 황금 따위 필요 없다.”

엄마는 티어리스를 꼭 안아주었다. 티어리스는 엄마 품에 안겨 너무도 행복했다. 티어리스도 황금 따위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엄마는 시장에 좀 다녀오마. 저녁거리 좀 사와야겠구나. 우리 아들, 뭐가 먹고 싶니?”

“케밥이요!”

티어리스는 소리쳤다.

“좋았어. 오늘 저녁요리는 케밥이다. 기대하렴.”

엄마가 밖으로 나가자, 티어리스는 침대에 누웠다. 소리 내어 책을 읽었다. 책은 ‘알라딘과 마술램프’였다.

“주인님, 소원이 무엇입니까?”

티어리스는 램프의 요정 ‘지니’가 등장하는 대목에서 창밖을 보았다. 엄마가 던져버린 ‘눈물 잔’이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티어리스는 화단에서 ‘눈물 잔’을 주워들고 양치기소년을 찾아갔다. 양치기소년은 평소 책을 많이 읽기에, 도움이 될 것이라 믿었다.

“어떻게 하면 울 수 있을까요?”

티어리스는 양치기소년에게 물었다. 사연을 들은 양치기소년은 음, 하더니 책을 덮으며 말했다.

“내가 안달루시아산맥에서 산적들에게 붙잡혀 가진 것을 몽땅 잃었는데, 그 중에 내가 가장 소중하게 여겼던 책을 빼앗겼을 때 눈물이 나왔어. 그 책은 집안 대대로 물려 내려온 코란의 말씀이며,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남지 않은 진귀한 보물과도 같은 것이었거든. 너무 슬퍼서 울고 또 울어도 눈물은 마르지 않는 샘처럼 계속 솟아 나왔어. 너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이야? 그것을 잃게 되면 눈물이 저절로 나오겠지.”

티어리스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바로 엄마였다.

“난 엄마가 가장 소중해요.”

“그래? 그럼, 네 엄마를 잃게 되면 눈물이 나올 거야. 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 잔은 엉터리야. 어제 내가 마을 사람들을 놀리기 위해 ‘늑대다! 늑대가 나왔다!’ 라고 막 소리쳤던 것처럼 말이야.”

하하하하, 양치기소년은 배꼽을 잡고 웃었다. 그는 요즘 마을 사람들을 놀려먹는 것이 꽤 즐거웠다.

“코란의 말씀에 거짓말하는 자보다 사악한자는 없다고 했어요!”

티어리스가 소리쳤다.

“뭐, 어때 장난인걸. 하긴, 나도 산적들에게 책을 빼앗긴 뒤로 변한 거라고. 사람은 누구나 다 변하는 거야. 어? 저 녀석 봐라.”

양치기소년은 -말하다말고- 무리를 이탈한 어린양을 발견하고 그 쪽으로 달려갔다. 어린양을 붙잡아 품에 안고 깔깔깔! 거리며 초원 위를 뒹굴고 있었다. 티어리스는 돌아섰다. 그를 통해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티어리스는 양치기소년을 뒤로 하고 산을 내려왔다. 한참을 내려오는 데, 양치기소년이 “늑대야! 늑대가 나타났다!”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이 깜짝 놀라, 포도밭에서 포도를 수확하다가 말고, -괭이와 삽자루를 쥐고서- 양치기소년을 구하기 위해 초원을 내달리고 있었다.

티어리스는 엄마를 너무나도 좋아하기에, 하루라도 빨리 엄마를 기쁘게 해주고 싶었다.

-어떻게 하면 울 수 있을까? 난 울지 못해. 양치기소년의 말처럼, 엄마를 잃게 되면 슬퍼서 눈물이 나올 것 같긴 한데…

티어리스는 답답한 마음에 거리를 걸었다. 상점이 늘어선 거리를 걷다가, 구둣가게 앞에서 멈추었다. 구둣가게주인 빅터는 나이 40이 넘도록 결혼하지 않았는데, 엄마와 매우 친했다. 티어리스는 빅터에게 물었다.

“빅터아저씨, 어떻게 하면 울 수 있을까요? 난 울지 못해요.”

빅터는 진열된 구두의 먼지를 털고 있었다. 언제나 그랬듯이, 오늘도 손님은 없었다.

“울고 싶어?”

“네.”

“한 대 때려줄까? 이 주먹으로 꿀밤을 맞으면 꽤 아파서 눈물이 팽 돌걸.”

