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서점에서 주문하고 기다리던 그림책이 왔다는 문자를 받았습니다. 온라인 서점에 밀려 문을 닫는 동네서점들의 생존과 동네에 서점이 있는 낭만적 풍경을 고수하고 싶은 바람으로 책은 주로 동네서점에서 구입합니다. 또 주인장 맘대로 좋아하는 책을 컬렉션 해 놓은 작은 책방을 꿈꾸기도 합니다.
오늘 나의 책방에 들어온 신간 그림책은 <방귀고래 핑구/ 서기선 글, 민보우 그림/ I LOVE BOOK>입니다. 작가 서기선 님과 민보우님은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올리며 알게 된 작가님들이지요. 두 분의 글과 그림을 감탄과 공감을 하며 읽었는데 이번에 두 분의 그림책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축하와 응원의 마음을 담아 ‘방귀고래 핑구'이야기를 올려봅니다.
모든 어린이들이 호불호 없이 선호하는 이야기의 소재가 몇 가지 있습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방귀와 똥 이야기이지요. 그래서 제목에 방귀나 똥이 들어가면 인기 도서가 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어린이들은 왜 이렇게 방귀와 똥 이야기를 좋아하는 걸까요? 아마도 부끄럽고 숨기고 싶은 배변의 욕구를 누구나 다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주인공을 통해 알게 되어 안심하고 웃을 수 있고, 더럽다고 규정된 억눌림에 대한 해방감도 어린이들의 웃음을 유발하는 건 아닌지 추측해 봅니다.
이야기는 아빠처럼 멋지게 등에서 물을 뿜는 ‘뿜뿜’을 하고 싶은 아기 고래 핑구의 이야기입니다. 핑구는 뿜뿜을 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지만 그때마다 뿜뿜 대신 뽕, 뿡, 빵, 부지직~~ 방귀가나옵니다. 핑구는 너무 부끄러워서 친구들을 피해 집으로 도망가 버립니다. 핑구는 과연 뿜뿜을 성공할 수 있을까요?
핑구가 뿜뿜을 하기 위해 노력하는 재밌고 엉뚱한 방법들이 독자들의 마음을 간질간질, 깔깔 웃게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핑구라는 캐릭터가 너무 귀엽고 이름도 경쾌하게 발음되어 어린이들에게 친밀감을 줍니다. 한마디로 시리즈 그림책으로서 가능성이 있으며 장수할 수 있는 이름의 캐릭터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독자들이 주인공만을 좋아하는 건 아닙니다. 어린 시절 만화 캔디가 절찬 상영되던 때에 나는 주인공 테리우스나 앤서니 대신 곱슬머리에 안경을 끼고 언제나 기발하고 유쾌한 스테아를 좋아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핑구의 친구들 몽구와 두리는 평범하지 않은 스타일로 비밀스러운 이야기가 있을 것 같은 캐릭터로 아마 몽구와 두리에게도 팬층이 생길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그림을 살펴보면 민보우 그림 작가의 그림은 동글동글 말캉말캉 따뜻하며 표정이나 표현들이 참 사랑스러워 캐릭터와 잘 어울립니다. 어린이는 물론 어른도 호감을 갖게 하고 책의 앞과 뒤 면지에 있는 어린아이 같은 그림은 어린이 독자와 소통하고 싶어 하는 작가의 장난기와 유머가 잘 보입니다. 또 집으로 찾아온 친구들을 피해 풍선 뒤에 숨어있는 핑구의 모습은 모든 그림 중 가장 사랑스러워 저의 원픽 그림입니다.
방귀고래 핑구는 어린이들에게 쓸모 있는 실패에 대한 희망적 메시지와 아직 꿈을 이루지 못한 어른들에게도 위로와 응원을 보내고 있습니다. 다만 살짝 아쉬운 점은 이야기의 주제가 핑구가 뿜뿜을 성공하는 과정과 또 하나는 오염수로 인해 망가지는 바다 생태계 이야기로 주제가 두 갈래로 분산되는 것입니다. 그것보다는 핑구의 뿜뿜 성공기 하나만으로도 이야기의 구성이 충분해 보입니다.
풍부한 상상력과 섬세한 문장으로 독자들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것을 소명이라고 하는 서기선 작가님과 여전히 어린이의 마음으로 재미있고 의미 있는 그림을 그려 마음의 반창고가 되기를 바라는 민보우 작가님에게 다시 한번 박수를 보냅니다.
그리고 방귀고래 핑구 1, 2, 3, 4, 5....시리즈로 이야기가 쭉 이어지기를 바라고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