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와의 소중한 일상들
첫째가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한 첫 주엔
매일 아침 눈물로 헤어졌다.
현관 앞에서 안겨 울던 아이를 떼어내듯
선생님께 맡기고 돌아설 때마다
내 마음도 덜컥 부서지는 것 같았다.
이게 과연 잘하고 있는 일일까,
마음속에서 수없이 흔들렸다.
그런 첫째가 3주째가 되던 어느 날,
처음으로 울지 않고,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나를 향해 인사를 하며 씩씩하게
걸어 들어가는 아이의 뒷모습에
안도감의 미소가 절로 흘러나왔다.
큰 아이의 빈자리가 주는 고요함은
둘째에게도 안정의 시간이었다.
오로지 엄마를 차지할 수 있는 힐링타임
둘째에게 집중하며 함께 놀아줄 여유도 생겼다.
같은 성별의 아이들이라
엄마 없이도 잘 노는 형제들이었다.
집안일에 치여 자주 놀아주지 못한
미안함 마음이 조금은 해소되는 기분도 들었다.
첫째는 처음 겪는 또래 집단 속에서 사회생활에 적응하는 나날들이 많아졌다.
친구들에게서 배우는 언어와 행동들이
아이가 성장해 나가는 밑거름이 되어 주었다.
“선생님이랑 같이 그림 그렸어.”, “오늘은 친구가 내 손 잡아줬어.”
라며 하루하루 생생한 이야기를 폭포수처럼 쏟아냈다.
처음 어린이집에 등원할 때는 낯설어하면서도 조심스레 주변을 살폈다.
엄마가 없는 모든 공간에 모르는 사람들이
처음 겪는 불안감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등원길에 친구들을 만나면 엄마뒤로 숨기 바빴는데
어느 순간 친구들을 향해 먼저 손을 내미는 모습에
아이의 변화를 몸소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한 번은 친구들과
어울리는 게 조금 어색했는지
친구들이랑 놀이터에서 신나게 뛰는데도
왠지 낯설어하며 혼자 조금 떨어져 서 있더란다.
집에 와서 이유를 묻자,
“집에선 항상 동생이랑 놀아서 친구들이랑 노는 게 이상했어.”라고 말해 웃음이 터졌다.
집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다양한 오감활동들은
첫째의 숨어 있는 잠재력을 맘껏 끌어올리기에 충분했다.
리액션이 큰 첫째가 처음 듣는
믹서기 소리에 깜짝 놀라더니
두 번째는 번개 같은 소리로
“뻥! 뻥! 뻥”
하고 더 크게 소리를 내며 신나 했다고
선생님께서 전해주셨다.
매일매일 아이의 신나는 소리에
집안이 웃음으로 가득 찼다.
하지만 아이가 난생처음 만나는 흙만큼은
어느 누구보다 싫어했다.
사진 찍을 때도 흙을 만지기 싫다며 손을 뺐고,
“으악, 싫어! 만지기 싫어!”
하며 온갖 표정을 지었다.
사진 속에서도 느껴지는 말 그대로 오만상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엽고 웃기던지,
집 안에선 동생과 부대끼며 잘 놀면서도
밖에선 조심스러운 첫째의 모습에
엄마의 마음은 뭉클해졌다.
그 사이, 늘 두 아이의 웃음과 울음으로
가득 찼던 공간이 잠시 비워진 듯한 느낌을
준 건 둘째였다.
작은 손으로 내 무릎을 붙잡고, 나를 올려다보았다.
나는 그제야 비로소 둘째를 마주 볼 수 있었다.
첫째를 따라다니느라, 늘 한 발 뒤에서 크던 아이.
내 품 안에서 울다가도 형아가 웃으면 같이 웃고,
형아가 가면 멍하니 그 빈자리를 보던 아이.
그렇게 조금씩 둘째에게 집중하는 시간도 늘어났다. 모처럼 긴 호흡으로 책을 읽어주고, 퍼즐을 맞추고, 마주 앉아 밥도 먹었다.
형아가 낮잠을 자고 오기 시작하자
유모차를 타고 둘만의 외출도 강행했다.
그리고 낮잠 시간.
둘째는 늘 안고 자던 애착 베개를 꼭 껴안고
이불 위에서 몸을 뒤척이며 내 얼굴을 살폈다.
나는 그 옆에 나란히 누워 조용히 등을 토닥였다.
잠이 오지 않는 눈으로
나를 한참 바라보던 아이는
내 팔을 끌어안고 베개를 꼭 안은 채
조용히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그 작고 따뜻한 숨결과 베개의
부드러운 촉감이 내 가슴까지 차올랐다.
둘이서 맞이한 첫 낮잠.
그 시간은 단순한 ‘수면’이 아니라
서로의 온기를 처음으로 오롯이 나눈 기억이었다.
그 이후의 날들이 너무나 소중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았다.
같이 누워 하늘을 보기도 하고,
책장을 넘기다 웃음이 나면 함께 낄낄거렸다.
나는 몰랐다.
첫째의 그림자 뒤에서
이렇게 단단히 자라고 있었던 둘째를.
그 아이가 품고 있던 사랑을.
첫째가 없는 시간은 이별 같았지만,
둘째에겐 엄마를 온전히 만나는 첫 계절이었다.