빅터는 정말 때리고 싶었다.

“좋아요. 때려주세요.”

티어리스는 눈을 질금 감고 고개를 돌렸다. 그의 주먹은 무시무시했다. 시커먼 털이 머리카락처럼 자라나 있었고, 팔뚝에는 헤나문신이 불꽃처럼 새겨져 있었다. 티어리스는 충격에 대비하기 위해, 머리와 목에 힘을 잔뜩 주었다. 그러나 주먹은 날아오지 않고 빅터의 웃음소리만 들려왔다.

“하하하하! 왜 억지로 울고 싶은데? 한 번 들어보자꾸나.”

티어리스는 눈을 번쩍 떴다.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니, 빅터가 쪼그려 앉으며 눈높이를 맞추고 있었다. 티어리스의 코앞에 위치한 빅터의 얼굴은 시커먼 바윗덩어리 같았다.

“눈물이 필요하거든요.”

“왜 눈물이 필요할까?”

빅터는 다 알면서도 시침을 딱 떼고 모르는 것처럼 물었다.

티어리스는 ‘눈물 잔’을 품에서 꺼내 보여주며 사연을 설명해주었다.

“이 잔은 스승님께서 물려주신 마법의 잔으로, 제 눈물을 떨어뜨리면 황금으로 변하거든요. 하지만 다른 사람의 눈물은 안돼요.”

“오, 정말?”

“네.”

빅터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불현듯 물었다.

“잠깐, 너 눈물을 원하는 거냐? 황금을 원하는 거냐?”

티어리스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난 눈물을 원하는 것일까? 황금을 원하는 것일까?

한참을 생각하다가,

“제가 원하는 것은 엄마를 기쁘게 해주는 것이에요!”

라고 큰소리로 대답했다.

빅터는 혀를 끌끌 차며 몸을 일으켰다.

“애야, 잘 들어라. 난 이 구둣가게를 얻기 위해 아주 어렸을 때부터 힘든 일을 했단다. 어디보자, 네가 올해 몇 살이더라?”

“열한 살 이요.”

“그래, 맞아. 꼭 너만 했을 때였어. 똥을 퍼서 밭에 날랐고, 대장간에서 뜨거운 쇠를 옮겼어. 정말 힘들었지. 주인에게 얻어맞았어. 눈물과 땀을, 네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많이 흘렸단다. 이 상처는 그 때 생긴 거야.”

빅터는 오른손 소매를 걷어붙이더니, 팔꿈치에서부터 어깨까지 이어진 -화상을 입은 끔찍한- 상처를 보여주었다.

“쇳덩어리를 지게에 짊어지고 옮길 때 넘어졌지. 활활 타오르는 화로에 이 팔을 기대지 않았더라면 난 온 몸이 타들어가 죽었을 거다. 덕분에 이 영광의 상처가 생겼지만 말이야.”

티어리스는 상처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차라리 죽는 것이 나앗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혐오스러운 상처였다.

“애야, 황금은 그 잔이 아니더라도, 앞으로 네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얻을 수 있단다. 또 황금이 아니라 해도 네 엄마는 네가 있어 충분히 기쁠 것이다.”

“엄마도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하지만 전 하루라도 빨리 황금을 얻어, 엄마를 기쁘게 해주고 싶어요. 전 울기만 하면 황금을 쉽게 얻을 수 있는 걸요?”

티어리스는 두 손으로 잔을 높이 들어 보이며 말했다. ‘눈물 잔’이 자랑스러웠다. 빅터는 ‘눈물 잔’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처음에는 전혀 믿지 않았지만, 혹시 모를 일이었다.

“애야, 아무래도 네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황금이 아니라 눈물인 것 같구나. 정 울고 싶다면 네 엄마를 죽이렴.”

빅터는 먼지떨이를 목에 가져가 슥 그으며 말했다. 그의 눈은 뒤집어져 흰자위만 보였고, 혀는 턱까지 빠져나왔다. 티어리스는 그 뒤집어진 눈과 새빨간 혀가 무서웠다.

“할 수 있겠냐? 나도 엄마를 잃었을 때 엄청나게 울었다. 아마 그 때 흘린 눈물이 황금으로 변했다면 여기 가게 안을 다 채우고도 남았을 걸.”

“모, 못해요. 전 엄마를 위해서 황금이 필요한 걸요?”

“그래? 그렇다면 그 ‘눈물 잔’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쓰레기와 같은 것이로구나.”

