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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I Jun 03. 2024

멍냥토크회_이달의 멍냥 : 루이

2022.09.20

  동아리 초창기, 우리는 회원 강아지, 고양이를 주민들에게 소개하고 싶었다. 마음 한 구석에 공동체의 일원으로, 여기 살고 있는 사람의 가족구성원으로 인정받지 못한 것 때문에 더 적극적으로 나선 것 아닌가 싶다. 우리의 반려멍냥이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임을 안다면 카페 출입등이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하는 간절함이 분명 있었다.

  물론 이런 피해의식(?)만으로 이런 일을 할 순 없다. 정말로 이 사랑스러운 존재를 드러내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다. 대체로 반려멍냥의 보호자들은 자기 강아지와 고양이가 세상에서 제일까진 아니어도, 엄청나게 사랑스럽다고 굳게 믿기 때문이다. 이런 걸 보면 사랑에 빠진 건 눈에 콩깍지가 씐 상태라는 말이 대번에 이해가 간다. 하지만 어쩌란 말인가? 내 눈에 너무 이쁜 존재인 것을. ㅎㅎ     

  이 기획은 내 생각보다 훨씬 힘들었다. 돌이켜 보면 너무 잘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사진촬영부터 인터뷰까지 지나칠 정도로 세심하고 꼼꼼하게 진행했다. 왜 이렇게까지 했나 싶다. 이제 동아리도 만 2년이 넘었고, 이곳에서의 생활도 나름 안정되었으니, 조만간 편안하게 이 시리즈를 이어가 보면 어떨까 싶다.

         





 Q. 루이와 어떻게 만나셨어요?     

루이는 제가 전업 과외 선생을 하던 시절, 가르치던 학생 집에서 데려온 가정견이에요.

2017년 겨울에 루이 엄마가 새끼 다섯 마리를 낳았고, 그중에 루이가 있었어요.     


 


          

 Q. 비숑 강아지를 원하셨던 건가요?     

아뇨, 품종견에 대한 관심은 전혀 없었어요. 제 마음속 강아지가 흰둥이여서 그래요. 만화 ‘짱구는 못 말려’에 나오는 그 흰둥이요.      


   


만약에 내가 개를 키운다면 하얗고 복슬복슬한 털에 까만 눈, 까만 코 점 세 개가 콕 박혀있는, 그런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루이가 딱 그런 강아지였던 거죠.

근데 루이가 처음부터 하얗진 않았어요. 다섯 형제 중에 제일 노랬어요. 순종에 가까운 비숑은 새끼 때 털이 노랗고, 크면 하얘진다고 하더라구요. (어디까지나 루이 모견 보호자의 의견이고, 어릴 때부터 하얗고 예쁜 비숑도 많습니다.) 그래서 털은 제일 노랬지만, 얼굴에 까만 점 세 개가 콕 박힌 루이를 데려오게 되었어요.    


 

     


 Q. 루이는 첫 강아지인가요?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해요. 어릴 적 부모님이 강아지를 데려오셨는데, 여건이 안 좋아 상당한 책임비를 주고 샵에 맡긴 적이 있어요. 어머닌 그게 상처로 남아서 제가 루이를 데려오겠다고 했을 때 반대하셨어요. 그래서 제가 경제적인 부분은 전부 책임질 테니, 나머지 돌봄을 부모님, 동생들이 도와주면 좋겠다고 했고, 결국 허락하셨어요. 가족이 다 개를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제가 과외일 때문에 집을 비운 동안에는 다른 가족들이 루이를 돌봐줬어요.      



      

 Q. 루이는 위스테이지축에서 어떻게 지내요?     

처음엔 적응을 잘 못 했어요. 루이 견생 내내 부모님과 동생들이 있는 집에서만 살았으니까요. 그래서 위스테이 와서는 중문 앞에 딱 앉아서 나가자고 하고, 밖에 나가면 화색이 돌면서 차에 타려고 하고. 집에 가자는 거죠. 그래서 종종 부모님 집에 보내기도 해요. 루이한테는 고향이죠.

그러고 보니 두어 달 전에 루이를 부모님 집에 보냈을 때, 엄마한테 루이 난리 났다고 카톡이 왔어요. 루이는 그닥 산책을 즐기는 개가 아닌데, 엄마랑 같이 예전 집 주변으로 산책하러 나갔더니 계속 걷겠다고 해서 자주 돌던 코스를 완전 풀로 다 돌았다고요!     




