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빠는 총 식구 8명 집안의 가장이었다. 할아버지, 큰아버지, 엄마, 아빠, 우리 4남매. 식구가 너무 많으니 남의 집에 세들어서 살 수는 없었다. 아빠는 4층짜리 집을 지었다. 지금도 아빠는 시골에 집을 짓고 계신데 사람은 젊을 때 하던 걸 나이 들어서도 반복하는 것 같다.
아빠는 얘기하다 보면 그런 말을 많이 하신다. "누구랑 밥 먹었는데 돼지국밥 2만 원 내가 샀다." 하는 말. 내가 아빠를 싫어하는 이유이다. 속물적이라서. 근데 우리 남편은 장인어른의 그런 부분을 좋게 본다. 남편은 업체 사장들을 많이 만나러 다니는데 작은 돈 계산을 못하는 사장이 한 명씩 있다고 한다. 그런 사장 가게는 몇 년 못 버티고 망한다고 한다. 사업을 하려면 돈 계산을 철저히 할 줄 알아야 한다고. 그런 점에서 우리 아버지는 사업가고, 나는 사업가의 딸이다.
아빠는 기브 앤 테이크가 정확하고, 용건 없는 전화는 걸지 않는다. 항상 일정이 바쁘고 주변에 사람들이 많다. 아빠 병원비가 나오면 우리 4남매가 갹출을 한다. 아빠는 그 돈을 챙기고, 실비보험도 타먹는다. 그렇게 해서 우리 식구 중에서 아빠가 가장 부자가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동화작가 언니가 있는데 그 언니와 술 마시는 게 너무 좋았다. 한 번은 그 언니에게 나의 어떤 점이 좋냐고 물어봤더니 하는 말. 네가 계산이 정확해서 좋아. 예상밖이었다. 나는 나의 공감능력이나 블랙 유머 등등을 좋아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 언니는 이렇게 말했다. 네가 얻어먹지 않으려고 해서 좋다. 어떻게든 갚아주려고 하는 점이 좋다고.
이제는 나를 만든 것의 절반이 아빠라는 걸 정확하게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