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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로스의 앞머리를 잡자!

해맑금주(金作)94일째

by 샤인진


크로노스와 카이로스, 시간의 신이 두 명 있다.

크로노스 신의 시간은 '어떤 생명체도 피할 수 없는 죽음의 시간' 우리에게 주어지는 동일한 시간이다.

육체를 지배하는 시간이고 규칙적이고 연속성이 있다.

카이로스 신의 시간은 화살을 당기는 순간, 결정적 순간, 타이밍, 기회의 시간을 말한다. 내가 만들어야 나타나는 시간이다. '개인적으로 의미가 있고 주관적인 시간'의 카이로스의 시간이다.


삶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죽음을 관장하는 크로노스의 신이 아니라
삶을 지배하는 카이로스신과 유희하는 것이다.


김운하의 카프카의 서재 중에서


이 문장을 접하고 카이로스신과 유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해 본다.


금주의 상황에 대입해 본다.

금주 전

크로노스신의 술 먹는 시간. 누구에게나 똑같은 시간이다.

금요일. 불금이다.

거리를 지난다. 번쩍번쩍 화려한 빛과 맛있는 냄새 그리고 가게마다의 각자의 분위기로 유혹한다.

주렁주렁 자기의 시간을 달고 웅성웅성 술을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저기 노란색빛을 가진 전등갓 위에 크로노스 신이 앉아있다. 크로노스는 주렁주렁 달린 시간을 모아 모래시계 안에 넣고 흐뭇하게 뒤집는다. 모두의 시간들이 빠르게 크로노스의 지배 속에 빨려 들어가고 술도 몸 따라 무섭게 들어간다.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어?" 하며 집으로 귀가한다.


금주 후

금요일. 불금이다.

나에게 주는 포상으로 자연스럽게 술을 먹었던 당연했던 시간.

금주하는 나는 카이로스 신을 만나기로 한다. 익숙하지 않은 불연속성 시간의 카이로스 시간을 만들어보자. 개인적인 계획을 만들어 연속성을 깨뜨린다. 카페에 가서 핸드드립의 따뜻한 커피와 책을 즐긴다. 깨달음이 오면 빨간색 다이어리에 정리한다. 미용실을 예약하고 머리카락을 다듬는다. 운동을 한다. 옷을 정리하여 분리수거한다. 냉장고를 열고 음식을 정리하고 버린다. 머리는 채우고 주위는 정리하고 비운다. 이렇게 하루만 실행했을 뿐인데 실질적으로 내가 나를 지배하는 시간이 많아짐을 느꼈다.


카이로스신과 친해지기 프로젝트!

토요일. 사람들과 건강한 밥을 먹으며 행복을 나눈다.

길어지는 술자리의 시간을 빠져나온다.

나를 돌아보고 알차게 쓰는 시간으로 나의 현을 당긴다.

그 현이 팽팽해져 기회가 스치면 그 현에서 크던 작던 소리가 날 것이다.

그 소리는 자연스럽게 음악이 된다.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 음악을 만드는 악기가 되어 있다.

그 악기는 아름다운 곡을 연주하며 이루고자 했던 것을 이루고 삶과 세상을 이롭게 할 것이다.


일요일 아침. 잠과 크로노스신과 함께 보냈던 시간. 카이로스신과 아침 운동을 하고 커피 한잔 하며 반죽을 만들어 본다. 독서하며 반죽을 계속 젓는다. 숙취와 함께 일어나면 비몽사몽 시간급류를 타는데 신기하다. 반죽이 점점 뻑뻑해지고 느리게 저어진다. 시간도.. 뻑뻑하게... 느려진다.

그 반죽으로 나는 빵을 완성한다. 그렇게 남들과는 다른 시간이 축척된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왜 크로노스 신의 생물학적 시간 외에 또 다른 시간을 관장하는 카이로스의 신을 창조해 낸 것일까?


직접 행동해 보니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알 수 있었다.

크로노스신이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지는 절대적인 시간으로 존재하지만 똑같은 시간을 카이로스 신으로 다르게 쓸 수 있었다.


신이 모습이 궁금하여 찾아보았다.

크로노스 신은 할아버지가 모래시계와 단단한 돌로 만든 낫, 큰 날개를 가지고 있다. 특이점은 없다.

카이로스신은 등에는 큰 날개와 발목에는 작은 날개, 저울과 칼을 들고 있고 대머리에 앞에만 풍성한 긴 머리카락.. 생김새가 별나다. 그 모습마다 의미가 있었다.



카이로스의 앞머리를 잡아보자!


카이로스 긴 앞머리를 잡자.

기회가 오면 화살을 당길 준비를 하자. 타이밍이 오면 나는 손만 놓으면 된다.

무의미하게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그 시간에 내 것을 창조하는 시간으로 보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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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맑금주(황금金창조주作)-삶을 해맑게 황금으로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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