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감사함을 느끼는 특별한 여행
남편과 주말 부부 생활을 한 지도 어느덧 2년이 되어 간다. 함께 살 때는 캠핑을 자주 즐겼지만, 남편이 부산으로 발령받은 후로는 주말 캠핑이 쉽지 않았다. 그러다 이번 설 연휴, 오랜만에 다시 캠핑을 떠나기로 했다. 몇 달 만에 함께 짐을 싸며 설렘이 가득했다.
이번 설 연휴는 유독 길었다. 우리는 4박 5일 일정으로 캠핑을 갔다. 겨울 캠핑을..
그리고 우리는 눈 속에 갇혔다.
나는 부산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어렸을 때 눈을 본적이 별로 없다. 어쩌다 눈이 많이 내렸던 어느 겨울에는 눈덩이를 굴려서 동그랗게 만들어 냉동실에 넣었던 기억이 있다. 그만큼 부산은 눈이 잘 오질 않는다.
하지만 전주로 이사 온 후, 우리 집 창고에는 부산에서는 없던 물건인 눈썰매가 생겼다. 몇 해전 눈이 많이 내린 어느 날,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줄 때 눈썰매에 아이를 앉혀서 끌고 갔던 기억이 있다. 그 정도로 전주에는 눈이 많이 오는 날이 종종 있다. 그런 날이 이번 설 연휴였다. 우리는 금산의 어느 한 캠핑장에서 홀로 (연휴 전날 그 캠핑장의 캠퍼는 우리 가족뿐이었다!!!) 캠핑을 즐겼다.
캠핑장에 도착한 첫날에는 집을 짓고 쉬었다. 다행히 첫날에는 날씨가 좋았다. 그리고 둘째 날에 나는 둘째 아들과 대둔산을 등반했다. 겨울의 대둔산은 정말 너무 멋지다. 작년에 처음으로 겨울산을 등반하고 나는 겨울산의 매력에 빠졌다. 하지만 눈 덮인 대둔산을 기대하고 왔건만, 내렸던 눈이 다 녹아서 기대했던 멋진 설산은 볼 수 없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하산하며, 내일을 기대해 본다. 내일 아침에 눈을 뜨면 분명 겨울왕국이 펼쳐져 있으리라.
본격적인 눈은 연휴 셋째 날부터 왔다. 바람소리를 밤새 들으며 자고 일어났더니, 텐트 밖은 온통 겨울왕국이었다. 작년 겨울, 즉흥적으로 캠핑을 하다가 대둔산 등반을 한 적이 있다. 아이젠도 없이 롱패딩에 등산화 대신 부츠를 신고 말이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하지만 고생했던 만큼 겨울산은 너무 아름다웠다. 다음에는 제대로 장비를 챙겨 한번 더 오리라 다짐을 했다. 그리고 이번 캠핑에 나는 등산화와 등산스틱, 스피츠, 아이젠을 가족 수대로 준비해 왔다.
겨울 산이 너무 보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했지만, 바람이 강했다. 남편은 텐트가 걱정이 되어서 못 가겠다고 했다. 그렇다. 눈이 오는 이 추운 날씨에 집이 무너지면 대참사다. 집을 지키는 남편을 뒤로하고 나는 아이들과 대둔산 대신 캠핑장 근처의 육백고지를 오르기로 했다. 캠핑장에서 육백고지까지는 1.5~2km 도로로 연결되어 있어 안전하다. 눈이 30센티 이상 쌓인 그날 장비를 갖추고 우리는 육백고지를 향해 올라갔다.
다행히 도로는 제설작업이 잘 되어 있었다. 하지만 육백고지 정상의 눈은 내린 상태 그대로였다. 당연히 이 날씨에 올라오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우리의 발자국이 유일했다. 바람이 불어 추웠지만 아들들과 나는 겨울산의 풍경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역시 눈꽃은 너무너무 아름답다.
