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과 낮의 길이가 똑같아지던 날
마음은 공평하지 않게 한쪽으로 기울고
기운 틈새로 후둑후둑 비가 들이친다
직진하던 태양이 멀어지던 날
일찍 일어나던 새들이 늦잠을 자고
저녁이 오기 전 서둘러 날아가버리면
수척해진 달만 길어진 그림자를 따라 걷는다
호랑거미가 집을 짓던 날
달라진 새벽 공기를 제일 먼저 눈치채고
작은 기척에도 출렁출렁 예민해진다
바다보다 파란 하늘이 자꾸 깊어지던 날
점멸하는 신호등을 보며 내 손을 꽉 잡고
숨차게 뛰던 너의 심장 소리가 쿵쿵 파도쳐 온다
또르륵 또르륵 계절의 눈금이 돌아간다
계절이 바뀌면서 해가 짧아지고 저녁이 빨리 오는 게 싫습니다. 잎이 다 떨어진 나무들이 여름을 추억하듯 지나간 계절에 만났던 사람을 아직 잊지 못합니다.
*표지그림: 장 피에르 카시뇰
*출처: https://blog.naver.com/yanghi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