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읽은 그림책 중 가장 재미있는 책을 꼽으라고 한다면 나는 망설이지 않고 ‘안돼!’라고 할 것이다. 그런 책이 없어서 안돼! 가 아니고 책 제목이 ‘안돼!’이다. ‘안돼!’는 그림책 수업을 새로 시작할 때마다 매번 첫 번째로 읽어주는 책으로 한마디로 첫인상이 좋은 그림책이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그림책에는 몇 가지 기준이 있다.
1. 재미있는 그림책 (유머)
2.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그림책 (접근성)
3. 감동이 있는 그림책 (책의 온도)
4. 주제가 명확한 그림책 (작가의 의도)
5. 예술성이 있는 그림책 (그림과 구성) 등이 있다.
그중에서도 쉽고 재미있는 책을 선호하는데 그건 책을 싫어하는 아이들에게도 흥미를 유발하여 지속적인 독자가 될 수 있도록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안돼! /마르타 알테스 글, 그림 /북극곰>는 단연코 최고라 할 수 있다.
작가 ‘마르타 알테스’는 1982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태어나 어릴 적 꿈인 그림책 작가가 되기 위해 영국 캠브리지 대학에서 그림책 일러스트를 배웠다, ‘안돼!‘는 작가의 첫 번째 그림책으로 2011년 볼로냐 아동 도서전에서 열렬한 찬사를 받고 발표하자마자 세계적으로 수출되는 인기작가가 되었다. 현재는 <우리 할아버지/사파리>, <나는 우리 집 왕/사파리>, <이 동네는 처음이라/북극곰>등 여러 그림책이 출시되어 있다.
면지에 ‘제가 기르는 강아지 ‘플록’과 가족, 친구들을 위해 이 책을 바칩니다.‘ 고 밝힌 작가의 말처럼 ‘안돼!‘는 실제 기르는 강아지를 보며 떠오른 아이디어로 만든 그림책이다. 우리나라도 반려동물에 대한 의식과 문화가 일반화되어 미디어에서도 동물 관련 프로그램이 인기 있다. 특히 개통령이라 불리며 강아지 행동발달과 심리를 강아지 입장에서 설명해 주는 방송을 나도 자주 보는데 그때마다 느끼는 건 동물들의 행동과 표현은 사람들의 생각과 많이 다르다는 것이다. '안돼!’는 이렇게 사람과 동물의 다른 점에서 시작된 오해를 강아지 입장에서 재미있고 유쾌하게 그리고 있다.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안돼’에요.”라고 귀여운 강아지가 자신을 소개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안돼’는 가족을 위해 여러 가지 집안일을 돕고 애쓰지만 매번 가족들은 안돼애애애~~~! 를 외친다. 그래서 자신의 이름이 ‘안돼’라고 믿고 있는 안돼는 정말 궁금한 것이 한 가지 있다. 가족들은 왜 자신에게 엉뚱한 이름표를 달아주었을까?이다. 사람들의 눈에는 언제나 말썽꾸러기 사고뭉치로 보이는 안돼의 진짜 이름은 무엇일지 상상해 보시라.
<안돼!>는 책의 앞표지와 뒤표지를 비교해서 보면 반전이 있다. 면지에는 강아지들이 장난치는 여러 모습과 표정이 익살스럽게 그려져 있어서 더 재미있다.
그림책 수업이 끝나고 인사를 하면 아이들은 안돼애애애~~~를 외친다. 어린이와 어른이 모두 좋아하고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아주 매력적인 그림책이다. 마음이 울적하거나 강아지를 좋아하지 않는 독자들에게도 권하고 싶다. 실제 개가 사람의 우울증 치료에 도움이 되듯 좋은 그림책은 마음을 다독여 위로해 준다.
우리 집에도 ‘니모’라는 귀여운 강아지가 있다. 12살 노령견이지만 2살 마냥 동안이고 겁쟁이지만 눈치 빠르고 사람 말도 잘 알아듣는다. 나는 니모와 집 앞 공원으로 매일 산책을 가는데 운동도 되지만 주변 자연을 관찰하는 재미가 무엇보다 크다. 철마다 다른 나무들을 보며 계절이 바뀌는 모습을 포착하고 작은 새들이 날아가는 동선을 따라가다 맑은 소리에 홀려 새들이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도 궁금해진다. 잘디 잔 진홍색 풀꽃과 초저녁 바람에 빙글거리는 초승달도 사랑스럽다, 며칠 째 비가 와서 그런지 오늘은 마실 나온 달팽이도 만났다. 이렇게 니모랑 산책을 나오면 신비하고 아름다운 광경들을 종종 목격하고 재미있는 글감도 줍는다. 니모가 건강하게 오래 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