티어리스는 ‘눈물 잔’을 내려다보았다. 아무리보아도 쓰레기는 아닌데, 모두 다 왜 이렇게 말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난 먼지를 털어야하니, 비켜줄렴?”

“네…….”

티어리스는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구둣가게주인 빅터의 목소리를 떠올렸다.

‘정 울고 싶다면 네 엄마를 죽이렴. 할 수 있겠냐?’

티어리스는 고개를 저었다. ‘눈물 잔’을 가슴 앞에 쥐고, 거리를 걷고 또 걸었다.

티어리스가 집에 돌아왔을 때는,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가고 있었다.

“엄마, 저 왔어요. 엄마!”

티어리스는 문을 열고 소리쳤다. 그러나 집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엄마? 엄마?”

벽난로의 불이 꺼져 있었다. 해가 산등성이를 넘어가자, 밖은 갑자기 어두워졌다. 티어리스는 등잔에 불을 밝히지 않았다. 그대로 어둠을 맞이했다.

텅 빈 집안에서, 엄마가 죽고 없다는 -홀로 남겨졌다는- 상상을 하니 정말 슬퍼졌다. 감정이 복받쳐 올라와 눈물이 나올 것도 같았다. 티어리스는 ‘눈물 잔’을 눈 밑에 받쳤다. 하지만 눈물은 단 한 방울도 얻을 수가 없었다.

티어리스는 눈물을 얻고 싶었다.

순간, 엄마가 너무 미워서 사라져버렸으면 좋겠어! 라고 생각했던 때가 떠올랐다. 먹기 싫은 생선을 억지로 먹이면서 안 먹는다고 화내고 소리칠 때가 그랬다. 또 사촌동생 렉스녀석이 집에 와서 자신의 장난감을 마음대로 만질 때 그것을 못 만지게 하면, 속 좁은 녀석이라고 혼낼 때가 그랬다.

“넌, 네 거니까 언제든지 만질 수 있잖아! 동생이 좀 만지는 게 그렇게 싫어?”

티어리스가 가장 아끼는 사마귀나무조립품은 함부로 만지면 부속품이 부러지는 사태가 일어날 수 있기에, 다른 누군가가 만지는 것이 정말(끔찍하게도)싫었다. 그러나 엄마는 그 마음을 이해해주지 않고 무조건 나무라기만 했었다. 그럴 때면 엄마가 미웠다. 화가 나서 엄마가 사라져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티어리스는 ‘눈물 잔’을 손에 꼭 쥐었다.

이곳에 눈물을 떨어뜨려보고 싶어 견딜 수가 없었다.

티어리스는 의자를 밟고 올라가, 선반의 가장 높은 곳에 올려 둔 쥐약을 꺼냈다. 쥐약을 먹은 동네 개 한 마리가 미친 듯이 거리를 뛰어다니다가 끝내는 개울가에서 거품을 입에 물고 피를 토해 죽었던 모습을 기억해냈다. 티어리스는 쥐약을 스푼에 짠 뒤, 물에 섞었다.

쥐약 먹으면 죽는다.

언젠가 엄마는 식빵부스러기에 쥐약을 발라 덫을 놓으며 당부의 당부를 거듭했었다. 가까이 가지도 마라. 쥐약 먹으면 죽는다.

“알았어요, 엄마.”

티어리스는 혼자 중얼거리며 스푼을 이용해 컵 안의 물을 저었다.

티어리스가 양치기소년과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였다.

반찬거리를 사러가던 티어리스의 엄마는 구둣가게 앞에서 발을 멈추었다. 가게주인 빅터는 유리창너머로 그녀가 보이자 인상을 찌푸렸다.

“이래서 옛말에 처녀는 건드려도, 과부는 건드리지 말라고 했구나. 손님도 없는데, 에이 재수 없어.”

한탄을 하는 그 때, 그녀가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빅터, 빅터.”

그녀는 들어오자마자 그의 이름부터 불렀다. 애정이 듬뿍 담겨 있는 목소리였다.

“왜?”

빅터는 시큰둥한 목소리로 그녀를 보지도 않고 대답했다.

“황금을 얻을 수 있어.”

빅터는 황금이라는 말에 눈이 동그래졌다. 재빨리 돌아섰다.

“뭐?”

그녀는 빅터의 귀에 입술을 가까이 대고, 속삭였다. 빅터는 귀가 간지러웠다. 간지러운 만큼 달콤한 말이었다.

