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만큼 사랑해

결혼에 대하여 1편

by 현범

결혼은 현실이다.

이 세상에서 하나의 문장을 지울 수 있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이 문장을 지우고 싶다. 이 세상에 현실적이지 않은 것이 있을까?

결혼은 현실이다. 이 말은 '결혼은 사랑이라는 감정만으로는 어렵고, 경제력이나 건강, 직업과 같은 현실적 요소도 고려해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 문장의 본래 의미를 잊고, 오직 '현실적인 조건'만 바라본다. 키, 경제력, 학벌 같은 외적 기준을 세우고, 자신이 원하는 상대방의 조건을 하나씩 체크하기 바쁘다.


어느 한 이혼 전문 변호사가 방송에서 말하기를, 2023년 한국의 이혼 건수는 전년 대비 소폭 감소했지만, 실제 체감 이혼율은 오히려 높아졌다고 한다. 이혼하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결코 그들이 비현실적으로 결혼해서 헤어진 건 아닐 것이다. 어쩌면 현실을 너무 따지느라, 혹은 그 현실을 감당할 만큼의 사랑이 부재했기 때문은 아닐까? 선진국 17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으로 다른 나라 사람들은 가족을 1순위로 꼽았지만, 한국만 '물질적 풍요'를 첫 번째로 꼽았다. 물질만능주의가 사랑과 가족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현실이 씁쓸하기만 하다.


결혼 적령기가 되면서 "어떤 사람과 결혼하고 싶냐", "언제 결혼할 거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나의 대답은 언제나 같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나에게 중요한 것은 나의 마음이다. 내가 정말 이 사람을 사랑하는지, 앞으로도 계속 사랑할 용기가 있는지. 내 마음이 기준이며, 내 마음을 잘 아는 게 중요하다. 나 자신을 알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여행과 연애'라고 생각한다. 어른들이 젊을 때 여행 많이 다니고 연애 많이 해보라 하는 것도 그런 이유라고 본다. 단순히 세상이 넓다는 걸 알거나, 사람 보는 눈이 생긴 다기 보다도, 낯선 환경에서의 나, 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의 나를 발견하며 나에 대해 더 알게 된다는 점. 이것이 여행과 연애가 필요한 이유라고 본다. 나를 잘 알아야 내 마음을 알고, 내 마음을 알아야 그 사람을 정말 사랑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사진 출처 - 인스타그램 'bambi__jeju'

그럼 사랑이란 무엇일까? 사랑이란 '더 해주고 싶은 마음'이다. 이해득실을 따지지 않고, 돈이든 시간이나 노력이든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마음이다. 반려동물을 키워본 사람은 알 것이다. 강아지와 고양이는 내 돈을 쓰게 하고, 집안을 어지럽히며 귀찮게 할 때도 많다. 그럼에도 그들에게 '반반'을 요구하거나, 내가 '독박'을 썼다고 불평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에게 더해주지 못해 안타까워한다.

"사람 관계가 어떻게 반려동물과 같을 수 있느냐"는 의문도 당연히 있을 수 있다. 나 역시 인간관계의 복잡성과 상호작용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단지, 그런 사랑이 현실에서도 존재한다는 점이다. 동화나 드라마 속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로 우리가 이미 경험했던 감정이라는 사실이다.

이런 사람을 찾는 일이 어렵지 않겠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오히려 결혼이 쉬운 게 이상하지 않냐고 되묻고 싶다. 만약 내가 50살에 결혼해서 100살에 죽는다고 가정하면,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만큼 긴 시간을 그 사람과 함께해야 한다. 결혼이 어렵고 신중해야 하는 이유는 충분하다.


사람 마음이 늘 한결같을 수는 없다. 시간이 흐르면 갈등이 생기고, 때론 멀어질 수도 있다. 부모와 자식 사이에도 갈등이 있는데, 수십 년을 각자 살아온 남녀 사이에 갈등이 없기를 기대하는 건 무리다. 이때 결혼은 우리가 사랑했던 마음을 놓치지 않게 해주는 작은 장치가 된다. 연인이었다면 쉽게 헤어졌을 상황에서도 부부이기 때문에 다시 대화하고, 눈을 마주치며 손을 내미는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돌아볼 필요가 있다. 사랑해서 결혼하는지, 결혼하기 위해 사랑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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