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보다 10살쯤 많은 언니들을 좋아한다. 지금은 40대니까 50대 언니들과 친해지는 것이 좋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배울 점이 많은 것 같고 마음이 편안하다.
내가 대학교 3학년 때 우리 과에 편입생들이 나타났다. 예술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국문학과에 편입한 사람들이었다. 그중에 나보다 10살쯤 많은 언니가 있었다. 공강시간에 휴게실에서 커피를 마시게 됐는데, 그 언니가 김영하의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이야기를 했다. 내가 그 언니에게 단막극을 봤다고 하자 소설을 읽어보라고 했다. 나는 그때 조금씩 소설에 관심을 가지던 시기였다. 그런 시기에 그 언니가 딱 나타난 것이다.
그 언니와 나는 밤에 통화하는 사이가 됐다. 언니는 유선전화를 무료로 할 수 있었고, 내 방에는 마침 유선전화가 있었다. 언니는 나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었다. 무슨 무슨 소설을 읽어보라고 말해줬고(그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김영하의 <비상구> 꼭 읽어보세요) 우리는 인생 이야기 같은 것을 나누었다.
알고 보니 그 언니는 신춘문예 최종심까지 간 적이 있는 실력자였다. 다들 최종심까지 가면 몇 년 안 남았다고 한다. 수업 시간에 교수님이 그 언니의 단편소설, 정확한 제목은 기억나지 않지만 이모가 나오는 소설을 이야기로 풀어준 것도 기억난다. 하지만 그 언니는 나에게 자기가 쓴 소설을 보여주지 않았다.
그 언니가 이야기해 준 것 중에 고깃집에 갈 때 상추쌈이 부족할까 봐 가방에 들고 간다는 것(더 달라고 하기가 미안하다고 한다) 비행기 탈 때, 신발을 벗고 타야 한다고 농담한 것 정도가 기억에 남아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나도 어렸고, 그 언니도 뭐든 할 수 있는 젊은 나이였다. 무슨 일 때문인지 연락이 끊어졌는데 나는 아직도 가끔 그 언니가 생각난다. 그때 내 인생에 나타나준 게 고마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