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없는 걸 사랑하면

by 현범

쓸모있다'는 쓸모와 있다 사이를 띄워 쓰고, '쓸모 없다'는 쓸모와 없다를 붙여 쓴다. 사람들이 '쓸모 있다'보다 '쓸모없다'를 더 자주, 더 많이 사용해서 하나의 단어가 되었다고 한다. (비슷한 예- 힘없다, 힘 있다).

어쩌면 우리는 '쓸모없다'는 말을 더 많이 필요로 하는 세상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효율성이나 실용성의 잣대로만 본다면, 우리 주변에는 확실히 쓸모없는 것들이 더 많아 보이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내 눈앞에 보이는 것들도 마라톤 기념액자, 절반 정도 사용한 다이어리, 다신 열어볼 일 없을 명함 케이스, 정체불명의 키링 등등. 누군가가 이걸 어디에 쓸 것이냐 내게 묻는다면, 고심 끝에 '인테리어'-정도로 답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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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선물로 주고받는 것들 중에 가장 쓸모없는 것을 꼽으라면 단번에 '꽃'을 선택할 것이다. 향기는 좋지만 먹을 수도 없고, 그 아름다움마저 영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나는 꽃을 좋아하지만, 꽃 선물을 싫어하는 사람의 심정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하지만 바로 그 지점에서 다른 가능성을 발견한다.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라는 말도 있지 않는가. 길거리에 핀 이름 모를 꽃에도 발걸음을 멈출 수 있다면, 작은 소품에도 꽉 찬 만족을 느낄 수 있다면, 반쯤 쓰다 만 다이어리에서도 추억을 발견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더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에는 쓸모 있는 것보다 쓸모없는 게 더 많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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