“우린 곧 부자가 될 거야. 그 노인네가 마법의 잔을 내 아들에게 넘겨주었어.”

“뭘 넘겨주었다는 거야? 노인네라니?”

“연금술사 레이마그너스 말이야.”

“무슨 말이야. 자세히 말해봐.”

“오, 빅터. 키스해줘. 먼저 키스해줘.”

빅터는 화가 나서, 그녀의 가슴을 밀치며 소리쳤다.

“자세히 말해보라니까!”

그녀는 빅터의 우악스러운 힘에 밀려나가 진열된 구두를 무너뜨리며 넘어졌다. 그녀는 비참했다. 지금 눈앞의 남자에게 버림 받을 까봐, 언제나 불안했다.

그녀는 울지 않기 위해 애썼다. 엉덩이를 털며 일어났다.

“마법의 잔은 눈물을 황금으로 변화시켜.”

“뭐? 푸하하하하하!”

빅터는 고개를 뒤로 젖히더니, 목젖을 드러내며 큰 소리로 웃었다.

“아, 이거 너무 웃겨 눈물이 다 나오는 군. 그래서 눈물을 떨어트려 봤어? 정말 황금으로 변했어? 아, 미치겠다! 정말.”

빅터는 믿지 않았다.

“오, 빅터! 내 아들은 울지 못해. 태어났을 때도 울지 않았어. 지금까지도 계속.”

“무슨 소리야? 네 눈물을 떨어뜨리면 되잖아!”

“내 눈물은 소용없었어. 그 노인네가 주문을 걸어두었나 봐. 오직 내 아들의 눈물만이 그 잔 안에서 황금으로 변한데.”

“말도 안 돼.”

“아냐, 정말이야. 오, 빅터. 내 눈을 봐. 난 지금 진실을 말하고 있어.”

“진실? 이게 진실이야? 진실이란 길가에 설치된 외줄과도 같은 것이지. 그것은 올라타라고 있는 것이 아니라 걸려 넘어지라고 있는 것이야. 그 ‘눈물 잔’ 이라는 마법의 잔이 바로 외줄인 셈이군. 날 걸려 넘어뜨릴 속셈이야?”

“오, 빅터. 아무도 걸려 넘어지지 않아. 내 아들을 울게만 하면 돼. 그럼 우린 부자가 되는 거라고.”

그녀는 아들이 울지 못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자신의 주장을 계속 내세울 수 있었다. 그녀역시 마법의 잔을 믿지 않았다. 하지만 빅터를 붙잡아둘 수 있는 좋은 방법이었다. 티어리스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울지 않았고, 앞으로도 울지 않을 테니까.

“좋아. 네 아들을 억지로라도 울리는 거야. 어때? 그래서 황금이 안 나오면 넌 내 손에 죽는다.”

“어떻게? 방법을 알려줘.”

빅터는 대답하지 못했다. 한참을 생각하다가, 몽둥이로 개를 패듯 패보라고 말하려다 참았다. 아니면 다리를 부러뜨려 보거나.

“오, 빅터. 사랑해.”

그녀는 빅터의 눈을 바라보며 손을 잡았다. 애정을 구걸하고 있었다. 빅터는 그녀의 손을 뿌리치지 못했다.

-정말 황금으로 변할까? 그래, 모를 일이지 연금술사가 남긴 것이니까.

-헌데, 왜 하필 녀석은 울지 못하는 거야. 어떻게 하면 어린 녀석을 울릴 수 있을까?

-아냐, 아냐. 이건 모순이야. 난 이 교활한 여자에게 속고 있는 거라고.

-아니지. 밑져야 본전이잖아. 진짜 황금으로 변할 수도 있는 거야.

-좋아, 일단 애를 울리고 보는 거야. 그래서 만약 황금을 얻으면… 만약에 황금을 얻으면, 이 거머리 같은 여자는 또 어떻게 떼어내지?

짧은 순간이었지만, 여러 가지 생각들이 동시에 떠올랐다. 빅터는 머리가 복잡해 터질 것만 같았다.

“빅터, 밤에 찾아와 줘. 이 일에 대해 만나서 더 의논했으면 해.”

“시끄러워! 조용히 좀 해봐.”

빅터는 가장 슬펐던 때를 떠올려보았다. 그의 엄마가 죽었을 때였다.

