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사이 Nov 10. 2024

호루라기 비누

비누가 하는 말


며칠 전 김치를 하려고 배추를 손질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자꾸만 특이한 호루라기 소리가 난다.

무시하려다가 자꾸만 신경 쓰이는 소리에 창밖을 보려고 했다.

앗!

“호로로록 호로로록....”

요즘 비누는 공기반 소리반으로 JYP기법의 호루라기 소리를 낸다.

“아우, 귀여워! 어떻게 또 그런 소리는 내는 거야? “

주물주물 비누를 만지작 거리고, 다시 배추를 서걱서걱 소리를 내며 다듬는데

“호로로록 호로로록.. “ 신경 쓰이는 호루라기 소리에 정신이 없다.

“왜 그래? 배추 먹고 싶어서 그래?”

배추의 아삭한 부분을 잘라서 주니 뱅글뱅글 돌며 좋아한다.

 “아삭아삭 짭짭”

맛있는 소리를 내며 먹더니 집으로 들어가 잠을 청한다.

비누는 요즘 정말 희한한 소리를 낸다.


비누의 소리엔 변천사가 있다. 희한한 건 “멍멍”이라고 하는 것은 들어본 적 없는 것 같다.

아기 때는 “깡깡”

청년기에 들어서선 거의 짖지 않아 강아지가 있는 줄 몰랐다고 했다. 가끔 낯선 사람이 집에 오면 “왈왈왈왈”

간혹 미국 강아지처럼 짖기도 했다.  “Woof Woof(워프워프)!"

장년에 들어서며 귀가 잘 들리지 않자 큰소리를 냈다. “왕왕!”

요즘은 눈까지 잘 안 보이니 어두울 때 인기척을 느끼면 놀라서 아주 큰 소리를 내며 오랫동안 짖는다. “왕왕 왕왕!”

이웃에 피해가 될까 빠르게 안심시켜주어야 한다. 요즘은 비누를 혼자 둘 수가 없다.

그나마 박수소리를 잘 들으니 우린 비누에게 다가갈 때 놀라지않게 박수를 쳐 인기척을 내면서 다가간다.

이름을 듣지 못하지만 “비누야~” 하고 이름도 부르며 다가간다. 늘..

그리고 무섭거나 아쉬운 것이 있으면 “히융히융 아옹 아옹 “ 하며 운다. 고양이 같기도 하다.

“비누야, 강아지가 고양이 소리 내는 거 아니야~”


이제 비누는 새로운 호루라기 소리 내기를 시작했다.

비누가 내는 모든 소리는 귀여움이다.

앞으론 어떤 소리를 내고, 어떤 말을 할까?

오래오래 비누와 대화하고 싶다.


“호로로록 호로로록~”

산책을 가자고 한다.

날이 추워졌으나 한낮엔 따뜻하고 여전히 예쁜 가을날이 이어지고 있다.


“비누야, 산책 가자.”

단지를 나가서 걸어요
냇물에 동동 떠있는 잎이 예뻐요
멈에 드는 벤치에 앉아 쉬어요
“뭐. 호루라기 불 일이이라도 있나 보는거야?”
“음~ 가을 바람을 느끼는 거라고요.”
털이 귀여운걸 보니 미용날이 다가오나봐요.
예쁜 꽃도 봤으니
이제 집으로 돌아가요.
이건 뭘까요? 풍선같은것이 달려있어요. 꽈리인가? 어느새 집에 도착했어요.
안전을 위해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는지 꼭 확인하고 타요.
함께 보는 집앞 하늘이 그림같아요.


“오늘도 즐거웠어요.”

비누.


* 반려 생활의 에티켓을 지킵시다 *



비누의 특별한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