눈은 계속해서 내렸다. 다음 날은 눈이 더욱 많이 쌓였다. 60센티 이상은 되는 것 같았다. 나는 또다시 육백고지를 올랐다. 얼굴에 닿는 차가운 바람이 정신을 깨운다. 이 날 나는 혼자 육백고지를 올랐다. 소설 한 편을 음성으로 들으면서 올랐는데, 소설의 감성과 눈꽃이 어우러져 나만의 세상을 만들었다. 이날 느낀 감정은 한동안 오래갈 것 같다.
캠핑장에 유독 사람이 없던 설 연휴, 눈이 60센티 이상 내린 금산에서 겨울 캠핑을 , 그것도 4박 5일이나 했다. 아마 캠핑을 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우리가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남편은 늘 입버릇처럼 말한다. 캠핑은 체력이 남아도는 사람들이 돈 주고 하는 노숙체험이라고... 이 추운 날, 집 밖에 나와서 그것도 눈이 펑펑 내리는 날에 부푼 기대를 안고 산을 오른다. 나는 노숙체험의 매력에 제대로 빠진 게 분명하다.
캠핑의 진짜 묘미는 캠핑을 다녀와서 느낄 수 있다. 캠핑짐을 집에 내려놓고 우리는 오랜만에 식당에 갔다. 평소에 밥 먹을 때 편안하다고 느끼는가? 일반적으로는 우리는 밥을 먹을 때 편안함과 불편함을 인식하지 못한다. 그 정도로 편하게 먹는 게 당연하다는 것이다. 4박 5일 동안 불편한 자세로 요리를 하고 난로가 있지만 다소 추운 곳에서 밥을 먹다가 식당에서 남이 해주는 밥을 먹으니 눈물 날 정도로 따뜻하고 편안하며 맛있다. ㅜ.ㅜ 4박을 바람소리를 들으며 불편하게 잤었는데 우리 집 안방 침실의 조용함과 포근함은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진 기분이다. 특급호텔이 전혀 부럽지 않다. 평소에는 아무 생각 없이 이용했던 우리 집 욕실은 따뜻하고 너무 편안하다. 식세기와 조리 공간이 있는 우리 집 부엌은 말해 무엇하랴. 너무나 당연했던 일상이 소중하고 감사함으로 다가오는 순간이다.
캠핑은 불편한 여행이다. 손수 집을 짓고 모든 음식은 대부분 직접 요리를 해서 먹는다. 요리하는 공간은 매우 불편하다. 부엌도 욕실도 잠자리도 집보다 훨씬 불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캠핑만의 매력이 있다. 잠들기 전 누웠을 때 고요함 속 자연의 소리가 들린다. 자연 속에 온전하게 나를 맡기고 풀벌레 소리와 별빛이 쏟아지는 밤하늘의 낭만을 느낀다.
산속에서 깊은 밤. 하늘을 올려다보면 우주와 내가 연결되는 기분이 든다. 나의 머리 위의 수많은 별과 왠지 모를 따뜻함이 느껴지는 달빛이 나를 구석구석 비춰주는 기분이 든다. 나는 온 우주를 움직이는 강력한 힘에 내가 연결됨을 느낀다. 혼자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데도 나는 혼자가 아니다는 느낌이 강하게 온다. 자연에 동화되는 순간이다.
여행은 불편하다. 물론 편안한 여행도 많다. 하지만 여행이 불편할수록 돌아왔을 때 일상의 감사함은 배가 된다. 불편한 여행을 많이 해서 그런가 평소 우리 아이들이 어떤 환경에 대해 불평을 하는 경우는 별로 없는 것 같다. 동시에 새로운 환경에 적응도 잘한다. 밖에 아이들을 던져놓으면, 아이들은 어떤 놀이든 만들어서 그 시간을 재미나게 보낸다.
나는 심술쟁이 엄마다. 아들들이 편하면 배알이 꼴린다(?). 이번 주말도 아들들을 어떻게 불편하게 할까 고민한다. 등산과 러닝, 잘 따라와 주는 아들들이 한없이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