“어렸을 때 엄마를 병으로 잃었지. 그 때 너무 슬퍼서 눈물이 계속 쏟아졌어. 그래! 이렇게 하면 어떨까?”

빅터는 갑자기 박수를 치며 말했다.

“어때? 네가 죽은 척 하는 건?”

그녀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녀가 원하는 것은 이런 것이 아니었다. 그와의 지속적인 만남과 육체의 관계를 통해 나누는 뜨거운 사랑이었다.

“그러니까, 네가 죽은 척해서 네 아들을 울리고, 네 아들이 울면 그 눈물로 황금을 얻어내는 거야.”

빅터의 말을 듣고, 그녀는 억지로 웃었다. 쓴웃음이었다.

“좋아? 좋은 거지?”

빅터는 그녀의 쓴웃음을 진짜로 착각했다. 자신이 굉장한 아이디어를 제공한 셈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왜 대답하지 않는 거야? 만약 황금이 나오지 않으면 넌 내손에 죽는 거야. 대신, 황금이 나오면 우리 멀리 도망가서 살자. 물론 네 아들은 집에 남겨두는 거야. 난 애는 질색이니까.”

“오, 빅터! 그렇게 할 수는 없어!”

어차피 일어나지도 않을 일이지만, 그녀는 아들을 버릴 수가 없다고 소리쳤다.

“빅터, 잘 생각해봐. 우리는 황금을 계속 얻어내야 하잖아.”

그녀는 재빨리 변명했다.

“필요한 만큼만 얻어내면 돼. 내가 원하는 것은 줄리아, 당신뿐이야.”

줄리아, 그녀의 이름이었다. 빅터의 사랑에 목이 마른 여자였다. 줄리아는 사랑보다 아들이 더 중요했다. 아들을 버릴 수가 없었다. 그러나 빅터의 달콤한 거짓말에 흔들리는 그녀였다.

“사랑해.”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하고 싶었다. 이 남자와 함께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도망쳐 다시 시작할 수만 있다면 -아들을 버린다고 한들- 그것도 괜찮은 인생이리라. 그러나 빅터의 사랑은 처음부터 끝까지 거짓이었다. 아들을 버리고 둘이서 도망치자고 한 것은, 일단 줄리아를 안심시키기 위한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만약에 황금이 나오면, 그는 줄리아를 버리면 버렸지 티어리스를 절대로 버리지 않을 것이다. 그는 지금 이 순간에도 티어리스의 눈에서 눈물을 짜내는 방법에 대해서만 고민하고 있었다. 그는 다리를 부러뜨리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한참동안 두 사람 사이에 침묵만이 오고갔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줄리아가 대답했다.

“응, 그래 빅터. 그렇게 하자. 당신이 그렇게 원한다면.”

빅터는 활짝 웃었다.

“죽은 연기를 실감나게 잘 해야 해. 내가 지켜보겠어.”

줄리아는 두려웠다. 만약 티어리스가 진짜 울어버리면 낭패였다. ‘눈물 잔’ 안에서 황금으로 변하는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울지 않는다면 빅터를 잠시라도 붙잡을 수 있으리라. 줄리아는 아들을 믿었다. 그녀의 아들은 그 이름처럼,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울지 않았고, 앞으로도 절대로 울지 않을 것이니.

티어리스는 침대에 누워, 이불을 뒤집어 쓴 상태로 잠든 척했다.

이불 밑으로 틈을 만들어, 그곳에 눈을 가까이 대고는 탁자 위에 놓인 물 컵을 바라보았다. 쥐약을 섞은 물이었다. 어둠 속에서 물 컵만이 하얗게 빛을 내고 있었다.

티어리스는 ‘눈물 잔’을 두 손에 꼭 쥐고 가슴에 안았다.

엄마는 집에 들어와서, 등잔에 불을 밝혔다. 케밥을 위해 준비한 반찬거리를 탁자위에 올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목이 탔다. 오늘 밤, 아들 앞에서 갑자기 죽는 연기를 해야 하는 것도 큰 부담이었거니와, 그 과정을 빅터가 찾아와 밖에서 지켜본다고 했다.

그녀는 창밖을 보며 또 한숨을 내쉬었다. 대충 연기해서 빅터를 실망시킬 수 없었다.

답답한 마음에 갈증이 났다. 그녀는 탁자 위에 올려 진 컵을 들어 한숨에 비워버렸다. 휴, 하고 한숨을 내뱉는 순간이었다. 물 냄새가 고약했다.

