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 당연히 2월이죠. 졸업과 입학 시즌이니까요. 그리고 사람들의 마음은 이미 봄으로 기울어져서 더욱 꽃을 보고 싶어 하니 비쌀 수밖에요. 겨울이 다른 계절보다 길게 느껴지는 것도 추위 때문만은 아니라 어서 파릇한 새싹과 꽃을 보고 싶은 바람 때문일 겁니다. 며칠 전 꽃집에 노랗고 발랄한 프리지어를 사려고 들어갔다가 너무 비싼 꽃값에 놀라 지갑만 만지작거리다 그냥 나왔습니다. 아니 벌름벌름 상큼한 향기만 잔뜩 흡입하고 나왔지요. 다행히 향기는 돈을 받지 않더라고요. 오늘은 어떤 기념일도 아니지만 누군가 꽃다발을 한 아름 선물해 주면 너무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아쉬운 마음을 달래줄 오늘의 그림책은 <꽃을 선물할게>입니다.
<꽃을 선물할게>는 제가 많이 좋아하는 작가 강경수 글, 그림/ 출판사 창비에서 2018년에 발행된 도서입니다.
어느 날 아침 곰이 숲 속을 산책하고 있을 때 곰을 부르는 작고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목소리를 따라 내려다본 곳에는 거미줄에 걸린 작은 무당벌레가 있었습니다. 무당벌레는 거미님이 오기 전에 거미줄에서 구해주기를 간절히 부탁했습니다. 곰에게 그 일은 손가락 하나로 한 번만 거미줄을 휘저으면 되는 너무나 쉬운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곰은 자연의 법칙을 어길 수 없고 거미를 굶게 할 수 없다며 그냥 지나가버립니다. 곰은 그 후로도 무당벌레가 있는 길을 두 번이나 더 지나가는데 무당벌레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작가는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이 책을 읽으면 누구나 곰처럼 무당벌레를 구해줄 것인가 말 것인가를 고민하게 됩니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상황이 펼쳐지기도 하는데 기적이 일어날 수 도 있고 낭패를 당할 수도 있습니다.
어렸을 때 곰과 같은 일을 똑같이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아마도 따뜻하고 심심한 봄날 오후로 기억되는 어느 날이었습니다. 골목에서 놀고 있는 친구들을 찾아 집을 나섰는데 전봇대 중간쯤 거미줄에 걸린 노랑나비를 발견했습니다. 저는 곰처럼 주저하지 않고 주변을 살펴 긴 막대를 찾았습니다. 그리고 막대로 거미줄을 마구 끊어 놓았습니다. 그러자 노랑나비가 뚝 떨어졌는데 이미 한쪽 날개가 반쯤 뜯겨 날지 못하고 뒹굴 거렸습니다. 결국 나비도 살리지 못하고 거미줄만 망쳐놓은 셈이 되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상심하여 다시 집으로 들어갔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자연의 법칙을 깨는 훼방꾼이 될 것인지 자연의 법칙을 지키는 방관자가 될 것인지 솔로몬 왕에게 물어보고 싶습니다.
거미는 모기를 잡는 좋은 동물이라고 두둔하는 곰에게 무당벌레는 질문합니다.
“곰님은 꽃을 좋아하시나요?”
“당연하지, 꽃을 싫어하는 동물은 본 적이 없는걸.
심지어는 인간들도 꽃을 사랑하지.”
그러자 무당벌레는 의기양양하게 말했습니다.
“그럼 저도 좋은 동물이에요.”
지당하신 말씀! 인간들도 꽃을 사랑하지요. 아무리 못생겨도 꽃 속에서는 가장 예쁘게 환하게 웃으며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보면 꽃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무당벌레도 좋은 동물이 맞습니다. 꽃을 못살게 구는 진딧물을 잡아먹으니까요.
강경수작가의 그림책은 언제나 실망시키지 않습니다. 특히 <꽃을 선물할게>는 그림도 아름답고 유머와 감동과 의미까지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습니다. 마지막 장에 펼쳐진 곰의 꽃밭은 “와아아!” 탄성이 나오며 다가올 봄을 더욱 기다려지게 합니다.
오랜만에 청소를 하다 보면 종종 거미를 보는데 벌레를 보고도 전혀 무서워하지 않는 저를 보며 남편은 오히려 놀랍니다. 은신처를 들킨 거미들은 소파 밑이나 장롱 밑으로 도망가고 그때마다 저는 “거미야 꼭꼭 숨어라.” 노래를 하며 거미를 잡지 않습니다. 그러면 남편은 이제 하다 하다 거미까지 키우냐며 거미를 잡으려고 하는데 저는 그런 남편을 적극 말리며 거미와의 동거를 옹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