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리코타를 품은 가지 롤라티니
2024년 8월 15일, 나의 작고 소중한 부엌이자 일명 '류스토랑'에 요리 전문가가 방문했다. 바로, 우리 엄마. 현재 실제로 요리사를 직업으로 가지고 있지는 않으시지만, 나에게는 세계 최고의 요리사이다. 그 어렵다는 한식 요리사 자격증을 단 한 번의 시도만에 취득하시고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우리 가족을 위해 매일 건강한 음식을 만들어 주셨다. 전문가의 방문이라니. 나는 긴장이 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엄마가 나의 요리를 평가하겠다고 오는 것도 아니고, 이 날 요리를 하겠다는 것은 온전히 나의 의견이었다. 나는 건강하고 맛있음은 물론이고 엄마에게도 나에게도 '새로운' 한상을 차리고 싶었다. 무엇보다, 엄마에게 인정받고픈 초보 요리사의 마음이 컸다. 그렇게 특별 손님을 위한 류스토랑 오픈 준비에 돌입하게 되었다. 메뉴 구상 시작!
8월의 두 자릿수 날짜로 진입했다. 여름 대표 채소인 가지의 전성기가 끝나버릴 가을의 문턱에 가까워졌다는 것이다. 정말로 그 이별의 순간이 왔을 때, 아쉬운 마음 없이 "다음 여름에 만나." 하며 인사할 수 있도록, 맛있고 새로운 가지 요리를 하고 싶었다. 구글과 인스타그램에서 "eggplant vegan recipes"와 관련된 여러 키워드들을 검색했다. 검색을 하면 알 수 있듯이 두 플랫폼 모두에서 나오는 이미지들의 90프로 이상은 '토마토와 함께' 있는 가지요리이다. 나머지 10프로 중 7프로는 된장 가지 구이, 간장 가지 구이 등 내가 이미 해보았던 구이 요리들이었다. 물론, 가지와 토마토의 조합은 훌륭하다. 토마토소스 위의 가지 라자냐.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돈다. 또, 기름을 먹어 촉촉한 가지 구이는 그 자체로 밥 '대도(大盜)'이다. 하지만 난 의문이 들었다.
왜 하얀 가지 요리는 없지?
예를 들면 크림소스와 함께 하는 가지 요리 같은 것들. 사실, 나도 그 만남이 바로 머릿속에서 그려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너무나 궁금한 걸. 나는 토마토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늠름하고 당당하게 선 멋진 가지 요리를 만들고 말겠다는 목표가 생겼다. 이렇게 마음을 굳게 먹은 이상, 이것을 이룰 때까지 나의 머릿속은 다른 생각은 못한다!
일단,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계속해서 검색을 했다. eggplant cream, eggplant vegan cream, eggplant vegan... 아무리 검색을 해도 내가 원하던 그림의 비건 가지 요리는 찾지 못했지만, "가지 롤라티니 (Eggplant rollatini)"라는 새로운 이탈리아 요리를 발견했다. 대개는 가지에 리코타 치즈를 넣고 돌돌 말아 토마토소스 위에 올리고 오븐에 구워준 것을 일컫는다. 그 순간, 하나의 생각이 번뜩 나의 머릿속을 스쳤다. "왜 토마토소스가 필요하지?" 됐다. 바로 실험 시작이다. 그렇게 나의 "Vegan Eggplant rollatini"의 프로젝트가 시작된 것이다. 우선, 나에게는 '비건 리코타'가 필요했다. 이를 위해서는 유튜브 채널 Simply Quinoa의 <Vegan ricotta recipe>라는 영상을 일부 참고하였다. 재료별 함량은 맛을 보며 내가 조정을 하고, 영상 속에서는 식물성 우유를 썼지만 나는 코코넛을 워낙 좋아하기에 코코넛 크림을 사용했다. 또한, 마늘 가루 대신에 구운 마늘을 사용했다.
<Vegan Ricotta>
재료: 두부 1/3모(약 140g), 코코넛 크림 60ml, 올리브 오일 1 큰 스푼, 구운 마늘 2쪽, 뉴트리셔널 이스트 1 큰 스푼, 레몬즙, 파슬리 가루, 소금과 후추.
