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오늘은 무얼 먹을까?
그런데 재료를 꺼내기도 전에 이야기가 먼저 떠오른다.
동실동실.
때론 이야기가 음식이 되기도 하고, 음식에서 이야기가 튀어나오기도 한다.
버릇처럼 조그만 이야기에서 음식 만들기가 시작되는데 간혹 밥을 짓다 말고 갑자기 앉아 글짓기를 하다가 음식을 망치기도 한다.
그때 그런 맛이었지.
향기는 어땠더라?
모양과 색이 정말 아름다웠지.
어머! 그건 너무 비쌌어!
그때 그 사람과 그 얘기를 나눴지.
정말 맛있었어.. 좋았어..
다시 먹고 싶다.
“음식 맛있게 만드는 비법이요?”
나는 음식을 만들 때 이야기 조미료를 많이 넣는다.
동실거리며 떠오른 이야기 때문에 혼자 피식거리며 웃기도 하고, 가끔은 서늘한 마음이 들기도 하며 요리를 하다 보면 어느새 완성된 작품이 나온다.
완성된 음식을 식탁에 올리고, 이야기 조미료를 다시 한번 듬뿍 친다.
“이 음식 있잖아… 블라블라..”
“어때? 정말 맛있지?”
음식은 정말 더 맛있어진다.
어쩌다가 음식을 만드는 시간이 아깝고, 먹는 일을 의미 없다며 약 한 알로 배고픔이 사라지면 좋겠다는 말을 들으면 안타까워진다.
물론 나도 밥 하기 싫은 날 간혹 드는 생각이지만 알약은 꼭 맛이 느껴져야 한다. 아니면 너무 재미없으니까.
생각해 보면 내가 사는 낙 중에 꽤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먹는 일이며 글을 쓰는 일이다. 어쩌면 내겐 요리를 하는 것과 글을 쓰는 것은 같은 것이기도 하다.
별 차이 없어 보이는 이 단어를 넣을까 저 단어를 넣을까 고민하며 글을 짓는 시간이 즐겁고, 완성된 글의 반응을 볼 때 희열이 느껴진다.
마트에서 조금 더 싱싱하고 맛있는 재료를 고르고 이야기 조미료를 넣어 요리하고 밥을 짓는 일을 즐기고, 만들어진 음식을 먹는 사람의 반응을 보는 일이 설레고 좋다.
그리고 밥 짓기에도 글쓰기에도 적당한 조미료를 넣는걸 아주 좋아한다.
“턱!”
방금 자신 있게 조미료통 꺼내놓은 소리다.
조미료에 대한 선입견이 있지만 내가 가진 조미료는 한 숟갈 푹 퍼넣어도 안심되는 고향의 맛보다 훨씬 순수한 천연 조미료이니 듬뿍 들어가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글맛에 대한 생각을 한건 브런치 작가신청 자소서를 쓸 때였다.
세 번째 브런치 작가신청을 할 때 맛있는 글을 쓰고 싶다고 했고, 진심이다.
그것이 진짜 “음식의 맛” 이란 것은 아닌데 글을 쓰다 보면 어느새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러니 쓸 수밖에..
어쩔 수 있나?
써야지!
막상 문을 열려니 두근두근 한다.
안 팔리면 내가 먹으면 되는 것이고, 대박 나면 더 좋지.
달달한 막걸리를 준비하고, 웃는 돼지머리 코에 오만 원짜리 꼽고 고사라도 지내볼까?
“비나이다. 비나이다. 잘 되게 해 주세요! “
주의. 알러지를 일으키진 않으나 배가 고파질 수 있습니다. 이 연재글엔 구체적인 레시피를 포함하지 않습니다.
레시피는 <엄마가 그리울 때 펴는 요리책>에 있기도 없기도 합니다.
이 매거진에선 때론 음식이 되고, 때론 글만 되기도 하는 이야기를 모아보려 합니다.
기존의 글을 그대로 옮기기도 하고, 조금 더 보완하기도 하며 새로운 이야기가 메뉴가 되기도 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