냄새를 다시 맡아보기 위해, 컵을 들어 코로 가져가는 그 때 목구멍에서부터 시작해, 배속까지 타들어가는 통증이 찾아왔다. 그녀는 손에 힘이 빠져 컵을 떨어뜨렸고, 다리의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앉았다. 통증은 지독했다. 목구멍에 불이라도 붙은 것처럼 타들어갔다. 통증은 배속을 쥐여 짜는 것도 모자라 송곳으로 뚫고 갈퀴로 긁어내는 것만 같았다.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그녀는 두 손으로 목을 쥐어 잡고 알 수 없는 말을 내뱉었다.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티어리스는 깜짝 놀라 이불을 걷어내고 뛰쳐나왔다.

“엄마! 엄마!”

엄마의 몸은 활처럼 굽어졌다가 펴지기를 반복했다.

“엄마! 잘못했어요! 죽지마세요!”

줄리아는 아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너무도 고통스러웠다.

티어리스는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이제야 깨닫고 너무도 슬퍼 -어, 어어- 하고 울기 시작했다. 눈물샘이 터지며 눈물이 흘러나왔다.

빅터는 줄리아가 제법 연기를 잘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애야, 왜 우니?”

빅터가 물었다.

“아저씨! 엄마가 죽었어요!”

티어리스는 엄마의 머리를 무릎에 올리고 엉엉 울었다. 눈물은 턱을 타고 흘러내려 줄리아의 뺨 위로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빅터는 등불을 들고 집안을 한 바퀴 뱅 둘러보았다. 그는 ‘눈물 잔’을 찾고 있었다.

“엄마! 눈 좀 떠보세요! 제가 잘못했어요!”

빅터는 황금이 떨어져 없어지는 것만 같았다. 어서 마법의 잔을 찾아야만 했다. 침대의 이불을 걷어내자, ‘눈물 잔’이 바닥에 굴러 떨어졌다.

빅터는 그것을 주워 들고는 티어리스의 턱 밑에 받쳤다. 눈물이 잔 안에 떨어지는 순간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눈물은 황금으로 변해 반짝반짝 빛을 뿜어냈다. 빅터의 눈이 동그래졌다. 바로 그 때였다. 줄리아가 기침과 함께 구역질을 했다. 티어리스의 무릎 위로 속의 것을 모두 토해내고 있었다.

“엄마? 엄마!”

티어리스는 엄마가 다시 살아나서 기뻤다. 눈물이 뚝 그쳤다.

“엄마! 눈 좀 떠보세요!”

줄리아는 계속 구역질을 했다. 몸을 일으키더니, 앉아서 구역질을 했다. 빅터는 줄리아의 허벅지를 발로 툭툭 건드렸다. 더 죽은 척 하라는 신호였다.

“엄마, 제가 잘못했어요!”

“너, 뭘 잘못했다는 거냐?”

빅터가 물었다.

“제가 쥐약을 탔어요. 그것을 엄마가 마셨고요.”

“뭐?”

빅터는 이제야 연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손에 들린 ‘눈물 잔’을 들여다보았다. ‘눈물 잔’ 안의 황금은 너무도 적은 양이었고, 하찮아보였다. 그는 더 많은 황금을 원했다. 그와 동시에 그녀로부터의 완전한 해방감을 느낄 수도 있었다.

“왜 그런 못된 짓을 했니. 쥐약 따위로 사람은 잘 죽지 않아. 고통스러울 뿐이지.”

빅터의 눈이 어둠 속에서 빛났다. 그것은 살기였다.

“사람을 죽이려면 이렇게 해야 하는 거야.”

그는 줄리아의 머리를 붙잡더니, ‘눈물 잔’으로 정수리를 가격하기 시작했다. 정말로 죽일 작정이었다.

“우리 엄마 때리지 마요!”

티어리스가 깜짝 놀라, 몸을 날려 엄마의 머리를 온몸으로 보호했다.

빅터는 티어리스의 뒷덜미를 잡아 침대로 던져 버린 후, 다시 줄리아의 머리를 가격했다. 줄리아가 고개를 돌려 피하자, ‘눈물 잔’은 광대뼈를 가격하고 있었다. 광대뼈가 함몰되면서 솜뭉치를 때리는 소리가 집안에 울려 퍼졌다.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이 개 같은 년! 지긋지긋한 년! 뒈져버려라!”

