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대손손 이어지기를..
새우젓 찌개 이야기
두부를 한입 크기로 알맞게 썰어 뚝배기에 담고, 분홍빛 새우젓 한술을 두부 위에 올린다. 고춧가루와 마늘 다진 것도 조금 넣은 후 물을 자작하게 두부가 반신욕 하듯이 잡는다. 불을 켜 보글보글 끓으면 맛을 보아 소금이나 새우젓 국물로 짭조름하게 간을 맞추면 완성이다.
주의할 것은 잠시 방심하면 화르륵 끓어 넘치며 찌개의 맛을 망치고, 화구를 닦아야 하는 번거로운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
자리를 뜨지 않고 지켜보아야 한다.
조금의 신경만 쓰면 새우젓과 두부만으로 쉽고 가성비 좋은 훌륭한 속 편한 음식이 된다.
(메인 사진처럼 명란젓과 새우를 조금 넣어도 좋다. 나도 이제 발견했지만 새우의 눈엔 집중하지 말자.)
배탈이 나면 엄마는 꼭 두부를 넣은 새우젓찌개를 끓여주셨다. 평소보다 질음 하게 지은 밥과 새우젓 찌개를 먹으면 뱃속이 편안하게 진정이 되었다.
또한 탈이 나기 쉬운 여름에는 여름철 한창인 호박만 넣고, 호박 새우젓찌개를 자주 끓이셨다. 따끈하고 달큼한 새우젓찌개는 개운하게 여름 입맛을 좋게 했다.
새우젓은 오젓, 육젓, 추젓 등등의 이름을 가지고 있다.
오월에 담근 오젓, 유월에 담근 육젓, 가을에 잡힌 새우로 담근 것을 추젓이라고 한다.
새우가 잡힌 시기에 따라 이름이 붙여진 만큼 맛에도 차이가 난다.
오젓과 육젓은 통통하고 맛이 좋아 보통 그냥 먹고, 추젓은 1년 정도를 삭혀 김장할 때 사용한다.
그중 으뜸은 유월에 살이 오르고 알이 든 새우로 담근 육젓이다.
오젓과 육젓은 아주 좋은 여름 밥상 반찬이 된다.
통통한 육젓에 고춧가루, 다진 마늘 조금, 파, 청양고추, 식초 한두 방울과 깨소금과 참기름을 듬뿍 넣어 만든다.
삼복 무더위 중 만사가 귀찮아 입맛이 없을 때 물만밥에 새우젓 무침을 올려먹으면 짭조름하고 감칠맛 나는 밑반찬이 된다.
굳이 고기가 없어도 밥솥의 밥을 순삭 하게 되는 밥도둑이 된다.
개인적으론 녹차물에 비싼 보리굴비의 조합보다 훨씬 맛있다.
입맛은 개인적 취향이다. 그러나 비싼 값을 치르는 음식은 오롯이 맛을 느낄 수 없어 왠지 맛이 반감된다.
할머니에서 엄마로 또 나에게 전수된 입맛은 어느새 우리 아이들에게도 이어졌다.
독립한 아이는 가끔 속이 불편할 때 꼭 새우젓 찌개를 끓여 먹는다고 한다. 그러라고 말로 한 적이 없는데 20대 아이의 오피스텔 작은 냉장고에 스스로 구입한 새우젓이 필수품으로 들어있다니 웃음이 나기도 하고 신기한 일이다.
우리 집에선 새우젓찌개가 치유의 기능을 탑재한 안전한 음식으로 전수되고 있다.
안전한 음식이 위협을 받고 있다.
우리의 바다가 핵폐기물에 의해 오염이 되는 상황에 이르러 사람들의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소금 품절 사태를 빚기도 했다. 나도 얼떨결에 그 대열에 합류해 소금 한 포대를 구입하고 나서 바로 후회를 했다. 얼마나 어리석은 행동이었는지 누가 볼까 부엌의 구석에다 처박아두었다.
1년이 지나고 지난여름부터 그 소금을 사용하고 있지만 소금포대를 볼 때마다 부끄러워진다.
소금 한 포대를 다 먹으면 그다음엔 소금을 안 먹을 것인가?
젓갈을 안 먹고, 김치를 안 먹을 것인가?
우리 아이들은 소금을 안 먹고서 살 수 있는가?
히말라야 소금이 화수분도 아니고 우리가 바다에서 나는 소금과 먹거리를 안 먹고살 수가 있을까?
무형의 유동적인 바다가 한 곳에 머물러 있는가?
동쪽 아시아의 바다에서 일어나는 일이 누구에게도 남의 일이 될 순 없다. 지구는 둥그니까..
인간의 이기심과 편리함에 의해 무방비로 노출되어 자연이 위협받고 있다.
우리가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것은 형태를 갖춘 무엇만이 아니다.
보이지 않고 느껴지지 않아 자칫하면 잊어버리고 마는 무형의 자산을 간과하면 큰 코를 다치게 된다.
소금 품절 상황이 벌어진 것이 얼마 지나지 않아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어느새 다시 소금이 넘쳐난다.
불안의 요소가 사라지지 않았는데 말이다.
지난 1년간 6만여 톤의 핵 폐기물 오염수가 바다에 뿌려졌다. 바다가 어느 한 나라의 쓰레기통이 될 순 없다.
일본, 그들은 어째서 독불장군처럼 구는가?
우리는 왜 그것을 묵과하는가?
‘내게서 이어진 입맛을 가진 아이가 그 아이의 아이가 계속 소금에 절여 만드는 새우젓을 이용한 새우젓찌개를 먹을 수 있을까?’
좁쌀보다 작은 내가 무얼 할 수 있을까 싶지만 나는 끊임없는 관심을 가질 것이고, 그 관심이 무엇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추억의 새우젓찌개 글에 자연스럽게 따라붙은 내용을 삭제할까 말까 망설였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야 하며 나는 그것을 잊지 않기 위해 집요한 관심을 갖기로 마음을 굳게 먹는다.
소금포대를 보며 스스로에게 말한다. “망설이지 마!”
“평생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소금을 산 사람이 말했다.
그는 평소에 집에서 요리를 하지 않고, 김치도 담지 않는다. 아마 지금쯤 그 사람의 소금포대는 간수가 빠지고 길고 고됐던 여름동안 다시 수분을 머금어 딱딱하고 큰 돌덩어리처럼 천덕꾸러기가 됐을 것 같다.
소금 품절대란이 단순한 소동에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와 다음 세대가 마음 놓고 창문을 열어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깨끗한 물을 마시고,
백혜무해(百惠無害)한 새우젓찌개를 만들어 먹을 수 있어야 한다.
잠시의 방심으로 끓어 넘쳐 새우젓 찌개를 망쳐 버리는 일을 주의해야 한다.
*어쩌다 보니 2024년 10월 25일 독도의 날에 퇴고를 마침*
독도의 날
10월 25일.
대한제국칙령 제41호를 기념하고, 독도 수호 의지 표명 및 독도가 대한민국 영토임을 천명하기 위하여 제정한 날.
독도는 삼국시대에 이사부가 정벌하여 우산국(독도 포함 울릉도)은 신라에 편입 되었다.
그리고 1900년(고종 37)에는 「대한제국 칙령 제41호」를 통하여 대한제국이 울릉도(鬱陵島)를 울도(鬱島)로 개칭(改稱)하고 죽도(竹島)와 석도(石島)를 통치한다고 선포하였다. 독도는 우리땅이다.
출처. 두산백과 참고 함.
새우젓 찌개 레시피 <엄마가 그리울 때 펴는 요리책> 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