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막둥이 강아지 니모와 나는 하루에 세 번 산책을 나갑니다. 운동을 무지 싫어하지만 니모 덕분에 그나마 하루에 5000보쯤 걷는데 그것도 걷는다기보다는 한눈팔기에 가깝습니다. 니모를 따라 느릿느릿 걸으며 오늘은 무슨 꽃이 피었나 찾아보고, 삐리리 삑삑 쫑알대는 직박구리 소리에 참견하고, 나비, 개미, 거미, 매미 뭐 이런 곤충들을 구경하는 재미로 나가지요.
그러다 종종 길고양이들을 만나는데 그때마다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길고양이들의 고단한 삶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겨우내 추위와 배고픔을 견디며 푸석하게 마른 몸을 웅크리고 햇살을 끌어당기고 있는 고양이들을 보면 나는 미야옹 미야옹 소리를 내며 다가갑니다. 도망가는 아이들도 있지만 미야옹 거리는 나를 뒤돌아 쳐다보는 아이들도 있지요. 캣맘은 아니지만 그렇게 길에서 만나는 고양이들에게 간식과 물을 조금씩 챙겨 줍니다. 길고양이들은 길에 고인 물을 먹는데 비가 안 오면 마실 물이 없기 때문에 물도 꼭 함께 주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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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로 이사 오기 전 단독 주택에 살 때 우리 집 문 앞에서 울고 있는 검은 고양이를 보았습니다, 배가 고파 보여 일단 우유와 참치를 조금 주었더니 잘 먹고 매일 우리 집에 밥을 먹으러 왔지요. 이름은 ‘비비‘였고 내가 나비야 하고 부르자 세 살배기 큰아이가 비비야 라고 불렀습니다. 그렇게 밥을 챙겨주자 맛집으로 소문이 났는지 온 동네 고양이가 다 우리 집으로 모인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부터 무슨 일이 생겼는지 비비는 오지 않았습니다. 그 후에 길고양이들은 많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어서 병으로 사고로 어린 나이에 죽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눈치채셨겠지만 나는 고양이를 좋아합니다. 마당이 있는 집에서 강아지와 고양이를 함께 키우며 살고 싶은 바람이 있습니다. 지금부터 소개할 이 작가처럼 말이지요. 고양이 그림책의 대모이자 수많은 고양이 그림책 시리즈를 탄생시킨 내가 너무나 좋아하고 선망하는 작가 ‘주디스 커’와 <깜박깜박 잘 잊어버리는 고양이 모그 /보림출판사>를 소개합니다.
처음 브런치 작가가 되고 프로필을 작성할 때 필명을 어떻게 지어야 하나 한참 고민했습니다. 다른 작가님들의 필명은 어쩌면 그렇게 기발하고 참신한지 따라갈 수 없는 감각에 감탄하며 떠올린 나의 필명은 ‘주디스 홍’이었지요. 주디스는 내가 너무 닮고 싶은 그림책 작가 바로 ‘주디스 커’의 이름에서 따 온 것입니다. 그림책 에세이를 쓰면서 꼭 소개하고 싶었는데 오늘이 그날입니다.
여러분들은 고양이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귀엽고 사랑스러운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고양이 눈이 무섭다거나 ‘전설의 고향‘을 보고 사람들에게 해코지하는 요물이라고 오해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천만의 말씀 고양이는 사람들을 절대 해코지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사람들이 고양이를 해코지합니다. 세상의 나쁜 고양이는 없습니다. 가엾은 고양이를 학대하는 나쁜 사람들이 있을 뿐입니다.
고양이 모그는 뭐든지 깜박깜박 잘 잊어버립니다. 특히 고양이 문을 자꾸 까먹어서 나갈 때는 고양이 문으로 나가지만 들어오는 문을 찾지 못해 부엌 창문 앞에서 시끄럽게 울다가 화분을 망가뜨리지요. 그러다 우연히 집에 들어온 도둑을 잡은 기특한 고양이가 되기도 하고요. 사람들이 보는 시선에서는 사고뭉치이고 성가시게 보이지만 책의 그림을 자세히 보면 고양이들의 생태 습성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우리가 오해하고 있는 고양이들의 행동들을 고양이의 시선에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고양이 입장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는 일이지요.
그림책 그림 중 좋아하는 장면은 첫 장에 토마스 아저씨네 식구들을 소개하는 그림으로 모그가 당당하게 가족으로 그려져 있지요. 이 책이 출간된 1970년대에는 아직 반려동물에 대한 의식이 미미할 때이지만 작가는 모그를 반려묘로 귀엽고 장난스럽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책을 여러 번 읽고 난 후 세상의 모든 길고양이들이 모그처럼 사랑받고 유쾌하게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요. 모그 시리즈는 1970년 <고양이 모그> 에서부터 2002년 <모그야, 잘 가>까지 17권입니다. 작가는 그 밖에도 동물에 대한 애정과 생명의 소중함을 담은 여러 책들을 출간했고 2019년에 작고하였습니다. 그리고 나의 그림책 애장 컬렉션에는 그녀의 책 7권이 있습니다.
내가 이토록 주디스 커를 좋아하고 필명까지 주디스 홍으로 지은 것은 모든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고 동물과 사람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세상을 지향하는 그녀의 세계관과 문학적 감수성이 나와 많이 닮아있기 때문입니다. 별세 전까지도 작품 활동을 하며 영국 어린이 문학에 기여한 주디스 커처럼 어린이와 어른을 위한 그림책과 시를 창작하며 언제나 맑은 미소와 장난기를 잃지 않는 나의 노년을 상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