빅터의 손은 멈추지 않았다. 티어리스는 다시 달려들어 빅터의 손목에 매달렸다.

“때리지 마세요! 때리지 마세요!”

티어리스는 다시 울음을 터트렸다. 눈물이 날렸다. ‘눈물 잔’ 안에 눈물이 떨어지자 황금이 생겨났다.

“그래, 울어! 어서 울어!”

빅터는 ‘눈물 잔’을 티어리스의 턱 밑에 받치며 소리쳤다.

“더 울어! 계속 울란 말이야!”

빅터는 티어리스의 뒤통수를 손바닥으로 찰싹찰싹 때렸다. 그렇게 하면 황금이 쏟아져 나올 것만 같았다. 그는 마음이 급했다. 쏟아내는 눈물의 양이 마음에 들지 않아, 뺨을 때렸다. 티어리스는 계속 울었다. 쓰러져 꼼짝하지 못하는, 피범벅이 된 엄마의 머리카락이 등불에 비춰보였다.

“이 바보자식, 더 울란 말이야!”

빅터는 마음 같아서는 눈을 걸레 짜듯 짜내버리고 싶었다. 바로 그 때였다. 창밖에서 사부작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빅터는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다. 지금 그에게 중요한 것은 ‘눈물 잔’ 안에 황금을 가득 채우고 또 채우는 것이었다. 하지만 창밖에서 들려온 소리는 그의 행동을 저지하고 말았다. 그는 찝찝했다. 그가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았던 것처럼 누군가가 안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빅터는 다른 손으로 등불을 들어 창문을 비추었다. 바로 그 때, 잔이 넘치기 시작했다. 잔이 넘치며 황금이 넘치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잔을 잡고 있는 빅터의 손가락이 금으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뭐, 뭐야!”

티어리스는 계속 울었다. 빅터는 이제 두려웠다. 티어리스가 눈물을 멈추기를 원했다.

“그, 그만! 울지 마라! 애야, 울지 마라!”

그러나 티어리스의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잔에서 넘쳐 나온 황금은 빅터의 손가락에서부터 시작해 손목을 거쳐 어깨까지 황금으로 변화시키고 있었다.

“이, 이럴 수는 없어! 그만! 그만 울란 말이다!”

빅터의 고함처럼, 티어리스의 눈물은 급기야 폭포처럼 쏟아지고 말았다. 빅터는 온몸이 황금으로 변해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의 입은 벌어진 채로, 울지 말라고 외치고 있었다.

티어리스는 울다가 기절하고 말았다.

“아, 아들……. 아들 어디 있니…….”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티어리스는 엄마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눈을 번쩍 떴다.

“엄마! 엄마!”

티어리스는 바닥을 기어, 엄마의 머리를 꼭 껴안았다. 심장소리가 들려왔다. 엄마의 심장은 뛰고 있었고, 코는 숨을 쉬고 있었다. 엄마는 죽지 않고 살아있었던 것이다.

“엄마, 죄송해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티어리스는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었다.

“아들,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널 이용했고, 널 버리려고 했어……. 엄마를 용서해주렴.”

줄리아 그녀도 죽음에서 되살아 날 때, 그녀가 가장 사랑하고 또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은 바로 자신의 혈육인 아들 하나뿐이라는 사실을 다시 깨달았다.

티어리스와 줄리아는 손을 꼭 잡고 다시 껴안았다. 두 사람을 거대한 황금이 비추고 있었다.

양치기소년은 거리를 달리며 사람들을 붙잡고 소리쳤다. 그러나 그의 말을 믿어주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비, 빅터가! 구둣가게주인 빅터가 황금으로 변했어요! 제, 제발 제 말을 믿어 주세요! ‘눈물 잔’은 진짜였어요! 티어리스의 집안에 황금이 가득하단 말이에요!”

양치기소년은 계속 소리쳤다.

“너 이놈! 이 거짓말쟁이 오늘 한 번 죽어봐라!”

급기야 그에게 -늑대 사건부터 시작해서- 여러 번 속은 것이 분했던 마을 사람들은 그를 붙잡아 매질하기 시작했다.

“으악! 진짜란 말이에요!”

양치기소년은 진실을 호소했다. 그러나 돌아오는 것은 혹독한 매질뿐이었다. 양치기소년은 진실이라는 외줄에 걸려 넘어지고 있었다.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리라.

거리에는 발길질과 주먹질하는 사람들이 눈처럼 불어나고 있었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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