이사 와서는 초인종이나 인기척에 루이가 우렁차게 짖는 게 걱정이에요. 윗집, 아랫집에 항상 죄송해서 오가다 마주치면 ‘저희 루이가 좀 짖죠? 죄송해요.’ 인사하는 게 일과예요.     



        

 Q. 루이랑 살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있어요?     

전 처음 루이 데려왔을 때 벙어린 줄 알았어요. 전혀 짖지를 않아서 진지하게 어디 잘못된 건가 했는데, 루이 데려오고 8개월쯤 됐을 때, 가족끼리 어디 갈 일이 있어 루이의 엄마가 있는 집에 하루 맡겼었거든요. 그런데 세상에, 다음 날부터 멍멍- 엄청 우렁찬 소리로 짖더라구요. 자기 엄마랑 똑같은 목소리로!     



다른 일로는 루이가 한강에 빠진 적이 있어요. 예전 루이 어릴 때 부모님이 루이를 데리고 한강 변에 가셨는데 사람이 없어 풀어놓으셨거든요. 그런데 루이가 풀숲에서 튀어나온 벌레에 놀라서 물에 뛰어든 거예요! 물론 얕은 물이어서 발만 담근 거였지만…….

그때 우리 아버지가 퍼뜩 든 생각이 루이가 위험하다! 그런 게 아니라, ‘아, 나는 딸한테 죽었다.’ 였어요. 흐흐. 제가 루이를 끔찍이 (어쩜 과잉) 보호하니까요. 그렇게 물에 들어간 루이는 아무리 부르고 간식을 흔들어도 꼼짝을 안 해서 결국 아버지가 신발, 양말 벗고 들어가서 데리고 나오셨대요. 아마 태어나 목욕을 제외하고 처음으로 물에 들어간 거라 그거 자체로 놀래서 꼼짝 못 했던 거 같아요. 그래서 그 이후로 저는 물론 부모님도 아무리 사람이 없어도 루이를 절대 풀어놓지 않는답니다.     




그리고 에피소드는 아니지만.... 루이가 온 다음에 우리 식구 족보가 좀 꼬였어요. 저는 그걸 개족보(웃음)라고 해요. 하하하. 저는 루이 엄마고, 우리 엄마는 루이 할머니가 됐는데, 아버지가 루이한테 자길 ‘형’이라고 하세요. 우리 동생들도 루이한테 내가 ‘네 형아야’ 그러거든요. 그러니까 아버지랑 동생들이 형제가 된.... 하하하. 근데 아버지는 절대 바꿀 생각이 없으세요.      




 Q. 루이는 함께 하며 달라진 게 있을까요?     

옛날에는 빨리 늙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얼른 나이를 먹어서 안정적으로 살았으면.. 하는 그런 마음? 그런데 지금은 이 순간(NOW!)이 중요하다고 느껴요. 가끔 루이를 배 위에 올려놓으면, 루이가 특유의 체념 한숨을 끙- 내쉬고 그냥 자거든요. 그런 때 기시감이 들어요. 영화나 드라마에서 행복한 장면 위로 자막 나오는 거 있잖아요. ‘삼 년 후’ 이런 식으로. 그럴 때마다 벌써 몇 살이구나! 하는 생각이 퍼뜩 들어요. 시간이 정말 빠르게 흐르고 있다는 걸 깨닫는 거죠.      





그런데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루이는 제가 평생 돌보고 책임져야 하는 영원한 아이 같은 존재잖아요. 그래서 (농담) 우리 동생 수명이라도 몇 년 떼서 루이한테 주고 싶어요. 하하하.

돈도 열심히 벌게 됐어요. 안정적인 일을 구해서 꾸준히 하는 건 루이를 책임지기 위해서거든요. 저에게 루이는 너무 소중한 존재라서 남부럽지 않게 잘해주고 싶어요. 그래서 CCTV도, 간식 주는 로봇도, 드라이룸도, 개모차(그냥 개모차 아니고 개모차계의 마세라티!)도 샀어요. 루이를 위해 돈이 더 필요하면 다른 일을 추가로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가슴으로 낳아 지갑으로 키우는 중이라서요. 호호      


 

루이는 내가 아니면 안 되는 존재잖아요. 나중에 제가 아이를 가지면 비슷하겠죠? 어쨌든 현재의 저에겐 루이가 그런 존재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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