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징이 출몰

매일줄넘기244일째

by 샤인진

아침. 밖을 나올 때마다 어색해죽겠다. 너무 밝다. 똑같은 시간과 장소가 맞나 싶다. '이렇게 밝혀줄 수 있으면서 그동안 컴컴하게 놔뒀어!' 생각할 정도로 밝다. 혼자 조금은 서운한 마음이 들 정도로 너무나 밝다(그래서 좋긴 하다).


탕탕탕. 돌리다 줄넘기 불만을 알아챈다. 오늘은 보라색구슬이다. 요놈 이리온. 손으로 갈라진 틈을 벌려 떼어낸다. 다른 구슬들이 시원해서 낭창낭창 춤춘다. 과연 지금까지 줄이 땅에 몇 번이나 튕겼을까? 매일 돌리니 구슬들이 아주 수고스러운 일을 하고 있다(나도 수고스럽지만).


연암 박지원 선생님의 문장이다.


"하늘과 땅이 비록 오래되었으나 끊임없이 생명체를 태어나게 하고, 해와 달이 비록 오래되었으나 그 빛은 날마다 새로운 것이다"


글을 읽고 줄넘기 초창기의 그리고 지금도 버리지 못한 나의 징징이가 떠올랐다.

"윽 허리야, 에고 무릎이야."아예 사람처럼 말하기도 한다(나이 든 어른들 중 이 말은 달고 사시는 분들이 종종 있다. 듣기 좋지는 않다.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 다짐하게 된다).

나는 오른손잡이다. 생각해 보니 매일 오른손으로 밥을 먹는다. 매일 손을 들고 내린다. 그럼 망가져 못쓰나? 밥 먹는 행동의 축적으로 팔을 못쓰게 되어 밥을 못 먹는다는 상황은 들어본 적 없다. 매일 식도를 타고 밥이 넘어간다. 그 얇은 식도가 매일 늘어나고 쓸린다. 매일 위를 쓴다. 매일 눈을 뜨고 본다. 그럼 매일 쓰니까 곧 못 보나? 금방 망가지나?

그게 아닌데 징징이는 자꾸만 무릎과 허리에서 자주 출몰하게 된다. 똑같이 다른 것들도 매일 쓰는데 말이다.


생각을 바꿔보려 한다. 그냥 밥 먹는 팔처럼, 소화시키는 위처럼, 보는 눈처럼. 매일 쓰이는 것이고 내 몸은 평생 나를 위해 해낼 것이다. 선생님의 글처럼 그날그날 새로운 행동과 성공을 위해 목표를 위해 나아갈 뿐이다. 오래되었으나 모두 쓰고 있다. 세포들은 끊임없이 새롭게 태어난다. 생각도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 아픈 것에 집중 말고 그럴 시간에 내가 가야 할 길에 집중하자. 징징대지 말자. 오래되어도, 매일, 평생 써도 오른팔로 밥만 잘 먹는다.

그리고 오른팔, 왼팔, 허리, 무릎, 오른발! 왼발! 다 가지고 있다. 그 자체에 감사하자.




데이비드 호킨스의 '놓아버림' 중에서

육체적 장애에 이름 붙이지 마라. 하나의 꼬리표는 하나의 프로그램이다. 통증이라는 단어조차 프로그램이다. 이 꼬리표를 놓아버리면 자기 치유과정이 빨라진다.
안구로 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본다.
감각자체에 항복하라. 질병은 마음에 품은 추상적인 개념이다. 우리는 질병을 느낄 수 없다. 몸을 느끼는 것은 마음이다. 마음 없이 이 몸을 자각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팔은 자기가 팔임을 느낄 수 없다.


종종 경험한다. 생각할 틈 없는 급박한 상황이나 큰 일들이 갑자기 닦치면 없던 힘이 생기고 아플 새가 없다. 분명 아팠었는데 잊어버린다.

아픔에 집중하지 않으려 한다. 아프다 하면 계속 아플 것을 알아버렸으니 글로도 말로도 하지 않기로 하겠다. 내 몸을 갈아먹는 거대한 '아프다. 징징이'와 결별하는 방법을 실행해 본다.(징징, 보기에 귀여운 단어인데 뜻은 그렇지가 않아 아쉽다.)


sticker sticker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