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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사이 Oct 12. 2024

예지야, 안녕!

어쩌다 베이비시터 2.


어쩌다 베이비시터 2.



한인 커뮤니티 사이트엔 간혹 살림을 도와줄 일명 파출부 구인광고가 올라왔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다.

아는 동생이 하고 있던 밤에 아무도 없는 병원건물을 청소하는 일을 따라나설까 고민을 하던 중 눈에 들어온 광고 하나!


* 베이비시터 구함 *

10시 - 2시. 월 & 목.

시간당 25 달러.

25개월 여자 아기에게 점심과 간식을 챙겨주고, 함께 있어주시면 됩니다.

(별도의 집안일은 없습니다.)


“그래. 이거다. “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할 수 있는 최고의 일이다. 누구라고 하고 싶을 꿀좝(job) 일 것만 같아서 마음이 조급해졌다.

내게 딱이라고 생각된 그 일자리를 놓칠세라 빠르게 연락을 했다. 면접 날짜는 아기의 부모가 정했고, 시간은 내가 정했다.

아기를 보는 시작 시간으로 명시한 10시.

약속을 잘 지킬 수 있다는 증명을 해 보이려는 다분히 전략적인 생각이었다.




면접 날.

10분 일찍 도착하여 차에서 기다리다가 정시에 벨을 눌렀다. (+1)

아기의 부모는 서른이 넘지 않은 젊고 예의 바른 유학생 부부였다.

그리고 25개월 아기는 귀엽고 똘망하게 생긴 순한 아가로 보였다.

“안녕? 이름이 뭐야?”

“......... 예지” (아기가 나에게 이름을 알려줬다. +1)

“오, 예지. 예쁜 이름이네! 나는 그사이라고 해. 반가워” (+1)

예지에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니 예지가 엄마에게 딱 붙은 채 생글생글 웃기만 했다.

“그래  예지야, 악수는 나중에 하자~” (+? -?)

나는 드디어 예지를 만났다.


문제없어 보이는 가족이 베이비시터를 구하는 일이 어려웠다고 하소연 같은 말을 했다.

베이비시터로 왔던 사람들이 2주를 넘기지 못했었다고 했다.

‘왜 그랬을까? 분명히 성실하지 않은 사람들이었을 거야.’


별다른 특별한 질문은 없었다.

“혹시 베이비시터 경력이 있으신가요?”

“경력은 없고, 아이가 둘 있어요. 4학년, 2학년이에요.” (+? -?)

“저희가 둘 다 학생이어서... “

“어머! 제 남편도 학생인데 무슨 과세요?” (아. 오지랖 아줌마. -1)

“저희는 음악을 공부해요 “

“어머! 저도 음대를 나왔어요. 반가워요. 호호호” (친근함을 내세우려 했던 불필요한 이 말은 뭔가? -1)

“저희가 수업을 변경할 수 없으니 갑자기 못 나온다고 하거나 시간 약속을 어기지 않으셨으면 해요”라고 강조했다.

“하하! 그건 절대 걱정 마세요.” (-1000....)


절대 라니.. 말을 하고 바로 절대가 될 수 없는 상황이 떠올랐다.

아침에 갑자기 아이가 아파서 학교를 못 가거나 학교에서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고 전화가 오면 어쩌지?

(미국은 12세 이하의 어린이는  절대 혼자 집에 둘 수 없다. 내 집, 내 차 어디든 아이를 혼자 두었다가 누군가 신고를 하면 가차 없이 아이를 뺏긴다.)

나는 하루벌이 일자리를 위해 “절대”라는 한심한 말을 해버렸다.

그 절대란 말은 믿음이 아니고, 오히려 불신을 주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는 예지부모에게서 나에 대한 기대감 없는 눈빛을 보았다.

“오후에 한 분이 더 오시기로 해서 내일까지 연락드릴게요”

“네. 안 돼도 괜찮으니 편하게 연락 주세요”  (거짓말이다. 간절히 바란다.)

부부가 별 특별한 질문을 하지 않은 것은 아마도 물어봐야 돌아오는 대답은

자신을 그럴듯하게 포장하거나 믿을 수 없는 경력에 대한 과시라는 것을 경험을 통해서 알게 되었을 것이다.


면접은 그렇게 끝났다.

후하게 쳐도 예상점수 -999점


역시 경쟁자가 있었다.

첫인상엔 자신 있는 편인데 그림자 아줌마의 내면은 어떻게 보였을까?

나는 하루에 100달러를 벌 수 있기를 간절히 원했고, 어떻게든 그 젊은 부모의 눈에 들고 싶었다.

내 눈에 들어온 젊은 부부는 학업과 병행하고 있는 육아로 인해 많이 지쳐 보였다.

‘계속 사람을 바꾸고, 낯선 이를 집에 들여 아이를 보게 하는 일이 얼마나 걱정이 되었을까?’

을이 돼야 하는 주제에 갑이 걱정되었다.

그러고 보니

나는 이름 외의 아기에 대한 정보를 묻지 않았고, 젊은 부모도 아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어른들은 서로가 두려웠고, 머릿속엔 자신들이 직면한 문제로 가득 들어차 우리가 만나게 된 이유를 간과했다.

처음의 우린 가장 중요한 25개월 예지를 누구도 중심에 두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왕복 40분간 차를 움직인 기름값이 아까웠다.

‘아무래도 안될 것 같다. 헛걸음했네.. 돈을 벌어도 모자란데 또 돈을 썼군 ‘

어쨌거나 내일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길게 생각됐다.


집으로 돌아가 오후가 되어 아이들을 픽업하고, 저녁준비를 하고 있었다.

집 전화가 울렸다. 남편이 없는 시간에 집 전화가 울릴 때 혹시 영어가 튀어나올까 항상 두근두근한다.

목구멍이 좁아지며 작은 목소리가 나왔다.

“Hello? 여보세요? “

“안녕하세요? 예지 엄마인데요. 다음 주부터 와주실 수 있나요?”

“네. 그럼요. 감사합니다. “

왜 내가 선택되었는지 궁금했지만 묻지 않았다.

다음날이 아닌 그날 오후에 일을 얻었고, 나는 베이비시터가 되었다.


“그럼 그렇지. 내 인상이 좋잖아?” 한껏 기분이 업된 내가 말을 했다.

그러자 베이비 시터로 일하는 것을 처음부터 탐탁해하지 않던 남편이 말한다.

“대체 그 일은 왜 하려는 거야? 그거 번다고 뭐 얼마나 도움이 된다고 남의 애 보는 일이 쉬운 줄 알아? “

“왜 냐고?”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왜“ 라는 말에 꽂힌 머리가 무거워지며 마음이 상했다. 우리는 작은 우스개 소리도 나눌 여유가 없었다.

‘전화해서 못하겠다고 할까?‘


우습게도 나의 갑이 걱정됐다. 도와주는 이 없이 지쳐가는 젊은 부부가 마치 나와 남편처럼 느껴졌다.

결국 전화하지 못했고, 드디어 첫날이 왔다.

면접날 보다 더 일찍인 15분 전에 도착하여 기다리다가 정시에 벨을 눌렀다.  

아기를 만나는 일이 왠지 무척 긴장이 됐다.

띵동!

하얀 문이 열리고, 예지가 아빠의 손을 잡고 배시시 웃으며 서있었다.

키를 낮추고 예지와 눈을 맞췄다.


“예지야, 안녕!”




To be continued..



어쩌다 베이비시터 1.

어쩌다 베이비시터 3.

어쩌다 베이비시터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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