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인생책 04화

남편 이야기

by Shin Huiseon


나와 남편은 소설가 지망생이었다. 우리는 소설 합평모임에서 만났다. 남편은 대학교에서 힙합동아리 활동을 하느라 학점관리를 전혀 하지 않았고 대학을 졸업했을 때 아무것도 남은 게 없었다고 한다. 적성에 맞지 않는 경제학이 전공이었고 물탱크 청소 알바 등을 하며 시간 낭비를 했다.

내가 남편을 만났을 때 남편은 소설을 좀 쓰는 소설가 지망생이었다. 국문학과를 졸업한 나보다 남편은 맞춤법을 안 틀렸고 문장이 깔끔했다. 내가 좋아하는 장강명 작가의 느낌이 있었다. 아주 운이 좋으면 모를까 나보다 남편이 소설가가 될 확률이 높았다.

나는 내 소설을 읽고 피드백 줄 사람과 결혼했는데 남편은 결혼하자마자 노무사 공부를 해야겠다고 말했다. 우리가 결혼하지 않았다면 남편이 더 자유롭게 살았을 것 같고 그래서 나도 결혼하고 나서 소설 쓰기를 그만두었다. 대신 동화를 쓰기 시작했다.

남편은 그렇게 8년 정도 이어오던 시험공부를 최근에 그만뒀다. 회사를 다니면서 공부를 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다. 상상력이 있는 사람이 공부를 한다는 게 참 힘들었을 것 같다.

나도 남편 때문에 독박육아를 하느라 참 힘들었다. 시간이 한참 지나고 나서 남편한테 그때 왜 갑자기 노무사 공부를 한다고 했냐고 물어보니 하는 말.

결혼하고 나서 동아리 모임에 가서 나 이제 소설 이렇게 저렇게 쓸 거라고 했지. 근데 말 못되게 하기로 유명한 선배가 하는 말. "야, 인마, 정신 똑바로 차려! 사는 게 장난이냐?"

남편은 요즘 유튜브 쇼츠를 만들고 있다.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그때 남편이 소설을 계속 썼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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