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뒤로부터는 서로간의 싸움이 시작됐다. 항상 녹음기를 켜놓고 업무 외의 비판과 험담이 있으면 보기 무섭게 기록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업무 내용의 카카오톡을 모두 캡처하기 시작했다.
아아, 소리없는 아우성.
목이 따끔따끔하다 못해 이제는 입을 여는 것만으로도 아파져왔다.
부서간의 팀워크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며 서로 감사팀에 달려가 눈물 한바가지를 쏟아내고 온다.
"어떻게 팀장을 이렇게 싫어할 수 있어요!!저는 김혜민이랑 김우기한테 잘해줬단 말이에요!"
"팀장님이 매일 야근을 시키고 매일 우리만 빼고 법인카드로 혼자 점심 먹어요!"
"..."
비서인 이서희는 대표방에 찾아가 팀장이 자신에게 했던 카톡 내용을 캡처해서 보내주었다. 이렇게 치졸하고 치열하게 마케팅 싸움이 번지자 회사의 소문은 더러워졌다.
"우기야...괜찮아? 볼 때마다 얼굴이 반쪽이야..."
"..."
잘못먹은 가시가 그 생선의 가시였을까. 내가 만들어 낸 가짜 가시일까.
핸드폰을 꺼내서 괜찮다는 텍스트를 보여주자 안쓰러운 모습으로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언제든지 얘기해. 항상 우기편이니깐."
"..."
무슨일이 있어도 내 편이 되어주겠다는 말을 이 상황, 이 타이밍에 들어버리자 몸에서 쿵쿵 울리는 고통이 조금씩 사라졌다.
"...고마워..."
그리고 다음날.
출근할 때부터 소란스러웠다. 우리팀의 문제가 아닌듯 다른 팀에서 웅성거리며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있었다.
"...무슨일이에요?"
"감사팀 팀장 불려갔어."
"네?! 왜요??"
사내고충과 고발을 할 때에는 인사팀에 먼저 문의를 하고 감사팀으로 연결되는게 일반적이다. 인사팀에서도 모르겠다는 말에 일이 꽤 심각했지만 우리는 우리 부서만의 싸움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결국 마케팅팀만 다시 자리에 앉아 칼날없는 싸움을 시작했다.
"김혜민!김우기! 특종이야!!"
"서희언니! 기다렸잖아! 무슨일인지 들었어??"
이서희는 인사팀과 감사팀 보다 위에 있는 비서다. 입이 얼마나 가볍고 귀가 얼마나 무거운지 아는 얘기도 많아고 모르는 얘기를 떠벌리는 것도 좋아했다.
"서희언니 들었어? 감사팀장이 왜그랬는지?"
"엄청남. 그사람 성추행으로 내부고발 당한거야!"
"성추행?? 감사팀장이??"
"응 기록까지 해서 사내변호사님한테 전달했다는데 위에서 처음에는 쉬쉬하고 무시하다가 소문이 퍼지니깐 뭔가 조치는 취해야 한다고 생각했나봐!"
"그래서?"
"감사팀장 내보내는 걸로 합의했대"
"세상에..."
이 둘에게는 성추행을 당한 그 아이에 대한 연민과 측은지심 그리고 여자들의 보호는 없다. 그저 어떤 자극적인 내용이었길래 감사팀장을 추방할 결론까지 나왔는지가. 그저. 도파민의 얘기가 필요했을 뿐이다.
"왜냐고?"
"내 얘기 아니잖아"
나도. 그렇다. 내 얘기가 아니다. 그녀의 신변과 앞으로의 그녀가 힘들겠지만 나도 저들과 똑같이 동조한다.
"무슨 짓을 했길래 그랬나몰라."
"걔도 뭔가 여지를 줬겠지."
"그렇지 손뼉도 짝이 맞아야 치는거지."
"우리처럼 잘 활용해서 고급 레스토랑이나 와인이나 얻어먹지. 걔도 하수네~"
"인생 참 힘들게 사는거지."
"여기에서는 그냥 한 명 잡아서 힘들다고 좀 울면서..."
"맞아"
"말하면 다 들어주는게 회사인데 말이지~"
아, 처음으로 가시가 나를 공격하지 않았다. 숨쉬듯이 편하게 침을 삼킬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