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청개구리, 직박구리, 고양이, 거미는 스미레 할머니의 이웃들입니다. 그리고 나의친구들이기도 하지요. 스미레 할머니와 나는 닮은 점이 몇 가지 있습니다. 주변의 작은 생명체들을 좋아해서 볼 때마다 아는 체하며 다정하게 서로의 안부를 물어봅니다. 특히 스미레 할머니는 이 작은 친구들의 말을 다 알아듣고 돕는 일에 주저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스미레 할머니에게 비밀이 한 가지 생겼습니다. 이제부터 그 비밀이야기를 소문내려고 합니다. 혼자만 알고 있기에는 너무 아름다워서 입이 간질간질하고 손가락도 글을 쓰고 싶어 꼼지락꼼지락거리기 때문입니다.
스미레 할머니는 바느질의 명수입니다. 옷은 물론 앞치마며 쿠션, 커튼까지 뭐든지 잘 만듭니다. 그러나 요즘 눈이 나빠져서 바늘에 실을 끼우기가 힘들어졌지요. 그래서 할머니는 바느질공방 앞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실을 끼워달라고 부탁합니다.
비밀이 생긴 그날 할머니는 손녀의 원피스를 완성하려고 했는데 비가 와서 좀처럼 사람들이 지나가지 않았습니다. 마침 창밖에 청개구리 가족이 있는 것을 보고 엄마 청개구리에게 실을 끼워 달라고 부탁했지요. 실을 술술 끼워준 엄마 청개구리도 할머니에게 찢어진 연잎 침대를 꿰매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할머니는 흔쾌히 반짇고리를 들고 청개구리 가족들과 연못으로 갔지요. 꼼꼼히 연잎침대를 꿰매고 있는데 파란 달개비꽃 뒤에 날개가 찢긴 나비를 발견했습니다. 할머니는 비단 레이스로 나비의 날개도 만들어 주었습니다. 또 바람에 둥지가 떨어져 울고 있는 직박구리를 보고 예쁜 조각 천을 꺼내어 둥지를 고쳐 주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실을 다 써버려서 손녀의 원피스에 수를 놓을 실이 없었습니다. 그때 직박구리가 소리쳤어요. “좋은 생각이 있어!” 직박구리가 외쳤던 좋은 생각이 바로 스미레 할머니의 비밀이랍니다.
손녀는 할머니가 은실로 수놓은 파란 원피스를 입고 너무 기뻐 빙글빙글 돌았습니다. 직박구리와 동물 친구들은 어떻게 반짝거리는 은실을 구해 할머니를 도왔을까요? 이렇게 사랑스러운 이야기를 담은 나의 취향맞춤 그림책을 소개합니다. <스미레 할머니의 비밀 / 우에가키 아유코 글, 그림 /어린이 작가 정신>
작가 우에가키 아유코는 1978년 일본 가나가와 현에서 태어나 와코 대학 예술학과에서 일본화를 전공했습니다. 그림책 <졸고 있는 이마 위 공원>으로 제1회 DIY 창작어린이책 대상을 수상했고 <여섯 명의 노인과 함께 사는 소년>으로 핀포인트 그림책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했습니다. 쓰고 그린 그림책으로 <가제와 게> <당근이랑 무랑 우엉> <변신했어요!> <쌍둥이할매식당>등이 있습니다. 그녀의 그림은 소꿉놀이처럼 아기자기하며 이야기는 봄날 같이 따뜻하고 주변 자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든 생명체들과 어우러져 살아가는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어릴 땐 빨리 어른이 되어 내 멋대로 사는 것을 상상하기 좋아했지만 이미 어른이 되어 버린 나는 나의 힘없는 노년은 상상하고 싶지 않습니다. 정말이지 늙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도 꼭 늙어야 한다면 스미레 할머니처럼 늙어가고 싶습니다. 그림책을 읽다가 나와 닮은 듯하고 닮고 싶은 캐릭터를 만나면 그 인물은 그림책에서 쓱 나와 실제 살아 있는 인물처럼 매우 가깝게 느껴집니다. 스미레 할머니가 바로 그런 인물이지요. 할머니를 처음 만난 순간 아! 나도 스미레 할머니처럼 늙어가겠구나 예감했지요.
스미레 할머니의 바느질 공방은 정겹고 아늑합니다. 할머니가 만든 소품들과 바느질 도구들 그리고 수를 놓는 할머니 옆에 삼색 털과 노랑 줄무늬 고양이가 평화롭게 창밖 풍경을 봅니다. 내가 옛날부터 꿈꿔온 나의 서재는 마호가니 나무로 만든 엔틱 한 책상과 좋아하는 책들이 빼곡한 책장이 있고 고급차향이 은은하게 퍼지고 나는 세상에서 가장 안락한 의자에 앉아 글도 쓰고 책도 읽는 꿈을 꾸었지요. 아직 나의 서재는 없지만 언제나 내 마음속에는 나의 아늑한 서재가 그림으로 걸려있습니다.
여름과 가을 사이 이맘때면 나무 가지마다 은빛 거미줄이 걸려 있는 것을 자주 봅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많이 볼 수 있는 노랑 줄무늬 호랑거미가 정교하게 지어놓은 작품이지요. 거미나 거미줄을 무서워해서 피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그 거미줄에 걸린 빗방울과 바람을 무척 좋아합니다. 거미줄에 다가가 손가락으로 살짝 튕기니 거미가 화들짝 놀라네요. 거미줄은 탄성이 좋아 찰랑거릴 뿐 끊어지지 않습니다. 한나라 황후가 거미줄로 옷을 만들어 입었다는 고사도 있지요. 그리고 스미레 할머니가 만든 손녀의 파란 드레스에는 할머니의 비밀이 수놓아져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