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사이 Nov 03. 2024

가장 예쁜 가을날의 산책

“우리 함께 단풍놀이 가요”


비누와의 열네번째 가을.

단 하루인 예쁜 절정의 가을을 만난다.

온통 불타는듯 빨갛거나 샛노란 병아리 같은 가을 보다 본연의 초록이 섞여있는 단풍을 만날때가 나는 가장 예쁘단 생각이 든다.

가을은 하루면 색이 달라지고, 우수수 낙엽이 떨어져 순식간에 앙상하게 모습이 달라진다. 어물어물 하다간 단 하루의 아름다운 가을을 놓친다.


이번주 수요일은 단 하루뿐인 가장 예쁜 가을날인 바로 그날이었다.

“비누야, 산책가자.”

마치 비누도 안다는 듯 컨디션이 아주 좋았다. 가장 예쁜 날을 만나 우린 추억 한장을 마음에 담고, 사진도 많이 찍었다.


늘 가고 싶던 공원으로 향한다.

공원도 예쁘고 배경으로 펼쳐지는 산도 예쁜 곳인데 올해가 되어선 한번도 가지 못했다.

걷다가 길가의 들풀을 구경하고,

걷다가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를 구경하고,

걷다가 초등학교의 교문 사이로 보이는 단풍이 펼쳐진 우리의 목적지를 구경한다.

걷다가 예쁘게 단장된 벤치에 앉아 쉬다가 일어선다.

드디어 목적지에 다다랐다.

“앗! 언제 이렇게 공원를 정비했지? 정말 예쁘다. 비누야.”

“우리 겨울이 오기 전에 또 오자.”


오랫만에 2000 보가 넘게 걸어도 비누는 힘들어하지 않았다.

가을은 힘이 나는 계절이다.


비누야.
너와 이 가을의 가장 예쁜 날을 볼수있어서  좋아. 참 다행이야.
다만
너의 목줄을 풀어 자유롭게 해주지 못해서 미안해.
언제나.

마치 일부러 뿌려놓은듯한 신선한(?) 낙엽들
우수에 젖은 너의 눈빛
수요일엔 빨간장미를...마지막 남은 한송이 넝쿨장미. 교문 사이로 보이는 우리의 목적지
예쁜 벤치가 생겼네. 비누야, 잠깐 앉자~
오호! 학교 담장이 예뻐졌네. 거기 한번 서봐.
씩씩하게 걸으니 마음이 놓여.
캬~ 가을과 너. 역시 잘 어울려.
여기도 보고 저기도 봤으니
집으로 돌아가자. 먼데 돌아갈땐 안아줄까?
“아니요! 걸어갈수 있어요.”
산책은 냄새를 맡고, 씹고 뜯고 맛보는 즐거움이죠.
특별함도 좋지만 늘 다니는 산책로가 역시 좋아요.
늘 다니는 산책로의 예쁜 가을
“불이얏!”
은행 냄새! 발에 묻으면 어떡해요? “걱정마. 목욕하면 돼.”산수유도 통통하게 익고, 안젤라 장미도 조금 남았어요.
“엄마? 잘 따라오고 있죠?”
그럼.언제나 곁에 있어. 난 너의 그림자야.
늘 함께 바라보는 집앞 하늘.

“좋은 하루였어요~”

비누.

킁킁..은행냄새가 남은것 같기도 한데 많이 걸었더니 장이 와요. 목욕 후 낮잠이 최고!


비누와 멋진 산책이 되셨기를 바랍니다.


* 반려 생활의 에티켓을 지킵시다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