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맑금주(金作)128일째
금요일 저녁. 친한 동생의 생일날.
어느 샤브집. 모두 모였다.
식당도 금요일 퇴근길 도로에 있는 차들처럼 빈틈이 없을 정도로 손님들이 꽉 차있었다. 다행히 예약을 해서 당황스럽지 않은 상황과 마주치지 않았다.
예약석이라고 표시된 빈자리의 공간에서 빛이 났다. 씩씩한 발걸음으로 걸어가 앉아 주문을 했다.
이곳은 육수만 선택하면 나머지는 무제한 부풰였다. 고기도! 맥주도! 무한이다.
신이 난 동생들은 에스라인의 기다란 맥주잔을 받아 맹렬한 걸음으로 음식이 아닌 맥주코너로 직행했다. 이곳의 맥주는 내가 제일 좋아했던 브랜드의 생맥주로 준비되어 있었다.
'가장 좋아했던 맥주였는데... 생맥주면 더 맛있겠다'...
"언니! 언니가 제일 좋아하는... 아니 좋아했던 맥주다."
동생이 나의 과거기억 풍선을 터뜨리며 얘기했다.
맞다. 금주 전 우리 모두 라거 맥주를 좋아했지만 이 브랜드 맥주는 아무도 안 먹었었다. 나만 먹었다. 모두 파란 상표 C맥주를 즐겨마셨을 때 나는 농도가 짙은 노란 상표 K맥주를 마셨다. 그런데 이곳에 생맥주로!! K맥주가 있었다.
'금주 전이였으면 흥나게 마셨겠다.'
'저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소서'
속으로 생각하며 머쓱하게
"금주하기 전에 왔었으면 여기는 내가 접수했겠군^^" 하며 맥주의 아쉬움을 음식과 함께 썰어버렸다.
나도 마실 것을 선택하러 움직였다. 음료코너에 풍선을 든 원숭이 머그잔이 준비되어 있었다. 저번 술자리는 고양이였는데 오늘은 원숭이다!! 추운 겨울 원숭이에게 따뜻한 물을 선사했다. 그리고 맥주잔 친구들과 원숭이 엉덩이를 같이 부딪혔다.
쨍그랑!.... 은 아니고 '팍그랑' 하면서 둔탁한 소리가 났다.
갑자기 궁금했다. 맥주의 맛이 기억이 안 난다.
나는 옆의 동생 맥주를 잠깐 빌렸다. 맥주에 코를 가까이 대고 킁킁거렸다. 그 냄새가 기억된 뇌의 꽈리 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래 맥주가 이 맛이었다. 빌려줘서 고마워." 하고 다시 손에 쥐어주었다.
맥주를 들이켠 것이 아니고 들이쉬었다. 잠시나마 향기에 취했지만, 한입 마시고 싶은 생각은 있었지만, 나의 의지보다는 미천하기만 한 향기였다.
우리는 잔디에 풀어놓은 강아지들처럼 음식들 코너를 기운차게 이용했다. 말 그대로 신이 났다. 동생 중 한 명은 "여기서 술로 배울 채울 수 없다" 하면서 맥주를 아끼고 고기와 좋아하는 버섯을 냄비에 가득 넣고 야무지게 보글보글 끓였다. 두 친구는 접시 한 번 비울 때마다 잔도 비워졌다. 이렇게 음식이 무제한이니 1차, 2차, 3차를 갈 필요가 없었다. 배고프니 식사, 고기종류로 든든한 밥류로 1차를 하고 해물과 튀김, 피자, 치킨으로 2차를, 3차는 샐러드, 요거트와 과일로 아주 야무지게 마무리하고 알차게 먹었다. 먹다 주위를 둘러보니 그 많던 손님들이 싹 사라지고 우리를 포함해 세 테이블이 남아있다.
마지막으로 막잔 하자! 하며 맥주를 따라왔는데 이 비주얼은 뭐지? 거품이 90%였다.
맥주잔 가르기를 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맥주 하나를 두 잔으로 나누려고 하면 거품만 잔뜩 이동한다. 기술이 필요한 정말 어려운 작업.
"모야모야 잔 가르기 했어?"
사실은 생맥주통에 맥주가 없어 교체 중이라 기다리라고 했는데 그걸 못 참고 따라서 거품만 잔뜩 따라온 것이었다. 추억의 기억을 떠오르게 하며 수채화 같은 웃음을 선사해 준 동생이다.
10분을 기다려 교체한 맥주와 오징어링으로, 나는 원숭이물과 야채튀김으로 마지막 막잔까지 호로록했다.
너무 고마웠다.
내가 술을 먹었으면 2차를 갔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곳은 배가 부른 안주들이니 술을 좋아하는 동생들은 처음부터 여기 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술을 권할만한데.. 유혹할만한데... 한 번도... 시늉조차 않는다.
그렇게 3차에서 동생이 한 말.
"언니는 이번 연도 목표가 뭐예요?"
12살이나 어린 동생의 질문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우리는 각자 서로의 목표를 이야기하고 한 식당에서 3차까지 장난스럽게 오는 눈처럼 만찬과 수다를 떨었다.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창밖에 장난스럽지가 않은 왕송이 눈이 오려는 찰나에 일어났다.
내가 좀 특별하게 상황을 만들어 가고 있지만 길 잃은 양이 되어 이곳저곳 돌아다녀보고 알려줄게!
지금 술의 길은 다른 길을 가지만 혹시 너희가 나중에 금주를 해야 하는 상황이 필요하게 된다면 내가 가보았던 길 중에서 가장 좋은 길, 그리고 스스로 개척할 수 있는 길을 알려줄게. 내가 꼭 도와줄게. 우리 2025년도 목표 꼭 이루자 사랑해^^
해맑금주(황금金창조주作)- 삶을 해맑게 황금으로 만들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