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이후로 계속 목구멍이 따가웠다.
병원에 가고 엑스레이를 찍어도"이상 없습니다"라는 말만 돌아왔다.
가시는,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정밀검사 해보실 건가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병원을 나섰다. 아무것도 없는데 유난인가 싶다가도 이상하게도 출근할 때면 목이 더 아파왔다. 누가, 내 목 안에 말을 삼키게 만드는 것 같았다.
그날 잏후로 내 업무는 하나 더 늘었다.
금수저 공주님의 시녀역할에서 재정상무의 비서역할까지 늘었다. 틈만 나면 나를 부르는 생선같은 눈이 나의하루하루를 조여왔다.
"오늘도 우기님 보니깐 하루를 기분좋게 시작할 수 있네~"
"하하...감사합니다"
뭐를?
어떤걸?
하루를 기분좋게 시작하는 것에 대한 감사를 대체 누구한테 하는것일까. 인턴교육을 할 때 직장내 성희롱에 대해 교육을 받는다. 그리고 나는 법학과를 나왔다. 하지만 교수님도, 선배들도 하물며 인사팀도 우리는 자율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그런 회사라고 말하며 "혁신"을 무기로 내 목구멍을 또 난도질했다.
울컥울컥
"우기야 무슨일 있어? 안색이 너무 안좋아"
"..아 아니야. 일이 요즘 많아서..."
같은 회사를 다니는 남자친구에게 우리가 호텔 라운지바에 갔다고는 입이 찢어져도 말을 못했다.
그한테 말하면 나를 이해받을 수 있을까? 누구나 다 버티는 것이지. 나처럼 예민하게 구는 것이라고 하지 않을까?
나를...이상하게 보면 어떡하지...?
"우기야 너희 총괄 임원"
"응?!?!"
"그사람 방에 들어가서 보고 받을 때 꼭 노크하고 가"
"...왜....?"
그의 입에서 나온 인물에 또 다시 목안이 둥둥 거리며 뛰기 시작했다.
"방에서 담배피더라. 사람이 와도 안꺼. 그냥 디폴트가 싸가지 없는 사람이야"
"...아..."
"우기는 담배냄새 싫어하잖아. 보고 받을때 꼭 메신저도 보내고 가"
고작.
담배냄새.
당신의 여친이 거기서 얼굴평가를 받으며 날생선 취급을 당했다는걸 알면 당신은 과연 화를 낼까, 아니면 날를 위해 용기있게 싸워줄까.
"...고마워. 몰랐어. 오빠 덕분에 조심해서 갈게."
그렇게 담배냄새에 나를 걱정하는 그의 품에 안겨 침을 꿀꺽하고 삼키는것 밖에는 할 수가 없었다.
그뒤로 회동처럼 우리는 호텔라운지바가 아니라 골프를 치러 가기도 하고 유명한 레스토랑, 미슐랭 가이드에 나온 고급진 곳에 가서 우리의 웃음을 팔았다.
"....맛있어요 혜민언니?"
평소에도 고급진 음식은 숨쉬듯이 먹을 수 있는 그녀가 자신보다 30살이나 많은 사람들과 저녁을 먹는 이 상황이 도저히 이해가지 않았다.
"맛은 있지~왜? 우기는 맛없어?"
"...아뇨 맛있는데 금요일 퇴근 후에는 약속이..있을 것 같아서요"
"으음 솔직히 아저씨들이랑 금요일 퇴근 후에 여기 오는거 자체가 유쾌하진 않지"
"...네?"
"뭐야 그 얼굴은? 내가 좋아하는줄 알았어~?"
"아,아뇨 그건 아니구..!"
"나 일하는거 안좋아하거든~ 근데 이렇게라도 안하면 자꾸 이아름이 일 주니깐 저 아저씨한테 부탁하는거지"
"..."
"일도 싫고 잡일도 싫고 야근도 싫거든~근데 평가는 잘받고 싶잖아"
울컥울컥
"그리고 이아름을 팀장에서 내려오게 하려고. 그년 너무 재수없어"
"...그럼..."
"이아름이 자꾸 내가 지각한 날 인사팀에서 취합받아서 나 내쫓으려고 하잖아. 재수없게"
"..."
"우기도 이아름 싫지? 우리 둘이 같이 해서 걔 찌르자!"
"네...?"
"같이 사내 법무팀에 찔러서 팀장 내려오게 하자! 그럼 퇴근 후에 저 아저씨들이랑 여기 안와도 되고 일석이조! 그치?"
꽃같은 말을 내뱉는 그녀는 어느때보다 화사하고 악마같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