방법:
1. 두부의 물기를 빼준다.
2. 위의 재료들을 믹서기에서 갈아준다.
3. 냉장고에서 적어도 두 시간 숙성시키면 완성!
노트: 두부의 물기를 어느 정도 빼느냐에 따라서 식물성 우유의 양을 조절해야 할 것이다. 또한 나의 경우는 우유보다 꾸덕한 코코넛 크림을 썼지만, 식물성 우유를 쓴다면 그 양을 줄여야 할 것이다. 그러니 식물성 우유를 조금씩 추가해 가며 만드는 것을 권장한다.
너무나 쉽게 완성되는 비건 리코타이다. 용기에 담고 믹서기 벽에 남은 것을 실리콘 주걱으로 알뜰히 살뜰히 모아 한 수저를 가득 채워 "냠!" 했을 때, 나왔다. 내가 놀랍도록 맛있는 것을 먹을 때 나오는 소리, 표정 그리고 몸짓 3종 세트. 진실의 미간이 약간 찌푸려지며 "으으음~" 소리가 나온다. 그러고는 "진짜 맛있네!"라는 말과 함께 미소가 띠어지고, 숟가락을 든 채로 덩실덩실 몸이 움직였다. 성공이다!
이 비건 리코타는 차가운 상태로 그냥 먹어도 박수가 "짝짝짝!"이 아니라 "짝짝짝짝짝짝!" 나오는 맛이다. 엄마에게 대접한 류스토랑의 한상에 있는 것처럼 구운 당근이나 애호박을 이 리코타와 함께 먹으면 자꾸자꾸 손이 가서 새우깡이 질투할 정도이다. 그렇지만, 이제 가지를 만나러 가보자꾸나 리코타야!
<Eggplant rollatini>
재료: 가지, 비건 리코타 치즈, 소금, 올리브 오일.
1. 가지를 세로로 대략 0.3mm 정도의 두께로 썰어준다.
2. 소금을 약간 뿌리고 10분~15분간 대기한 후, 키친타월로 물기를 제거한다.
3. 프라이팬에 올리브오일을 두르고 가지가 익을 정도로만 구워준다.
4. 프라이팬에서 가지를 꺼내고 비건 리코타 치즈 한 스푼을 가지 끝 부분에 올려 김밥을 말듯이 말아준다.
5. 에어프라이어에서 140도에 30분가량 구워주면 완성.
노트: 1~3번까지의 과정은 전자레인지에서 가지를 데워주는 것으로 대체할 수 있다.
나의 시간, 고민, 그리고 정성이 한 그릇에 담겼다. 떨리는 첫 시식의 시간. 리코타를 가득 안고 있는 가지를 한 입에 넣었을 때의 그 느낌은, 마치 가지가 편안하게 누워있는 푹신한 구름이 입 안으로 들어온 것 같았다. 그슬려 더욱 고소해진 비건 리코타의 맛에 가지의 진한 맛이 편안하게 더해졌다. 그 두 맛은 굉장히 잘 어우러졌다. 가지가 토마토로부터 독립하는 것을 성공시켰다!
대망의 집들이 날, 나는 호들갑을 떨며 식기 전에 얼른 먹어야 한다며 엄마를 재촉했다. 엄마는 나의 가지 롤라티니와 비건 리코타를 곁들인 당근, 애호박 구이를 너무나도 맛있게 먹어주어 기뻤다.
가지가 홀로서기에 성공했다. 이제 토마토의 도움 없이도 근사한 가지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것이다. 가지가 성공했듯, 나도 홀로서기를 할 수 있을까? 나에게 아직 넓게만 느껴지는 서울에서의 홀로서기. 더 나아가 이 세상에서의 홀로서기.
매일 고민도 걱정도 많아서 갈팡질팡 방황이라는 여행을 하는 요즘이다.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까? 어떻게 살아야 할까? 나도 멋지게 홀로서기를 할 수 있을까?" 하지만 난 믿는다.
곧 나도 내가 만든 가지 요리처럼
내가 가진 나의 맛으로
나의 세계를 맛있게 맛 들일 날이 올 것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