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중심으로 흐르는 강

노는(遊)신부의 사순절 ‘함께 걷는 어둠’

by 교회사이


사순절 재의 수요일 후 목요일, 걸으며 읽는 마가복음서 (2)


“그 무렵에 예수께서 갈릴리 나사렛으로부터 오셔서, 요단 강에서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셨다. 예수께서 물 속에서 막 올라오시는데, 하늘이 갈라지고, 성령이 비둘기같이 자기에게 내려오는 것을 보셨다. 그리고 하늘로부터 소리가 났다.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다. 내가 너를 좋아한다.’ 그리고 곧 성령이 예수를 광야로 내보내셨다. 예수께서 사십 일 동안 광야에 계셨는데, 거기서 사탄에게 시험을 받으셨다. 예수께서 들짐승들과 함께 지내셨는데, 천사들이 그의 시중을 들었다.” (마가복음서 1: 9-13)


세상의 중심으로 흐르는 물 2.jpg photo by noneunshinboo


요단 강에서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시는 예수, 그리고 골고다 언덕에서 사람들에게 십자가에 못박히시는 예수. 죄 없으신 그러나 수많은 죄인들 사이에 섞여 요단 강의 그 차가운 물에 몸 담그시는 예수, 그리고 죄 없으신 그러나 세상의 모든 죄를 지고 끌고 골고다의 언덕 위 그 뜨거운 십자가에 몸 내걸리신 예수. 낮고 낮은 여기 물 아래의 예수, 그리고 높고 높은 거기 어둔 언덕 위의 예수. 이것을 뺀 채로 저것의 의미를 알 수 없고, 여기의 예수를 뺀 채로 저기의 예수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는 부활의 의미를, 부활의 예수를 알 수 없습니다.


죄와 악을 알고 고백하고 용서을 구하는 회개의 요단 강물은 아래로 더 아래로 흐르고, 그 회개의 강물은 위로 흐르고 흘러 골고다 언덕 위로 올라 고통과 죽음으로 모이고, 그 고통과 죽음의 강물은 다시 아래로 흐르고 흘러 무덤을 가득 채우고, 그 죄와 악과 고통과 죽음의 강물로 채워진 어두운 무덤.

그러나, 그 채워진 무덤은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로 빈 무덤이 될 것입니다.


그 빈 무덤에서 터져나오는 부활의 강물은 그러나 우리가 용서와 자비와 사랑과 정의와 평화로 살지 않으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기를 소망하며 그 부활을 살지 않으면, 그 생명의 강물에 우리의 몸과 마음을 담그고 그 강물따라 흐르지 않으면, 봄이 왔으나 봄이 왔음을 모르고, 봄이 왔음을 알지만 봄을 살지 않고, 그러면 겨울은 여전히 여기 있어 회개의 요단 강물은 다시 얼고, 골고다 언덕은 다시 눈으로 덮이고, 굳게 닫는 여기는 다시 어두운 무덤, 회칠한 무덤으로 계속 있을 것입니다.




낮고 낮은 곳, 깊고 깊은 곳, 아래도 더 아래로 흐르는 예수. 그렇게 세상의 중심으로 예수께서는 흘러가십니다. 그리고 예수께서는 바로 그 세상의 중심입니다.


내가 아플 때 그 나의 그 아픈 곳이 나에게 중심, 나의 몸과 마음의 중심이 됩니다. 그래서 나의 중심은 항상 지금 나의 아픈 곳, 가장 아파하는 곳입니다. 그리고 아픈 거기에 나는 있습니다. 그리고 거기를 예수 그리스도께서 찾아오십니다. 거기 계십니다. 그리고 거기 있으나 없는 나, 거기 알지만 모르는 나를 기다리십니다. 아픈 거기, 위로와 치유는 거기에 계신 예수 그리스도를 알아보고, 아픈 곳을 감추지 않고 죄다 보이고 고백하고, 그리고 내 아픔에 아파하시는 그분을 믿고 거기를 그분 손에 드릴 때 비로소 난 빈 무덤이 됩니다.


세상의 중심으로 흐르는 물 1.jpg photo by noneunshinboo


지금 세상이 많이 아픕니다.

세상의 중심은 세상에서 가장 아픈 곳입니다. 아픈 거기에 예수 그리스도께서 계시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를 찾고 싶다면 만나고 싶다면 좋은 곳 건강한 곳이 아니라 지금 세상의 아픈 곳, 세상에서 가장 아픈 곳, 바로 거기 예수께서 계신 세상의 중심으로 우리의 시선을 옮겨야 합니다. 우리의 마음이 거기로 향해야 합니다. 비록 여기 있어도 우리는 거기에 있어야 합니다. 내 몸과 마음이 아픈 것처럼 내가 거기에 있어 거기를 위해 거기에 있는 ‘나’들을 위해 기도하고 또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합니다. 거기에 그리스도 예수는 계십니다.


골고다 언덕, 세상에서 제일 아픈 곳, 그 세상의 중심으로 회개의 강물 그리고 자비와 은총의 강물은 공감과 연대로 흘러 위로와 치유와 회복으로 적시고 새로이 부활의 강물로 다시 흐를 것입니다.


지금 세상의 중심, 세상에서 가장 아픈 곳으로 그 회개와 용서와 자비와 은총의 강물이 우선적으로 흐르기를 소망합니다. 빈곤과 질병, 분열과 분쟁, 테러와 전쟁의 한 복판, 오늘의 그 골고다 언덕으로 흘러가기를 소망합니다. 그래서 잘못된 길과 그릇된 일에서 돌이켜야 할 사람들이 돌이키는 그 회개와 용서의 기적, 공포와 두려움, 고통과 죽음에 처한 사람들이 얻는 그 위로와 치유와 회복의 기적, 그리스도의 사랑과 자비와 용서와 정의와 평화의 기적, 그 부활의 기적이 일어나기를 소망합니다.



주님,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지금 세상에서 가장 아픈 거기 세상의 중심에 계신 주님, 살아 있는 모든 이들과 것들, 죽어 있는 또한 죽어 있다 여기는 그 모든 이들과 것들을 불쌍히 여기소서.

당신의 그 자비의 강물이 흘러 이 땅이 하늘에서와 같이 사랑으로 가득하여 넘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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