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보다 미움에 더 큰 용기가 필요하던 때에
아군과 적군을 구분하는 방법을 모르는 게 아니다
첫 만남부터 아군이라는 게 느껴진다.
그런 그들에겐 내가 그들의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것도
고스란히 느낄 수 있게 나를 보여준다.
하지만 적군을 대하는 방법은 배운 적이 없다.
사랑하는 방법은 어릴 적부터 지겹도록 배워왔지만
나를 미워하고 내가 미워하는 사람 앞에선 항상 고장이 나곤 한다.
미운 사람을 사랑해 보라는 선한 사람들의 해결책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라는 무던한 사람들의 방식
그들보다 악하고 예민한 나에겐 어느 것도 해당되지 않았다.
그래서 구분하지 않는 방법을 선택했다.
누구도 사랑하지 않고 누구도 미워하지 않으며
그냥 그렇게 살기로 했다.
이런 애매한 관계에 편안함을 느끼며 연명하는 이유는
어느 한쪽으로 치우쳤을 때 잃을 것들이 무서울 정도로
책임을 지기엔 내가 아직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