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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 09. 2024
1950년대 아버지와 엄마의 연애!
딴 데 시집가지 마라.
1954년 봄. 진해 해군회관.
아버지와 엄마의 첫 만남이었다.
독립운동하셨거나, 6.25 참전
하신 분들 외 그 가족들의
친선모임 이었다.
외할머니께선 6.25전쟁의
피난길에 막내외삼촌 출산으로
몸이 허약하셔서 돌아가신지
일년이 되었을 무렵이었다.
외할아버지께서는 20살이었던
맏딸인 엄마를 데리고
잠깐 갔다 올 생각이셨다.
엄마는 외할아버지와 동생들.
그리고 종갓집 맏며느리이셨던
외할머니의 부재로 큰 집안의
모든 역할을 하셨고, 엄마의
힘듦을 외할아버지께서는
잠깐의 외출을 시켜주심
이었을 것이다. 엄마는
오랜만의 외출이 신났다고 했다.
북적북적거리는 사람들 사이로
약간 어지러웠지만
시끄러운 악단의 소리가
싫지 않았고, 약간의
흥겨움으로 설레기도 하셨다.
아버진 해군행사를 마치고,
친선모임으로 가셔서
정리겸 확인 차 그 자리를
참석하게 되셨으며 그 곳에서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앳된모습의 엄마를 보았다.
그 모습에 아버진 엄마에게
반하셨다고 말씀하셨다.
"아부지. 엄마 어디가 좋았어요?"
"그냥 처음 볼때부터 좋더라"
아버진 엄마의 주위를
계속 맴돌았다고 하셨다.
외할아버께선 오랜만에
지인들을 만나 말씀 나누시며
그 분위기에 취하셨는지,
오랫동안 자리에 계시면서
술이 취하셨고, 아버지는
모셔드린다는 핑계를 삼아
외갓집이 있는 경화동까지
오시게 되었다.
힘들다는 내색도 없이,
끝까지 외할아버지를 업고
부축해 준 의젓한 아버지가
엄마는 보기 좋았다고 하였다.
겨우 통성명만 하였을 뿐인데,
엄만 아버지를 좋은사람 이라고
느껴졌다고 하였다.
그 후 아버지는 엄마에게
자주 편지를 보내셨다.
그때의 엄마는 혼담이 오가는
분이 계셨다. 제법 큰 양복점을
운영하시는 분이셨다.
첫 번째 부인은 결혼을 하고
얼마지나지 않아 돌아가셨고,
혼자 지낸지 3년이 되셨다.
자제분들은 없었다.
큰 부자는 아니지만
경제력이 갖춰져 있었고,
비록 후처라는 자리였지만
외할아버지는 엄마를
결혼 시키기로 하셨다.
엄마는 외할아버지의 뜻을
거역할 수 없었고, 혼인준비를
하고 계셨던 것이었다.
엄마는 아버지의 편지가 싫지는
않았지만, 결혼상대가 있었기에
거절의 편지를 보내셨다.
한 달 후.
아버지는 무작정 엄마를
찾아오셨다.
엄마를 만난 아버지는
손을 붙잡고, 공원으로 가서
"영자씨! 결혼하지 마이소!
딴 데 시집가지 말고,
내한테 시집와요.
행복하게는 못 해주지만
내가 평생을 영자씨만
바라보며 살겠십니더"
무뚝뚝한 아버지의
담백한 고백이었다.
엄만 고개를 끄덕이며,
조금만 시간을 달라고 하셨다.
외할아버지께 아버지와 결혼
하겠다는 말씀을 드렸다.
외할아버진 노발대발하셨다.
엄마는 며칠동안 단식투쟁
하셨다고 했다.
할아버진 아버지를 불러들였고
아버진 외할아버지께 고개를
조아리며 차근차근 말씀하셨다.
"가진건 없심더..
군인이라는 신분밖에 저에겐
없지만, 평생을 함께
하고 싶습니더. 가진게 없어서
고생할 거라는 걸 압니더.
행복하게 라는 말은
거짓말이라서 못하겠심더.
하지만, 마음은 변치않고
바라보며 살겠심니더.
어르신! 따님을 저에게 주시소."
[엄만 그때 아버지가 또박또박.
길게 이야기하시는걸 처음
보았다고 하셨다.]
외할아버지께서는 거짓없는
아버지의 말에 알겠네. 하셨고,
1년후에 결혼하라고 하셨다.
1년동안 아버지의 듬직함을
보셨을까?
외할아버지께서는 아버지를
맏사위로 받아들이셨다.
아버진 아직 어린 처남들과
본인의 군근무로 인하여,
처가살이를 하기로 하셨다.
외갓집이 대구로 이사가기전인
10년 넘는 시간을 믿음직한
맏사위노릇을 잘 하셨다.
아버진 무뚝뚝하셨지만,
엄마에게는 항상 부드럽게
말씀하셨다.
이건 이렇게 해요!
엄마가 이야기를 하면 항상
알았네. 라고 하셨다.
아버지는 군인가족들이
이사를 자주해야하는 불편함을
아시기에, 엄마와 우리들을
아버지고향인 여기로 데리고
왔고, 아버지와는 떨어져
살게되었다.
아버지가 가끔 휴가때 오시면
늘 엄마가 좋아하는 센빼이(전병)를
들고 오시기도 하였다.
내가 10살즈음
엄마가 한복을 만드실때
옷 재단을 하면서
재단 옷감이 서로 맞추어도
자꾸 삐뚤삐뚤거려서
엄마 말씀이
"치마가 와이래 우노?" 하니
아버지가 옆에서
"사탕 하나줘라 안 울거로"
두분의 알콩달콩한 말씀들이
나의 행복주머니로 들어가
가끔 아버지. 엄마가 그리운날엔
나의 마음에 꽃 피우듯
활짝 열려서 몽글몽글
나의 온 몸을 감싸안는다.
무심한 경상도 사나이.
남자들만의 세계에서
살아내시느라 더욱더
무뚝뚝 하셨던 분.
그러나, 엄마에 대한 사랑은
깊었기에, 말 보다는 옆에서
묵묵히 사랑의 행동들을
하고 계셨다.
늘 엄마편이셨던 아버지를,
엄마또한 아버지에 대한 믿음으로
당신 사시는 날까지, 아버지
그리워 하셨다.
어느 날, 내가 아버지께
"아부지. 엄마 사랑하죠?"
"사랑은 무신! 너거 엄마같은
사람없다. 시집와서 고생만
시켜서 미안한거 뿐이다"
"엄마. 아버지와 결혼이 어땠노?"
"너거 키우느라 젊을때는
모르겠던데, 니 놓고나서
너거 아부지 많이 보고싶더라.
진해에 있어가 자주 만나지도
못하고, 그래서 운 적도 있었다."
{아버지. 어무이!잘 계시죠?
당신의 딸이라서 영광이었고,
늘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