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금주 미니멀라이프

해맑금주(金作)107일째

by 샤인진

친한 동생들이 운동모임에 기척 없이 놀러 왔다.

동생들, 모임 사람들과 오랜만에 신나도록 운동했다. 걸쭉한 땀이 흥건하게 났다. 체질상 땀이 귀한 몸이라 겨울인데도 이렇게 땀을 흘릴 때면 사우나하고 나온 것처럼 기분이 정말 좋다.


미리 약속된 저녁시간을 보내고 나도 기척 없이 친한 동생들이 있는 맥주집으로 갔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동생은 신나게 저절로 흔들리는 꼬리를 숨기지 못하고 반가워했다.


나무로 된 테이블 위에 뚝배기가 올려져 있었고 그 안에는 우동과 돈가스가 따뜻한 빨간 온천물에 몸을 담그고 반신욕을 즐기고 있었다. 동생들은 노란 바다 위에 떠있는 빙하, 얼음 생맥주(얼생)를 들이켜는 중이었다.

실내는 선남선녀가 술을 마셔 얼굴이 벌게져도 예뻐 보일 수 있는 살짝 어두운 조명의 분위기로 연출되어 있었다. 그 조명 때문인지 오늘따라 얼생의 지평선이 더욱 빛나 보였다.


땀을 많이 흘려서 그런지 오늘따라 목구멍이 자꾸만 메말랐다. 목이 말랐다.

동생들은 벌컥벌컥 해치운 투명한 얼생잔을 들며 한잔 더를 눌렀다.

주문한 얼생이 테이블로 왔고 새로 온 얼생은 날씨 좋은 바닷가 빛처럼 진한 노란색으로 더욱 빛났다.

'진짜 맛있어 보인다....'

지금 현재 금주를 충실히 하고 있는 나의 과거의 기억에서 얼음 생맥주의 동동 떠있는 얼음이 목구멍을 적시고 있음을 느꼈다. 너무 달콤했다. 혀가 입 밖으로 나왔고 순간 날름했다. 그 맛과 촉감을 상상했다.

순간 빙하가 녹아 물 위로 봉긋 뜨듯 덩어리 얼음이 녹으며 얼생의 얼음들이 바다의 하얀 거품 위로 출렁하며 붕 떠 올랐다.


"누나 뭐 마실래요?"

"물 마실래" 상상에서 깨어나며 목멘 소리가 나왔다.

동생은 나무 의자에서 엉덩이를 떼고 빠른 발걸음으로 셀프 정수기로 향했다.

동생이 얼음잔에 물을 따라올 것을 생각했는데 종이컵에 생수를 떠 왔다.

"종이컵 물? 요놈이!!"

종이컵에 호두만 한 크기의 검은 고양이가 앙증맞게 수염을 실룩이며 그려져 있었다.

"고양이 때문에 봐준다"

얼생잔과 종이컵을 건배하며 부딪혔다.

그 빠져드는 노란빛의 얼음바다도 맛있었겠지만 종이 고양이가 주는 물도 목마름에 탁월했다.

그렇게 오늘도 금주의 날짜는 더하기를 했다.


집에 오는 길. 무언가 해방감이 들었다.

금주로 인한 변화가 느껴졌다.

편. 하. 다.

오늘은 무슨 술을 먹을지 고민할 필요 없다.

술을 먹을지 말지 판단할 필요가 없다.

술을 얼마나 마실지 조절하고 참을 필요가 없다.

다음날 일정 생각을 할 필요가 없다. 똑같은 나의 소중한 일상을 보내면된다.


그리고 '오늘은 왜 안 마셔?'라는 질문을 받지 않게 되었다.

상황 설명을 하지 않아도 되어 굉장히 편하다.

질문을 들으면 어떤 얘기를 해야 할지, 변명해야 할지, 설득해야 할지의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생각해 보니 은근히 고민이 되었던 부분이었다.

갈팡질팡하는 선택을 고민해야 했다.

'술을 안 마시면 서운해할 텐데..'

'뭐라고 얘기해야 술을 오늘 쉴 수 있을까?'

'한 잔만 마실까? 대리를 부르기가 애매하다.'

반대로

'더 먹고 싶은데 2차 가자고 해도 될까?'

'좀 더 먹고 싶은데 내일이 일정이..?'

'먹고 싶은데 참아야 하나? 먹을까 말까?' 등등

나에게는 저울에 달았으면 눈금이 움직였을 정도의 실감 나고 무게감 있는 고민이었다.


내 마음 깊은 곳에서 나를 은근히 고문하던 질문들이 사라졌다. 편하다.

이제는 그냥 아주 심플하다. 간단하다.

금주로 미니멀라이프를 할 수 있을 줄은 몰랐다.


술을 털어버린 금주로 인해 깔끔하고 고민 없이 가벼워지는 내가 되고 있다.

결론은 나는 가벼워지고 있음이 분명하다.


술의 먼지를 털어내 보자!


sticker sticker


해맑금주(황금金창조주作)-삶을 해맑게 황금으로 만들기.


keyword
이전 15화타협의 신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