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디스 홍 Feb 09. 2023

위대한 작가는 말한다

놀이 중 가장 외로운 놀이는 ‘작가놀이’다.

아는 지인이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솔직히 너무 부러웠다. 그런 지인의 친절한 안내와 권유에 힘입어 나도 브런치 작가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나는 그전에도 여러 번 시나 서평 쓰기 공모전에 도전하고 감감무소식을 경험한 터라 이번에도 열 번쯤 떨어질 것을 예상하며 브런치 문을 두드렸다. 그런데 예상보다 브런치 문이 빨리 열려서 믿기지 않았고, 장원급제도 아닌데 너무 기뻐서 눈물이 났다. 매번 떨어지는데 익숙한 내가 붙는 일도 있구나! 그동안의 실패가 쓸모 있었다는 것을 실감하며 본격적인 글쓰기에 돌입했다.

그리고 나처럼 떨어지기 명수인 예비 작가님들과 쓸모 있는 실패를 경험하신 선배 작가님들과 함께 읽고 싶은 그림책을 소개하려고 한다,

작가들의 필독서! 바로 <병아리 위대한 작가의 탄생>이다.


<병아리 위대한 작가의 탄생>은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 다비드 칼리 글/ 다비드 메르베이유 그림으로 빨간콩 출판사에서 2021년 1월에 출간되었다.

위대한 작가가 꿈인 주인공은 글쓰기와 그림 그리기를 아주 좋아했고 머릿속은 기발한 상상력과 모험으로 가득했다. 드디어 소설을 완성하고 부푼 기대를 안고 출판사의 소식을 기다렸지만 계속 반복된 거절 편지만 받는다. 영영 이대로 소설가가 되지 못할 거라는 생각에 잠깐 시무룩하지만 다시 번득이는 소설을 창작하고 또 출판사에 투고한다.

그리고 “문장을 단순하게 쓰세요, 그럼 훨씬 더 읽기 쉬울 거예요."라는 거절 메시지를 받는다.


거절하는 이유를 통보받는 것은 참으로 희망적이다, 나의 실패 요인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나도 브런치에 처음 투고 했을 때 시무룩 금지와 ‘브런치 작가되기’ 노하우(FAQ8번)를 확인해 보시겠어요?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그래서 노하우 8번을 꼼꼼히 읽고 자기소개와 향후계획, 글쓰기의 주제를 다시 잡을 수 있었다. 거절의 이유를 친절이 알려주신 에디터님들께 감사를 드린다.


그 이후 위대한 작가는 자신의 소설을 거절한 출판사에 복수하기로 마음먹는데 어떻게 되었을까요?



작가는 왜 글을 쓸까요?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거창하지 않다. 내 힘으로 밥벌이를 하기 위해서다.

어려서는 부모님이 나를 먹여 살렸고, 현재는 남편이 나를 먹여 살리고 있다.

제대로 돈을 벌어 본 기억이 없다. 어리바리하고 무능했다.

이제는 스스로 밥벌이를 하고 싶다. 나는 밥짓기보다 글짓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선택한 일이 ‘글쓰기’다. 누군가는 분명 혀를 차며 고개를 절래 절래 할 것이 자명하지만 내 꿈은 내 글이 돈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여기서도 그닥 빼어나지 않아 아직 희망적이지 않다. 이 책에서 병아리 같은 유치 하지만 친근하고, 어이없지만 유쾌한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고심 중이다.



지난여름 동네 도서관에서 그림책 더미북 만드는 수업에 참여했었다. 아주 호기롭게 시작했으나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해 살이 점점 말라갔다. 나는 초등학교 3학년 미술시간에 미술학원 다니는 짝으로부터 내가 그린 그림에 대해 충격적인 비평을 들었다. “그림엔 생명력이 없어! 죽은 그림 같아” 그날 나는 10살 인생에서 가장 크게 절망했고 다시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 그러니까 나의 그림 실력은 초3에 멈춰 있고 유치하기 그지없다. 글도 그림도 만족스럽지 않아 다 엎어버리고 잠적할까 했는데 누군가 나의 유치한 그림이 유치해서 좋다고 말해주었다. 또 생동감이 느껴진다고도 했다.


의외로 사람들은 유치한 글에도 관대하다. 유치해서 숨기고 싶은 나의 시를 좋아하는 친구도 있다. 그건 유치한 글이 누구나 읽기 쉽고 편하고 재미도 있기 때문이다. 고상하고 현학적인 글을 좋아하는 고급 독자들도 계시지만 고매한 글은 대중적이지 않아 접근성이 떨어진다.

쉬운 글, 편한 글, 정직한 글, 공감되는 글, 위로가 되는 글이 결국 돈이 되는 글이라고 생각한다.

거듭 말하지만 나는 밥짓기보다 글짓기를 좋아한다. 그러나 글짓기로 밥벌이를 실패하면 밥짓기로 돌아가야 한다.

오! 하나님...


위대한 작가는 말한다,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누가 알겠어요?"

실패도 차곡차곡 쌓이면 실력이 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